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 ‘긴 항해’ 시작

제4차 6자회담에 나선 남북한 수석대표들이 북핵해결 과정을 ’긴 항해’에 비유하며 결연한 의지를 다짐했다.

이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최종 목적지를 향해 출발하지만, 그 과정이 그만큼 험난하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또 협상이 자칫 결렬될 경우 북한 핵무기가 가져올 재앙이 일부 지역이나 국가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주지시킴으로써 6자회담 참가국들이 ’같은 배’를 탄 운명임을 강조한다고 볼 수 있다.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26일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열린 개막식 인사말을 통해 “모든 참가국들이 협력과 이해의 정신에 따라 머리를 짜낸다면 긴 항해를 하기 위해 첫 운항을 시작한 우리의 이 배가 암초에 부딪히지 않고 최종적으로는 비핵화라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6개국을 비핵화를 목적지로 해 첫 발을 내디딘 배로 표현했다.

이에 대해 우리측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도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위해 필요한 기반을 확고하게 다져야 한다”며 “그 항구는 동북아는 물론 세계의 안정과 평화로 향하는 길이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긴 항해’에 배어있는 의미는 북한이 1993년 3월 공화국 성명을 통해 핵무기비확산조약(NPT) 탈퇴를 선언한 이후 불거진 1차 핵위기가 무려 1년7개월만에 제네바 기본합의서를 체결, 해결된 사실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1994년 북.미간 기본합의서를 이끌어내는 데만 1년 남짓이 소요된 점을 감안할 때 한반도 비핵화로 가는 과정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반증이다.

1차 핵위기를 되돌아 보면 1993년 3월 북한이 NPT 탈퇴를 선언한 뒤 그해 6월 북.미 고위급회담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핵무기 불사용 보장 ▲북한 체제 존중 등을 내용으로 한 북.미 공동성명이 발표됐으며, 지루한 줄다리기 끝에 1994년 10월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문을 채택했다.

그렇지만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번 6자회담은 1차 핵위기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북한은 ‘2.10 성명’을 통해 핵무기 보유를 선언한 데다 핵무기 보유국에 걸맞은 해결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한 항해는 북한을 비롯한 관련국들이 어떤 항해를 하느냐에 따라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할지, 아니면 풍랑을 만나 좌초할지 그 운명이 갈리게 됐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