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반미파’, 뭘 믿고 불법농사 짓나?

▲ <평택 범대위>가 국방부 소유 땅을 갈아엎고 있다. ⓒ동아일보

지금 평택에서는 ‘남의 땅 갈아엎기’에 이어 ‘남의 땅에 농사짓기’가 한창이다.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상임대표 문정현)는 소유권자가 ‘국방부’인 땅 70만평에 트랙터를 동원해 갈아엎고 난 뒤, 이제는 거기다가 농사를 짓겠다고 나섰다. 이렇게 해서 평택 미군기지가 확장되는 것을 막겠다는 속셈이다.

그런데 이들은 왜 ‘남의 땅’을 맘대로 갈아엎고 농사까지 짓겠다는 불법행동을 당당하게(?) 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우선 토지의 점유와 사용에 대한 법적 권리를 교묘하게 이용한 측면이 있다. 또 농사지은 땅을 밀어내면서까지 국방부가 공사를 강행하지는 못할 것이고, 만약 그랬을 시 동정적인 여론을 모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국방부 토지 수용, 적법절차 밟아

평택미군기지 확장은 용산미군기지 이전에 따라 2004년 한미간에 합의된 계획으로, 2008년까지 완공 및 기지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미군기지 확장 부지에 대해 2006년 1월 27일 소유권 이전 등기까지 완료했다.

총 349만평의 확장 지역에서 70여 만평을 제외하고는 협의 매수에 의해 확보했으며, 협의 매수에 실패한 나머지 70여 만평과 관련해서는 <중앙토지수용위원회>의 토지수용 결정으로 지난해 12월 22일 법원에 공탁, 국방부로 소유권이 이전됐다. <중앙토지수용위원회>는 토지소유자와 공공사업 시행자의 이해조정 역할을 담당하는 건설교통부 소속 기관이다.

한편 <평택 범대위>는 국방부의 토지매수와 수용절차에 대해 2005년 3월 15일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으나 2006년 2월 기각된 바 있다.

평택 범대위, 점유 ∙ 사용권 노려

그런데 <평택 범대위>는 이 땅을 불법 점유한 채 빈집에 거주하며 “농사를 짓겠다”고 선언, 정부와 극단적으로 충돌하고 있다. 이 단체에는 반미(反美)운동권 인사들이 주소지까지 옮겨가며 투쟁을 주도하고 있다.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이지만, 해당 토지가 이미 법적으로 국유 재산으로 전환됐기 때문에 영농행위 자체가 불법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계고장’을 보내 “국가의 소유이니 불법 점유하고 사용하는 이에게 2년 이하 징역이나 7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경고했으나, 범대위의 활동은 더욱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평택 범대위>측도 나름의 법적 근거를 내세우고 있다. 이 단체의 법률 자문을 맡고 있는 <민변> 천낙붕 변호사는 “토지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개념으로 소유권, 점유권, 사용권이 있다”며 “국방부에 수용되었다고 하더라도 점유권, 사용권에 대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농작물이 독립적인 재산적 가치가 있다면 소유권과 별개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면서 “심지어 무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토지에서 생산되는 작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평택 범대위>의 농사 강행의 위법성에 대해 거듭 묻자 천 변호사는 “(농사 강행 자체는) 사실상 무단으로 점유하는 불법행위”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는 “정부차원에서 충분한 보상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주민들이 법적 체계를 무시하면서 생떼를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고 낭비, 法 권위 추락 불 보듯

현재 <평택 범대위>는 국방부 소유 토지 70여 만평에 대한 논갈이를 진행했다. 농작물이 자라게 되면 또 다시 보상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올해 10월 수확기까지 어떻게든 농사를 지을 것이고, 이것을 담보로 국방부와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원만한 협상이 되지 않을 경우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방식으로 농사를 강행할 것이다. 이 경우 <평택 범대위>는 ‘주민들의 생존권’을 명분으로 내세워 국방부와 끝없는 충돌을 되풀이하면서 어떻게든 시간을 끌 것으로 보인다.

빠른 시일 내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국방부는 공사를 강행하는 수밖에 없다. <평택 범대위> 측에서 농사를 강행해 농작물이 독립적인 재산적 가치를 갖게 될 만큼 자랄 경우, 국민의 정서를 고려할 때 직접적인 행동으로 공사를 진행하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평택에는 ‘농사 강행’과 ‘공사 강행’의 긴장감이 팽팽히 감돌고 있다. <평택 범대위>의 불법 행동으로 공사가 지연되면서 엄청난 국고가 낭비되고 있는 것은 물론, 법의 권위마저 한없이 추락한 손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정재성 기자 jjs@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