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드라마 보고 흉내 낸 무산군 청장년 8명 ‘공개재판’ 받아

북한 함경북도 무산군 전경.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함경북도 무산군에서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보고 등장인물들을 흉내 내거나 주변에 그 내용을 전한 8명의 청장년이 공개재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30일 데일리NK에 “무산군의 청장년 8명이 남조선(한국) 영화, 드라마, 노래 영상물들을 보다가 인민반 주민들의 신고로 보위부에 체포돼 지난 21일 공개재판을 받았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12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한 이후 인민반을 통해 주민과 주민 사이에서 법 위반 행위를 발견하면 서로 적극적으로 신고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영상물을 시청한 청장년들도 인민반의 신고로 보위부에 붙잡히게 됐는데, 이들은 결국 지난 21일 무산군 읍 중학교 마당에서 공개적으로 재판을 받았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도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연합지휘부에서 내려온 7명의 법관이 학교 교실 책상들을 밖에 내다 붙여놓고 주런히 주석단에 앉은 가운데 공개재판이 열렸다”며 “이 재판에서는 8명의 무산군 청장년들을 앞에 세워놓고 남조선 영상물에 등장한 주인공들을 흉내 내고 주민들에게 내용을 전달하거나 유포시킨 일당들이라고 소개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특히 재판에 부쳐진 8명의 청장년은 한국 영화 ‘공작’과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여러 번 보았고, 심지어 그 주인공들이 나오는 다른 영화와 드라마들까지 전부 찾아내서 본 것으로 알려져 문제가 더 심중하게 다뤄졌다고 한다.

소식통은 “재판에서는 이들의 죄과를 언급하면서 이들이 봤다는 영상물의 내용에 대해서는 일체 말하지 않고 ‘감히 공화국의 존엄을 훼손하고 있지도 않은 허위, 조작, 날조된 내용들로 각본 된 남조선 영상물은 우리의 사상진지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말했다.

이어 소식통은 “국가적으로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행위에 대해 법적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나섰는데도 이 같은 행위들이 지속적으로 적발되는 것은 당과 법 기관들을 우습게 보는 행위, 모독하는 행위나 같다면서 이들은 무기징역감이라고 엄중하게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재판에서는 이들이 주민들의 신고로 체포됐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경각성 있고 예리한 주민들의 눈초리에 안 걸려들 자가 없으며, 이런 자들은 언제든 걸려들게 돼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무산군의 주민들, 특히 간부들은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에 대한 법적 처벌 강도가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기 때문에 가족 중 한 사람이라도 무분별하게 남조선 영상물을 보다가 걸리면 전체가 망한다면서 가족 통제에 어느 때보다도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으로 일부 무산군 주민들은 “최근 사상 문제로 잡혀간 청년들이 많은데 이러다가 군(郡) 청년들이 다 잡혀가겠다”면서 “보고도 좀 못 본 체하고 우리끼리라도 사람 잡이를 하지 말자”고 호소하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