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전사 ‘인식’ 학자들, ‘재인식’에 반격

▲<신사회공동선운동연합> 주최로 열린 ‘공동선 포럼’

‘인식’과 ‘재인식’의 격돌. 뉴라이트 성향의 학자들이 ‘해방 전후사의 재인식’을 출간한 것을 계기로 현대사 인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해방 전후사의 인식’ 집필에 참가했던 학자들이 뉴라이트 진영의 지적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신사회공동선운동연합>(대표 서영훈 전 대한적십자사총재) 주최로 2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해방전후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 포럼에는 ‘해방전후사의 인식’의 필진으로 참여했던 국민대 조동걸 명예교수, ‘해방전후사의 인식’과 ‘재인식’ 집필에 모두 참여한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완범 교수, 독립운동연구소 이명화 연구원 등이 참가했다.

이들은 ‘해방 전후사의 재인식’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에 대해 긍정과 우려, 그리고 반론을 제기했다. 특히 ‘해방전후사 인식’에 민족주의와 좌파적 시각이 강하다는 뉴라이트 진영의 지적에 대해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발제를 한 조동걸 교수는 ‘해방 전후사의 인식’이 민족주의적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군사정권 시절에 글 쓰는 학자가 갖고 있는 생각은 오직 민족주의뿐 이었다”면서 “민족주의가 영원한 가치는 아니나 적어도 남북통일이 될 때까지는 민족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좌파적 시각이 강하다는 지적에 대해 조 교수는 “‘해방전후사를 집필한 교수는 수십 명인데 이들이 모두 좌파인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좌파적 성향의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도 있다”고 해명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완범 교수는 해전사 논란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음을 우려하면서 “해전사 인식이 민족주의에 경도 되지 않았음에도 민족주의적이며 국수주의적이라는 뉴라이트 진영의 주장은 문제가 있다”며 “이런 비판은 선배 학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승만, 박정희 정권이 경제를 발전시켰다는 이유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한쪽으로 치우친 것”이라며 “우리 역사에 도취되지 않는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발언한 이명화 연구원은 “‘해방 전후사의 재인식’에서 대안으로 제시한 문명사관은 한국의 근대 역사를 비추어 보았을 때 우려된다”며 “한국 개항 당시 지식인들에게 풍미했던 근대화 지상주의, 문명개화론이 민족 독립의 가치보다 우선됨으로써 민족 분열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인식’과 ‘재인식’ 논쟁, 다원화된 시대 다양한 역사 인식의 표출

‘재인식’과 ‘인식’의 논란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도 이어졌다.

조동걸 교수는 “‘해방 전후사의 재인식’은 사상문제, 민족주의 문제에 열려 있다는 점이 ‘인식’과의 차이”라고 평가했다.

이완범 교수는 <교과서포럼>의 대안적 교과서 편찬에 대해 “학문적 충돌과 토론이 심각하게 균열되지 않으면 공동의 가치를 찾아 갈 수 있다”면서 “다원화된 시대에 다양한 역사 인식의 표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희 연구원은 “인식과 재인식의 논쟁은 긍정적으로 본다”면서 “인식, 재인식 간의 논쟁이 공회전하지 않고 인식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재인식’ 필자로 참여한 성신여대 김영호 교수는 22일 <한국자유총연맹>이 주최한 자유포럼에서 “대한민국 건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통일지상주의적 사고를 낳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자유주의연대는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21일까지 서울, 부산, 대전, 대구, 전주 등을 돌며 ‘재인식’ 저자들의 순회강연을 열 계획이다.

김용훈 기자 kyh@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