황장엽 “김정일 명줄, 중국이 쥐고 있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 한기홍 대표(좌)와 대담중인 황장엽 위원장

데일리NK는 창간 1주년을 맞아 황장엽 <북한민주화동맹>위원장과 신년특별대담을 진행했다.

황위원장은 12월 27일 <북한민주화네트워크> 한기홍 대표와 가진 특별대담에서 북한인권, 북핵과 6자회담, 북한정권의 미래, 한국의 대북정책 등 북한문제 전반에 대해 거침없는 견해를 피력했다.

황위원장은 “북한문제 해결의 기본은 인권문제 해결”이라면서 “북한 핵문제가 중요하다고 해도 먼저 인권문제부터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위원장은 또 “김정일 정권의 명줄을 중국이 쥐고 있기 때문에 중국이 동의하지 않으면 핵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지적하고 “북핵문제는 미국과 중국이 합의해야 해결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정일 후계문제와 관련, “지금 북한은 김정일만 몰락하면 체제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3대 세습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날 인터뷰는 서울의 모처에서 두 시간 동안 진행됐다. 다음은 황위원장과의 대담.

북한인권문제

한기홍(이하 한) : 2003년부터 3년간 유엔인권위의 북한인권결의안 통과에 이어 유엔총회에서도 북한인권결의안이 압도적 지지로 통과되었습니다. 또 지난 12월 8일~10일 북한인권국제대회가 서울에서 열려, 한국사회에서도 북한인권문제는 더 이상 무시하기 어려운 주제가 되었습니다. 북한인권문제가 북한문제 전체에서 갖는 의의에 대해 견해를 말씀해 주시지요.

황장엽(이하 황) : 인권문제가 세계적으로 이렇게 크게 논의된 것은 북한문제를 우려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매우 반가운 일입니다. 북한문제를 해결하는 것의 기본은 인권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북한은 인권이 말살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정책적 문제, 심지어 핵문제가 중요하다 해도, 이를 논의하기 전에 먼저 인권문제부터 논의해야 합니다.

핵무기를 써서 전쟁을 한다는 것은 결국 사람을 죽이는 일인데, 북한정권은 핵무기를 쓰고 있지는 않지만 북한주민을 굶겨 죽이고 있습니다. 또 인권을 말살해서 온 나라를 감옥으로 만들고 있는 상황인데, 핵문제만을 논의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북한에서 현실적으로 그런 범죄행위가 진행되고 있는데, 인권문제를 논의하지 않는 것은 범죄행위를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인권국제대회가 서울에서 열린 것은 2005년에 있었던 역사적인 사건 중 가장 의의가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이 대회에 큰 역할을 한 일꾼들에게 감사드립니다.

: 한국의 일부 세력은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북한 체제를 전복시키고자 하는 미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의 보수세력들의 망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인권문제를 거론하면 “그러면 전쟁이라도 하자는 것이냐”는 주장까지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의 견해를 어떻게 보십니까?

: 그것은 아주 잘못된 생각입니다. 인권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전쟁을 방지하고 전쟁을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인권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전쟁을 일으킨다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소위 ‘전쟁위협론’은 논의 대상조차 안됩니다. 전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한미동맹과 국군을 강화하고, 안보체제를 확고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핵무기로 협박하는 김정일 독재집단의 비위나 맞춰서 인권문제를 말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인권문제를 정권유지를 위해 악용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또 북한의 인권문제가 북한 내부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해결해야지 밖에서 왈가왈부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또 밖으로부터의 인권문제 제기가 인권의 실질적 개선보다는 김정일 정권의 체제 단속 결과 북한인민들의 인권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인권문제는 내부, 외부 문제가 아닙니다. 인권문제는 전세계적인 차원에서 공감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 보다 중요한 문제가 없습니다.

북핵과 6자회담

: 지난 9월 19일 베이징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 포기, 또 북한에 대한 불침공 확인 등이 합의되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先 경수로 제공을 제기하면서 회담이 진척되지 않고, 또 최근 북한이 미국의 금융제제 등을 시비 걸면서 6자 회담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습니다. 북핵과 6자 회담 전반에 대해서 전망해 주십시오.

: 핵문제는 포괄적인 ‘북한문제’에서 비롯됩니다. 핵문제를 포함하여 북한문제를 해결한다는 견지에서 본다면, 근본해결책은 김정일 독재집단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북한이 중국식으로 개혁개방하면 수령독재는 없어지고 시장경제가 도입될 것입니다. 핵문제 역시 저절로 해결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통일문제도 순차적으로 해결됩니다.

그러나 현실은 중국이 개혁개방을 권고하는데도 북한이 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북한을 흡수하는 방법은 남북한의 경제적, 문화적, 정치 사상적 차이가 심각해 현실에 맞지 않습니다.

북한이 개혁개방을 안하고 있고, 가능성도 낮아 보이기 때문에 탈북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도 6자회담에 관심이 없습니다. (6자회담이) 북한문제 해결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여집니다.

: 선생님께서는 현 단계에서 전쟁을 통한 북한문제 해결 방식은 적합하지 않고 결국 북한에 대한 국제적 압박이 북한문제를 푸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라고 말씀하십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중국과 미국이 협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씀하십니다. 북한문제 해결에서 중국의 현실적 역할은 무엇이며, 중국이 어떤 상황에서 북핵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예상하십니까?

: 추측하기는 힘듭니다. 김정일 정권의 명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중국입니다. 중국과의 합의 없이는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 수 없습니다. 미국이 정치적, 경제적 영향이 막강하다고 해도 중국이 동의하지 않으면 북핵문제 해결은 어렵습니다. 중국은 형식상 미국의 체면을 세워줄 뿐이지, 실질적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만약 중국과 미국이 협력하게 되면 북핵문제는 간단하게 해결됩니다.

중국이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유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미국 역시 요구하는 것이 없어야 합니다. 미국은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대해 우려하는 것을 보장하고, 중국과 적극적 협조를 해야 실질적인 해결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핵문제만을 강조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고 ‘흥정’이 되고 있습니다.

: 최근의 상황변화를 보면 중국이 장기적으로 미국과의 대립을 염두에 두고 북한의 역할을 설정하지 않나 하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 경우 중국의 주도적 역할을 통한 북한문제 해결의 가능성은 더욱 낮아지리라고 보는데,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장기적으로 중국과 미국이 대립한다는 생각은 추측일 뿐입니다. 현재 조건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협력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 방법입니다. 한국의 입장은 중국과 미국이 협력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합니다. 그렇다면 북한문제는 해결될 것입니다.

: 마약 밀매, 위폐 제조 등 북한의 불법행위에 대한 미국의 대북 압박이 최근 강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압박 정책이 실효를 거둘 수 있는지요. 미국의 2006년 대북전략의 핵심은 어디에 있겠습니까?

: 마약, 위폐문제를 취급하는 것은 대북압박과 상관 없습니다. 마약과 위폐는 국제 범죄행위이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엄중하게 다루어야 합니다. 그런 것들을 문제삼는 것을 반대하고, 북한 인권문제를 쉬쉬하는 것이 도리어 심각한 문제입니다.

김정일의 후계세습

: 최근 2, 3년간 북한의 후계구도에 대한 말들이 많았습니다. 남한 내 일부전문가들은 군부대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고영희에 대한 어머님 교양 문건’ 등을 통해 김일성-김정일 세습과 비교하면서, 고영희의 자식으로 후계가 결정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김정일이 직접 후계자 논의를 금지시켰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봐야겠습니까?

: 일부 사람들이 세습제가 봉건유습이고 비민주적이며 민족 반역행위라는 관점보다는 누가 후계자가 되느냐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권’은 인민이 주인이 되는 것인데, 정권을 자기 아들에게 물려주려고 하는 것보다 큰 죄악은 없습니다. 세습문제는 근본적으로 잘못됐기 때문에 논의할 가치도 없습니다.

그리고 김정일 독재체제를 유지하는데 후계문제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지금 북한은 김정일만 몰락하면 그 체제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한국의 대북정책과 친북반미세력의 성장

: 정부의 대북정책은 변화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퍼주기식 대북 끌어안기는 갈수록 심각한 것 같습니다. 금강산 관광이나 대북경협은 북한의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없을 듯하고 김정일 정권을 보다 오래 유지시켜주는 결과만 초래할 것 같습니다. 현재 남한에서는 정부의 대북경제지원이 평화유지비용이라는 주장과 김정일 체제 유지비용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데, 이에 대한 평가를 해주십시오. 또 북한이 인도적 지원방식이 아닌 개발지원 방식으로 대북 지원방식을 바꿔달라고 하는 것은 어떠한 의도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평화유지비용이니 하는 것은 논의의 대상도 못됩니다. 또 논리적으로 해결할 만한 가치도 없습니다. 김정일 체제가 본질적으로 반민족, 반인민적 때문에 빨리 제거하고 북한을 해방하는 입장을 갖느냐, 아니냐가 중요합니다.

: 남한 친북반미 세력의 성장이 가져올 후과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 북한을 지상낙원처럼 이야기하는 친북반미 세력에게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남한 정부가 북한의 민족공조에 호응하면서 친북반미 세력이 자꾸 장성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친북반미 세력에 맞서는 광범위한 운동이 필요하고 남한의 민주주의 기지를 수호하고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더욱 힘차게 벌여나가야 하겠습니다.

: 북한의 ‘민족공조’를 앞세운 공세 앞에 우리사회는 본격적인 이념 갈등 국면에 돌입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실질적인 대남전략은 변한 것이 없다고 보여지는데요, 이런 문제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 일부 사람들이 민족공조냐, 한미공조냐 말하는 것이 한심합니다. 민주주의에 기초한 민족공조와 한미공조가 중요한 것이지, 민주주의를 떠난 민족공조나 한미공조는 사람들을 기만하는 술책과 같습니다. 6.25 전쟁 시기 북한이 남침했을 때 민족공조가 있었습니까? 민주주의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지 그것을 떠난 민족공조는 사람들을 속이기 위한 술책일 뿐입니다.

세계화와 세계 민주주의

: 세계민주화를 위해서는 결국 전세계적 범위에서 독재 체제를 무너뜨리고 민주주의 체제를 세워야 합니다. 독재세력에 맞서 세계적인 연대체계를 공고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데, 유엔의 지위와 역할에 대한 논의가 대안이 될 수 있습니까? 또 북한문제를 봐서도 알 수 있지만 중국과 미국의 세계적 지위와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여지는데, 중국과 미국의 중단기적 역할과 세계 민주화를 위한 중단기적 전망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 북한문제도 세계 민주화의 견지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세계 민주화를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이 협력해야 합니다. 각국의 이해관계에서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미국과 중국은 협력이 필요합니다. 그런 후 북한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중국이 장성한다고 해서 일부 사람들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포위전략을 써야 한다는 주장은 잘못된 시각입니다. 구소련과 지금의 중국은 다릅니다.

개혁개방으로 잘 가고 있는 중국은 지지해야 하고, 세계민주화를 위해 함께 나아가야 합니다. 중국이 김정일 독재정권과 동맹을 맺고 있는 것은 세계민주화를 후퇴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비판해야 하고, 민주주의의 연대로 압력을 가하면서 세계민주화를 위해 중국을 끌어안아야 합니다.

우선 북한 민주화를 진행하고 세계 민주화를 진행해야 합니다. 이렇게 진행하는 것이 북한민주화와 세계민주화를 일치시키는 전략입니다.

: 끝으로 데일리NK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십시오.

: 한국의 탈북자와 북한민주화 운동을 하고 있는 청년들, 애국세력들은 북한 민주화 이전에 한국 내 친북 반미주의자들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문제에도 신경써야 합니다. 북한의 민주화를 위해 한미공조 체제를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또 탈북자들도 국내 민주역량과 연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북한민주화를 이룩할 수 있습니다. 남한을 튼튼한 민주기지로 생각하고 북한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북한에 비해 뒤떨어져 있던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개혁개방을 해서 북한보다 더 살기 좋아지고 있습니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김정일이 독재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개혁개방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북한사람들이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김정일 정권의 기만전술과 친북좌파 세력의 충동으로 남한 사람들 또한 모르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시급히 해결해야 합니다.(끝)

대담/ 한기홍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
정리/ 정재성 기자dailynk@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