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파견 北 노동자 “삼지연에 원산에 남아나는 것 없다” 토로

[北 식당관계자 인터뷰] "과도한 요구에 돈 빌려서 내기도" "우리 당도 정책 개선해야" 토로

지난 2018년 7월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 있는 식당에서 북한 복무원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 / 사진=데일리NK

북한이 양강도 삼지연 관광특구와 강원도 원산갈마해안 관광지구 건설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에 파견된 북한 해외 노동자들은 여전히 해당 건설사업과 관련한 당국의 헌납 강요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데일리NK 특별취재팀은 중국에 파견된 한 북한식당 관계자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중국 랴오닝(遼寧)성 소재 주요도시 모처에서 진행된 이번 인터뷰에서 그는 “삼지연, 원산 개발 때문에 (당국에서) 굉장히 내라고 해 남아나는 것이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삼지연과 원산 개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는 사업이다. 실제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전당, 전국, 전민이 떨쳐나 삼지연군을 산간 문화도시의 표준, 사회주의 이상향으로 훌륭히 변모시키며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와 새로운 관광지구를 비롯한 우리 시대를 대표할 대상 건설들을 최상의 수준에서 완공하여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후 북한 당국은 내부 주민들에 대해 삼지연과 원산 건설동원과 물자지원을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는 비단 북한 내 주민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도 주요대상 건설 사업에 대한 자금 마련을 지속적으로 요구받고 있다.

“최근에도 내라고 했는데 계속해요. 한 달에 한 번에서 세 번될지 모르겠는데, 이제 농사철이면 비료 돈 내라고하고, 내 노임에서 낼 돈이 없으면 이 사람이나 저 사람한테 꿔 달라고 해서 내다 없으면 못내죠. 한달에 1000원(위안)을 탓는데 1500원을 내라고 해서 돈을 빌려 냈다가 다음 달에 또 그렇게 내라고 하면 낼 수 있겠습니까. 총화 때 못냈다고 하면 뭐 방도가 있나요. 어쩔 수 없는거죠. 그저 비판이야 하죠. 최근에도 많이 냈습니다.”

그에게 현재 해외에 파견된 북한 식당 종업원들의 임금 수준이 어떤지 물었다. 지난 2015년 북한 당국과 계약을 체결했을 당시 월 3000위안(한화 약 50만 원)을 받는 조건이었지만, 이런 저런 명목으로 떼이고 결과적으로는 현재 850~1000위안(약 15만 원)가량을 받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2015년 계약 이후) 복무원들은 지금까지 월급이 오르지 않았습니다. 여자들은 필요한 것이 많으니까, 화장품이나 옷 여러 가지를 사야하니까 150~200원 한달에 쓸 것만 받습니다. 나머지는 끝나고 고향에 돌아갈 때 챙겨줍니다. 800원 월급 받으면 거기서 떼는 겁니다. 3년 일하면 3000달러(약 330만 원) 정도는 법니다. 처음에는 자기 돈 안 준다고 우는 아이들도 있는데 좀 있다보면 자기들을 생각해서 그러는 거라고 이해합니다.”

중국 랴오닝성 단둥 소재의 카페 겸 식당. 지난 2018년 7월 북한 복무원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이 이곳에서 포착됐다. / 사진=데일리NK

그는 지린(吉林)성 소재 도문-훈춘 개발구에 파견된 북한 공장 근로자들의 사정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훈춘에 있는 한 공장에는 실제로 수천명의 북한 주민들이 파견돼 일하고 있으며, 이들의 한달 임금은 600~650원(약 10만 원), 연장근로 수당을 포함하면 800~900원(약 15만 원)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식당 복무원들은 다 평양에서 왔는데 도문-훈춘 개발구에는 지방 사람들이 많습니다. 피복하고 가공하는 곳에서 일합니다. 개성공업단지나 거기나 조직화돼 있으니까 일 시켜먹기는 그만입니다. 과제 양을 주면 무조건 하니까요.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손에 쥐는 것이 600~650원입니다. 그 다음에 연장작업까지하면 800~900원 합니다. (식당) 복무원이 조금 더 낫습니다. 팁도 있어서 그게 좋죠. 그런데 팁도 3분의 1을 빼앗깁니다.”

그러면서 그는 ‘가끔 외출이 가능한 복무원과 달리 공장 사람들은 외출이 엄격히 제한돼 있다’거나 ‘먹는 것은 공장 사람들이 더 낫다’는 등 상대적으로 좋은 점과 나쁜 점을 꼽아가며 중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의 생활 환경을 비교해 설명했다.

“식당 복무원들은 가끔 나올 수 있는데 공장에 있는 사람들은 못 나옵니다. 공장 사람들은 하루에 식사값이 10원인데 그거 가지고 부식물을 사다 만들면 반찬이 5가지 이상 나옵니다. 고기반찬도 나옵니다. 식당 요리사도 조선사람이 와서 만들어 줍니다. 그런데 식당 복무원들은 배추 조금하고 두부 조금 넣고 그렇게 밥을 줍니다. 우리 식당은 다른 식당에 비해 사장이 못됐는지 잘 안 챙겨줍니다.”

한편, 그는 인터뷰 도중 북한 해외노동자에 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내용을 언급하기도 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말 북한의 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 24개월 내 본국 송환’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대북제재 결의 제2397호를 채택한 바 있다.

“지금은 (노동자들이) 중국에 못 들어옵니다. 아마 제재가 풀리지 않으면 다 나가야 할 겁니다. 결의 채택한 것이 12월이니까 그전에 다 빠져야 합니다. 식당부터 공장까지 100% 다 나가야 합니다.”

북한식당 관계자는 본보 특별취재팀과의 인터뷰가 마무리될 때쯤, 중국에 파견된 이후 갖게 된 생각을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정책을 바꿔야 한단 말입니다. 그래야 인민들이 잘 살죠. 중국이 예전에는 못 살았는데 이제는 먹는 걱정이 없잖습니까. 사실 모를 때는 당을 믿었는데 나와서 보니까 ‘아 속았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