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현대사ㆍ이종석 차장 문답 요지

홍석현(洪錫炫) 주미대사와 이종석(李鍾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은 27일 한미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심도있는 협의에 많은 진전이 있다”는 표현을 쓰다가 합의한 것이냐는 거듭된 질문에 이 차장이 “합의했으니 (날짜와 장소를) 협의하는 것이죠”라고 되받기도 했다.

회담 장소가 부시 대통령의 텍사스 크로포드 목장이 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홍 대사는 “좋은 장소를 갖고 여러가지 얘기하고 있다”거나 “충분한 시간을 갖고” 여러가지를 논의할 수 있는 회담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예단하지 말라”고 말했다.

다음은 특파원 간담회에서 한미 정상회담과 북한 핵문제에 관해 두 사람과 가진 문답 요지.

◇정상회담
▲홍 대사 = 대사 취임 때부터 미국측과 가까운 장래에 한ㆍ미 현안을 더욱 심도있고 광범위하게 논의하자는 공동 인식을 갖고 정상회담을 추진해왔는데 많은 진전을 보고 있다. 구체적인 날짜와 의제는 머지 않은 시일내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다.

–북핵 문제에 관한 합의가 나오나.

▲양국간 격의없이 의견을 교환중이다. 모든 문제를 테이블에 올려 놓고 깊이 있는 협의가 있을 것이다.

— 정상회담 시기는.

▲(이하 이종석 차장) 날짜는 관례상 양국 외교부에서 같이 발표할 것이다. 지금은 그럴 단계는 아닌 것 같다. 가을은 아니고, 그렇다고 5월은 너무 빠르고 그렇지 않겠나.

–장소는
▲장소가 중요한 것은 아니잖나.

◇북핵
–미 언론은 부시 행정부가 점점 강경해지고 있다고 보도하는데.

▲이종석 차장 = 미국 정부도 대화 재개를 위해 노력중이다.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중국에 간 것도 그때문 아니겠나.

–북한 핵실험 전망에 대한 우리 정부 입장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려 한다는 특별하거나 두드러진 징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가지 심리적인 상황 등을 종합해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으나 분명 말씀드리는 것은 특별한 징후는 없다.

다만 국가는 항상 비상의 가상 상황에 대비해야 하지만, 그게 언론에 보도되거나 공론화되면 현재의 움직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북한의 6자회담 복귀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고 보나.

▲10개월간 복귀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예단하기는 상당히 부담스럽다.

–북핵의 안보리 논의에 대한 우리 정부 입장은.

▲가상 상황에 대한 대책이 현재 상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냐, 아니면 압박을 통해 나오게 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냐는 굉장히 (판단이)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북한의 복귀를 촉구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너무 앞서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기본적으로 미국이 유엔 안보리로 가야 한다고 한국에 제안하고 있는 게 아니다.

안보리 회부도 가상 상황이다. 더구나 미국이 안보리 회부를 정부 입장으로 채택해 얘기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이 우리한테 공식적으로 그런 문제를 제기한 적이 없다.

–정상회담이 열리면 북핵의 중요 고비점이 될 수 있나.

▲그때까지 6자회담이 어떻게 흐르냐가 변수 아니겠나.

–미국의 한국 전문가들과 세미나에서 북한이 핵을 계속 유지하려 할 경우 한국 정부는 강경하게 나갈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얘기한 게 사실인가.

▲북한이 만일 핵을 보유하고 포기하지 않겠다면, 우리 정부는 핵을 용납할 수 없다는 원칙에 따라 행동하겠다고 얘기했다.

–북한이 핵을 보유했다고 선언했는데.

▲그렇긴 했지만, 뭣뭣을 해주면 포기할 용의가 있다고 말하고 있지 않나. 큰 틀에선 6자회담 협상 국면이 끝나지 않은 상태다. 만일 그게 종료되고 아무런 희망이 없다면, 그때도 우리가 지금과 똑같을 수는 없다는 게 상식 아닌가.

다만 어떤 사람들은 그런 상식을 믿지 않고, 한국 정부는 영원히 어떻게 할 것이라고 생각을 갖는 분도 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북한 핵이 공식 인정되는 상황이 돼도 한국 정부가 박수치고 가만히 있겠나. 가만히 있어야 하나.

–그 기준에 대해 한국 정부가 좀 느슨한 게 아니냐는 사람들도 있는데.

▲미국은 “이게 기준이다, 레드 라인이다”고 말하는 것을 들어본 적 있나. 우리가 잘못된 혐의를 받고 있다. “왜 너희는 느슨하냐”고 얘기하는데 어느 나라가 타이트하게 만든 기준을 제시해본 적 있나.

한ㆍ미간 기준 격차에 관해 논의를 한다. 사실 중국과 그런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한ㆍ미간 지난 10개월간 굉장히 긴밀히 협력해왔다. 그에 대해선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

–도저히 안되겠다는 선은.

▲한ㆍ미간 꾸준히 협의하고 있다. 의견 차가 있어서가 아니라 여러 상황에 대비해 필요한 협력들을 해나가기 위한 것이다.

–학자로서 6자회담이 좋은 틀이라고 보나.

▲관료로서, 그렇다. 그것이 한계에 부닥쳤을 때 돌파 방법이 문제인데, 지금은 아직 그런 논의를 할 단계가 아니라고 본다. 조금 지켜보자. 상황이 되면 그런 얘기가 어느 쪽에서건 공론화되지 않겠나.

–한국의 주도적 역할론은.

▲6자회담이 열린다면 이번에는 보다 더 적극적이고 주도적 입장에서 역할할 나름대로 생각이 있고, 미국측과도 그런 얘기를 했다.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오면 어떤 논의라도 받아라, 즉 미국이 6자회담에선 유연성 을 발휘하겠다고 얘기하고 있는 것도 한국측과 여러차례 긴밀한 논의 끝에 나온 것이다. 문제는 6자회담이 열리지 않고 있다 는 데 있다. 열려야 얘기하지.

–이번에 작전계획 5029에 대해서도 얘기했나.

▲우리는 성의있게 설명했고, 상대도 성의있게 들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