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본 북녘] 폭 좁아진 DMZ…봄철 대형 산불에 시달려

남북 양쪽서 과거 산불 피해지 6곳 식별...의도적 방화 가능성

길이 248㎞에 폭이 4㎞인 것으로 알려진 비무장지대(DMZ)에서 남북 양측 모두 정전협정을 위반하고 안으로 좁혀 들어가 군사시설을 설치한 것과 과거 봄철 대형 산불(6곳)이 발생하여 훼손된 실태 등을 구글어스 영상에서 확인하였다. DMZ의 자연자원을 세계적인 생태계 보고(寶庫)로 발굴·보존하려는 관심이 국내외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반면, 봄철에 주로 발생하는 대형 산불로 자연 식생 및 동식물 생태계가 훼손될 것이 우려되고 있다.

그림 1. 북한 강원도 창도군 수동리 지역 북측 DMZ에서 산불흔적이 여러 곳에서 식별된다. /사진=구글어스

위 그림 1에서 DMZ 북측구역 산 비탈면에서 산불 흔적이 여러 곳에서 식별된다. 능선 정상부에 북한 전방초소가 있고, 군인들이 시야를 가리는 풀숲을 제거하기 위하여 주변에 일부러 불을 놓아서 산불이 발생한 듯하다. 사계청소라고 불리는 이러한 군사행위는 전방감시 및 사격권 확보를 위하여 방해물을 제거하는 것으로서, 남북한 양측 모두에 의하여 자행되고 있다. 바람이 등 뒤에서 불어오는 날과 시각을 이용하여 불을 놓는데, 상대측 초소 근방까지 불이 번져서 위협을 줄 때도 있다고 한다.

아래쪽 계곡에는 북한강이 흐르는데 하천 중앙을 따라 군사분계선이 설정되어 있다. 북한 초소에서 하천(군사분계선)까지는 도상거리가 952m로 측정되었다. 1953.7.27.에 체결된 정전협정에 의하면 남북으로 각각 2km 폭의 비무장 완충지대를 두기로 되어 있는데, 북한이 협정을 위반하고 남쪽으로 1,000m 넘게 내려온 것이다.

비무장 완충지대를 좁혀 들어가 군사시설을 설치하는 위반행위는 남북 양측 모두에 의해 마찬가지로 자행되고 있다. 그림 2에서 보면, 하천을 사이에 두고 남북에 각각 전방 감시초소가 설치되어 있는데, 북한 초소는 하천에서 535m, 남한 초소는 870m 거리에 위치하여 피차간 모두 정전협정을 위반하고 있다. 북한강은 상류의 임남댐(일명 금강산댐)에서 내려와 오른쪽으로 흘러서 우리의 강원도 화천군 평화의 댐으로 흐른다.

그림 2. 하천을 사이에 두고 남북으로 초소가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강이 유유히 남으로 흐르고 있다. /사진=구글어스

DMZ 내 과거 산불발생 이력에 대하여 구글어스 영상에서 좀 더 살펴보았다.

아래 그림 3에서 우리의 강원도 철원읍 사거리와 9.8km 거리에 있는 DMZ에서 2015년 5월 산불이 크게 발생하였다. 산불 피해면적은 총 827.7㏊이며, 이 중 남쪽이 446.0㏊로 절반이 넘는 피해(56.3%)를 입었다. 그림에서 노란 실선은 구글어스 측에서 올린 남북 군사분계선인데, 정밀도는 다소 미흡해 보인다.

그림 3. 강원도 철원읍 사거리에서 9.8㎞ 거리의 DMZ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사진=구글어스

그림 4(아래)에서는 경기도 연천군 중면 도연리 DMZ에서 2014년 4월 산불이 크게 났는데, 흰 연기가 넓게 피어오르고 있다.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연기에 가린 북측 구역을 제외하고 남측구역만 살펴보더라도 1,121.1㏊의 산불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이 된다. 우하단에는 영상이 일부 미촬영되어 다른 영상을 배경으로 넣었다.

그림 4. 경기도 연천군 중면 DMZ에서 산불이 크게 나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구글어스

그림 5의 경기도 연천군 왕징면 고잔상리 DMZ에서 2011년 봄에 산불이 크게 나서 6,978.6㏊의 숲을 태웠는데, 남측구역 피해가 54.1%(3,778.8㏊)를 차지한다. 참고로, 산불 피해면적(총 6,978.6㏊)을 축구 경기장(국제규격 = 105m×68m = 0.714㏊)를 비유로 계산하면 9,774개의 크기 즉, 축구장 10,000개에 가까운 숲이 불에 탄 것으로 추산된다.

그림 5. 경기도 연천군 왕징면 DMZ에서 산불이 크게 나서 넓은 면적을 태웠다. /사진=구글어스

그림 6의 경기도 파주시 장남면 판부리 DMZ에서도 2017년 2월 산불로 524.4㏊를 태웠고, 남측이 178.7㏊(34.1%)의 피해를 입었다.

그림 6. 경기도 파주시 장남면 DMZ에서 큰 산불이 났다. /사진=구글어스

그림 7의 경기도 파주시 진동면과 장남면 일대 DMZ에서도 2014년 봄에 산불이 발생하여 오른쪽에 영상이 일부 잘린 부분을 제외하고 974.2㏊를 태웠다. 남측피해가 674.6㏊로 69.2%를 차지한다.

그림 7. 경기도 파주시 진동면과 장남면 일대 DMZ에 산불이 나서 숲을 까맣게 태웠다. /사진=구글어스

이러한 DMZ의 대형 산불은 자연발화라기보다는 남북 양측 군인에 의해 의도된 방화인 것으로 보여진다. 이곳에서 산불은 주로 봄철에 발생했는데, 여름이 시작되어 본격적으로 숲이 우거지기 전에 방해물을 제거하려는 것이며, 이러한 대형 산불은 위에서 언급된 지역 외에도 DMZ 내에 많이 있을 것으로 예상이 된다. 인공위성이 한반도 DMZ에만 고정되어 촬영하는 것이 아니고, 지구촌 구석구석을 돌다가 한반도 상공을 지나면서 우연히 촬영한 것이라서 확인되지 않은 크고 작은 산불은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반도의 슬픈 자화상인 DMZ는 역설적이게도 세계적인 자연생태계의 보고로 국내외적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희소성 높은 자연자원을 발굴·보전하여 글로벌 생태관광 명소로 조성하자는 움직임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이에 환경부와 산림청을 필두로 국방부는 물론이고 통일부 등 여러 중앙 정부 부처와 지자체 그리고 각계 시민단체 등이 총 망라되어 공동연구 및 조사를 하자고 북한에 제안하기도 하였다. 우선 남쪽 DMZ라도 먼저 연구·조사하려는 시도가 여러 차례 추진된 것으로 알려지는데, 봄철에 주로 발생하는 DMZ 대형 산불이 의도된 방화든 자연발화이든 이로 인한 자연 생태계의 훼손은 일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에, 이곳에 사는 동식물들의 안위가 괜스레 염려스러워진다. 가재, 붕어, 개구리는 잘 있는지?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