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평화체제 구축, 6자회담 큰 의제 되나?

▲ 힐 美 국무부 차관보<연합>

미국은 베이징에서 열린 4차 6자회담 기간동안 북한이 핵폐기 조건으로 내세워온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 요구에 화답하기 위해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북한을 포함한 관련국들과 심도있는 협의를 진행해왔다고 밝혔다.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17일(현지시간) 국제전략연구소(CSIS)에서 개최된 6자회담 전망 주제의 강연에서 “평화협정 아이디어는 6자회담 13일간 토의됐고 회담 개최 전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베이징에서 대면했을 때도 논의됐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그동안 핵폐기 상응조치로 안전보장에 많은 관심을 보여온 만큼,미국의 평화협정 추진은 일단 6자회담의 실질적 진전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힐 차관보는 “한국 정부와도 북한에 이 아이디어를 제공할 필요성에 대해 협의했고, 중국과도 협의했다”며 “우리는 북한이 이(평화협정)를 추구한다면 우리가 할 의향이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미국이 핵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이 요구하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문제에 대해 정면돌파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6자회담 기간동안 북한 외무성 고위관계자들로부터 “회담 분위기가 좋다”는 말이 나온 데는 미국의 이러한 태도가 반영됐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평화체제 구축문제, 4자회담 염두

그러나 힐 차관보는 “6자회담 프로세스는 평화협정 논의에 적합한 형식은 아니지만, 종국적으로(핵문제가 해결되면) 관련 당사국들이 적절한 포럼을 만들어 추진할 수 있다”고 말해, 핵문제 해결 후 관련국가와 평화협정 문제를 논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은 ‘적절한 포럼’ 형태로 한국, 북한, 미국, 중국이 긴장완화와 평화체제라는 두 의제를 두고 1997년부터 3개월을 주기로 여섯 차례 열었던 4자회담을 염두에 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당시 4자회담은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평화체제의 전제조건으로 들고 나와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았었다.

미국 내에서는 그동안 북한이 요구하는 평화협정 체결이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지고 한미동맹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이 주를 이뤄왔다.

힐 차관보는 “북한은 우리에게 대북 적대시 정책을 폐기하라고 요구해왔는데, 우리가 북한 적대시 정책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필요하다면 이를 준비해 추진하겠다”며 미국의 입장 변화 배경을 설명했다.

북한은 지난 1974년 3월부터 주한미군의 철수와 함께 북•미 평화협정의 체결을 요구해 왔다. 1994년 4월부터는 이를 ‘새로운 평화보장체계’라고 하면서 정전체제의 무력화 논리로 활용해왔다. 또 북한은 1996년 2월에는 북•미 잠정협정을 체결하여 주한미군의 당분간 주둔과 임시적 군사관리기구의 구성을 요구했다. 2000년 10월에는 ‘미-북 공동코뮤니케’를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문제와 관련, ‘4자회담 등 여러가지 방안’이라는 문구가 삽입됐다.

미-북 평화협정 체결 시기 두고 이견 가능성 높아

4차 6자회담 기조연설에서도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미국은 조선에 대한 제도 전복정책을 포기하고 평화공존을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구축을 공약해야 한다”고도 했다. 김 부상의 제도적 장치의 의미는 평화협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북한은 ‘조•미관계가 정상화되고 신뢰가 조성되며 핵 위협이 제거된 뒤’ 핵폐기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핵폐기 후 평화협정을 추진한다는 미국측 입장과는 여전히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 북한과 미국이 고려하고 있는 불가침이나 무력 불사용 보장 방식과 같은 평화협정의 내용에 대해서도 이견이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 평화협정 체결은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상황의 대변화를 불러올 수 있어 미국의 추진 의사만으로도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