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본 북녘] 평양 순안공항 ICBM 발사장 ‘논란’

해외 유명 대북 웹사이트 간 평가 엇갈려...北 불장난 맞춰 우리도 고해상 영상 자원 갖춰야

3월 16일 북한은 평양 순안공항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였는데, 이륙 직후 폭발하면서 ICBM 시험발사에 실패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에 대해 국내외 언론 매체에서는 서로 다른 해석으로 약간의 논란이 일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세계에서 가장 큰 사이즈의 역대급인 것으로 알려져서 ‘괴물’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하였다. 하지만 우리 국방부 대변인에 의하면, “ICBM이 크다고 좋은 것은 아니고, 작고 탄탄(Compact)하게 만들 것을 북한이 기술력이 부족해서 크고 투박하게 만들었다”는 설명이 있었다.

이번 북한 ICBM 시험발사에 대해 코리아중앙데일리(3월 15일자 영문 기사)는 센티넬-2호 위성영상을 첨부하여 발사장으로 추정되는 지역을 해석하고 다음과 같이 보도하였다. “순안공항 북부비행장 남단 공터의 발사장에서 단단한 형태의 조각(Strips)이 식별되었다”고 하였고, 이는 “발사체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바닥에 깔아 놓은 콘크리트 재질의 물체일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그림 1).

그림 1. 평양 순안공항 북부비행장 남단에 콘크리트 같은 길다란 흰 색 조각이 설치된 것이 식별되고 있다. 일부 미디어는 이곳이 북한이 그간 ICBM을 시험 발사한 곳이라고 판독하였다. /사진=센티넬-2호 영상

이에 대해, 필자도 유럽우주청(ESA)이 운영하는 센티넬-2호 컬러영상을 해당 웹사이트에서 내려받고, 밴드색상을 다르게 조합하는 등 몇 가지 분석을 통해 확인을 시도해 보았다. 컬러밴드 조합이 자연 색상과 식생 파악에 유용하도록 밴드6-밴드4-밴드3 즉, SWIR2-Red-Green의 RGB 컬러조합을 만들어서 아래 그림 2에 나타내었다.

그림 2. 평양 순안공항 ICBM 추정발사장 일대를 컬러 색상조합(B6-B4-B3)을 이용해서 살펴보았다. 일반 밴드조합(B3-B2-B1)에서는 안 보이던 식생지대가 새로운 조합에서 나타났는데, 이곳은 단단한 바닥 재질의 미사일 발사장이라기보다는 일반 풀밭으로 추정된다. /사진=센티넬-2호 영상

발사장 부지는 약 200m×470m(9.4 ha)의 크기이며, 컬러밴드조합(그림 2)에서 살펴본 바에 의하면, 발사장 바닥에는 단단한 콘크리트 같은 조각을 깔아 놓았다기보다는, 연녹색의 색상으로 보아 식생 즉, 풀밭 또는 경작지(밭)를 조성해 놓은 게 아닌가 하는 생뚱맞은 의문이 들었다. ICBM 발사장이라고 보기에 좀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3월 18일 자 인터넷 대북 전문 웹사이트 ‘NK PRO’에서는 앞선 코리아중앙데일리와는 다른 분석을 내놓았다. 위의 지역은 미사일 발사장이 아니라 일반적인 경작지에 불과할 수 있고, 길다란 흰 조각은 그냥 비닐을 덮어 놓은 것일 수도 있다는 해석이었다. 이른 3월이면 북한은 통상 봄철 농사준비를 위해 밭벼 모판을 조성하고 볍씨를 뿌리고 비닐을 씌우기도 한다면서 북한중앙통신 3월 14일 자 방송사진과 함께 관련 동영상 자료를 예시로 첨부하였다. 코리아중앙데일리가 머쓱해 할 주장이다.

한편, 38 노스에서도 3월 17일 자 보도에서 상기 발사장(추정) 지역에서 북한이 ICBM을 시험발사 했을 것으로 지목하고, 고해상 위성영상에서 주변에 여러 사람과 차량이 운집하여 분주한 모습을 보인다고 하였다. 이러한 활동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다음 후속 정리를 하는 것이며, 또는 다음 발사를 위해 준비하는 동향일 수도 있다고 평가하였다. 이에 대해서 NK PRO는 이 지역에 인원과 차량이 많이 운집한 것은 북한의 통상적인 봄철 농사준비 관련 동향일 것이라고 단순 평가하고 대비되는 해석을 내렸다.

나아가, NK PRO는 이 지역이 ICBM 시험발사장이 맞는가에 대해서도 근원적인 의문을 제기하였다. 즉, 미사일 발사 시 후폭풍에 의한 지표면의 연소 흔적이 인근에서 전혀 식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이곳에서 남서쪽 아래 1km 지점인 순안공항 북부와 남부비행장 사이 연결도로 상에서 연소 흔적으로 보이는 검은 점이 식별된 바, 이지역이 발사장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였다(그림 3).

그림 3. 평양 순안공항은 북부비행장과 남부비행장으로 나뉜다. 이번 ICBM 추정 발사장으로 38 노스는 북부비행장 남단에, NK PRO는 북부와 남부비행장 사이 연결도로 중간 지점을 지목하였다. /사진=구글어스 영상

이에, 필자는 38 노스 등이 주장한 순안공항 내 ICBM 발사장(추정)에 대해 센티넬-2호 과거영상을 통해서 부지 조성시기와 변화상황 등을 지난해 봄까지 역추적해 보았다. 그리고 이를 정리하여 대표사진 4장을 그림 4에 나타내었다.

그림 4에서 지난해 9월 12일 촬영한 영상을 보면, 북부비행장 하단에 부지를 파헤쳐서 맨땅이 드러난 게 보인다. 컬러 밴드조합(B6-B4-B3)에서 식생이 없는 맨땅은 붉은색 계통으로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후 영상에서는 올해 들어 최근까지 연녹색의 식생 모습이 지속 나타나는 것을 여러 장의 센티넬-2호 과거 영상에서 확인하였다.

그림 4. 평양 순안공항 ICBM 발사장(추정) 지역을 식생 판독에 유용한 컬러밴드로 조합(B6-B4-B3)하여 시계열로 살펴보았다. 부지를 만들고자 공터인 유휴지를 갈아엎어서 2021년 9월 영상에서 맨흙이 드러났고, 이후 이곳에 식생지대(경작지 추정)가 조성되었다. /사진=센티넬-2호 영상

한편, 그림 4에서 올해 3월 6일은 ICBM 2차 발사(3월 5일) 이후 하루가 지난 날짜이고, 3월 16일 영상은 3차 시험발사가 실패한 당일의 모습이다. 이상의 것을 종합하면, 발사장(추정) 부지에는 풀밭을 조성하였고, ‘괴물‘ 사이즈의 거대한 ICBM을 발사하기에는 지반이 다소 약하고 적절치 않아 보인다.

이번에 북한의 ICBM 시험발사장에 대해서 38 노스와 NK PRO는 분석기사를 통해 상충되는 해석을 내리며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그만큼 세계의 관심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고, 이러한 양측 전문가들의 건전하고 신속한 분석 노력과 논쟁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싶다. 양쪽 모두 세계가 인정하는 기술력과 전문성을 갖춘 대북 영상정보 웹사이트이다. 우리에게는 이런 영상 전문 매체가 없다는 점이 아쉽고,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고가의 풍부한 고해상 영상 자원이 또한 마냥 부럽기만 하다.

북한의 ICBM 발사장 논란에 대해서 필자의 판단으로는 NK PRO 측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38 노스의 체면이 구겨질 수도 있겠다. 이에 대해 정답을 알고 있을 북한에서는 어떤 입장일지 궁금하다. 어쩌면 미디어 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런 논란을 은근히 즐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마치 질풍노도의 중학교 2학년 사춘기 악동 청소년이 비밀리에 악행을 저지르고 어른들의 반응이 어떨지 시침 떼고 곁눈으로 지켜보며 속으로 즐기는 것 같다. 아무튼, 고약하다.

이번 3월 16일 발사는 이륙 직후 폭발하여 시험발사가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우리 국방부 대변인에 의하면, 미국의 전자파 교란 공격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하였다. 군사용어로 “Left of Launch”라고 불린다는 작전에 의한 것이라는데, 전파 방해로 시험발사 시 전자장비를 교란시켜 오작동을 일으키게 했다는 것이다. 이 기술은 미국이 과거 이란의 ICBM 시험발사 때에도 적용하여 무력화시킨 바 있다고 한다.

이러한 전자 기술은 IT 강국인 우리 대한민국이 개발을 못 해낼 리가 없을 것이다. 우리도 이런 기술을 확보했는지 문외한이라 잘 모르겠지만 아니라면, 조속히 자체 기술을 개발할 것이 우선 요구된다. 언론에서는 북한이 이번 발사실패로 구겨진 자존심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조만간 추가 발사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0대 어린 지도자가 만지작거리는 이러한 불장난에 세계인이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젊은 무모함이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목의 가시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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