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포커스] 김정은 태양상 초상화 등장, 가볍게 볼 일 아니다

김정은
지난달 28일 진행된 김정은 국무위원장 3주년 경축 중앙보고대회 당시 김정은 태양상 초상화가 등장했다. /사진=조선중앙TV 화면 캡처

북한은 지난달 28일, 김정은의 국무위원장 추대 3주년 기념 중앙보고대회를 열었다. 당시, 주석단 벽에 김정은의 대형 초상화가 걸려있었는데, 일반 초상화가 아닌 태양상 초상화였다. 둘의 구분은 근엄한 얼굴이냐, 활짝 웃는 얼굴이냐의 차이다. 활짝 웃는 얼굴을 ‘태양의 모습’ 같다고 하여 ‘태양상’이라고 한다. 김정일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다. 비논리의 끝판이다. 매우 억지스럽다. 그렇다고 이것을 하나의 은유 차원으로 받아들여 그 이상의 내포된 의미를 추적하지 않으면 곤란하다.

지난번 남한 언론매체들이 쏟아낸 관련 기사들을 보면 김정은의 대형 초상화가 걸렸다는 것에 딱 그쳤다. 태양상 초상화라고 언급하며 그것이 어떤 의미를 말해주고 있는지 대해서는 고민한 흔적들이 없었다. 그에 앞서 북한 전문가들조차도 일반 초상화와 태양상 초상화를 구분해서 평가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우리들이 느끼는 것과는 달리, 북한 주민들이 받아들이는 ‘태양상 초상화’는 매우 엄중하다는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지난달, 김정은 태양상 초상화의 등장은 예사롭지 않은 징후이다.

북한에서 태양상 초상화의 첫 등장은 1994년 김일성의 영결식 때였다. 일반 김일성 초상화의 첫 등장은 1968년 무렵이다. 이 당시, 김일성의 초상화는 엄숙한 표정이었는데 그의 생전까지도 그러했다. 그런데, 왜 북한은 김일성의 영정 초상화를 활짝 웃는 얼굴로 대체했을까. 앞서 기술한 대로, 웃는 얼굴은 ‘태양의 모습’으로 치환되고 선전된다.

그 다음, 따라오는 것이 바로 ‘영생’이다. 영생을 하시기에 활짝 웃으신다는 것이다. 모든 김일성 태양상 초상화 아래에는 반드시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라는 문장이 붙어있다. 여기에 걸맞게 김일성 생일은 ‘태양절’(1997년)로 제정되었다.

김정일의 태양상 초상화도 등장하는데, 그의 사후 영정 초상화에서다. 2012년 조선중앙연감은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서 환하게 웃으시는 영상이 2011년 12월 20일 평양의 김일성광장, 당창건기념탑, 평양체육관광장, 4.25문화회관광장, 평양교예극장, 하나음악정보센터, 이후 각도소재지들에 모셔졌다”고 기술하고 있다. 김정일 태양상 초상화 밑에도 마찬가지로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라는 문장이 붙어있다.

비록 김정일의 생일날이 ‘광명성절’로 지정(2012년)되었지만 그를 ‘태양’으로 지칭하는 것이 북한 문헌이나 언론매체에서는 월등히 많다. 물론 김일성은 ‘주체의 태양’으로 김정일은 ‘선군의 태양’으로 구분되어 진다. 필자는 관련 연구를 하면서 북한체제가 얼마나 종교성이 강력한가를 제시한 바 있다(북한 최고통치자의 상징, ‘태양’의 성격에 관한 연구, 2017).

이러한 인식 아래 지난달 김정은 태양상 초상화의 등장은 절대로 대수롭게 여길 사안이 아니다. 김일성, 김정일도 그들의 사후에나 비로소 등장했던 태양상 초상화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아직 시퍼렇게 살아있는 젊은 김정은 태양상 초상화의 등장은 일대 변혁이다. 주석단 앞 벽에 김일성, 김정일의 태양상 초상화가 아닌 김정은의 태양상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는 것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그것도 일반 초상화가 아닌 태양상 초상화가 말이다. 김정은이 활짝 웃는 얼굴이기에 마땅히 ‘태양상 초상화’로 불러야 한다.

필자의 연구에 의하면 김정은도 이미 2014년에 ‘태양’이라는 지도자상징을 획득하였다. 선대와 구분하기 위해 김정은은 ‘세계의 태양’이라고 불려진다. 특이점은 북한에서 이것이 핵무력과 짝을 이룬다는 사실이다. 김정은의 태양상 초상화가 걸려있던 3주년 중앙보고대회 당시에도 최룡해는 ‘핵무장’을 ‘최강의 전쟁 억제력 마련’이라고 에둘러 표현했다.

애초에, 2012년 북한 헌법 서문에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명시될 때부터 김정은은 ‘태양’으로 칭송되어졌다.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판문점 회동할 때도 북한관영 매체들은 일제히 ‘조선의 존엄과 위용을 만방에 떨치는 불세출의 위인’으로 김정은을 띄우며 ‘태양의 강국’을 내세웠다. 노동신문은 7월 4일자 ‘태양의 강국’ 제하의 정론에서 민족의 위대성은 영도자(지도자)의 위대성에 달려있다고 하면서 김정은을 ‘또 한분의 위대한 태양’으로 지칭하면서 ‘태양복’을 누리는 자신들은 ‘태양의 강국의 공민’으로 ‘세계의 최강국’에 살고 있다고 자화자찬하였다.

이처럼 누가 봐도 김정은은 북한에서 ‘태양’으로 존재한다. 그의 태양상 초상화가 이를 강력하게 시사해준다. 노동신문은 같은 날짜에 ‘불세출의 위인, 절세의 애국자를 우러러’ 제하의 기사에서도 또 다른 김정은의 태양상 초상화를 소개하였다. 기사에 실린 사진은 어느 장소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떤 여성 안내원이 김정은의 태양상 초상화 앞에서 모여든 군중들을 향해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하는 사진이었다. 김정은에 대한 우상화 교육장면으로 비춰진다.

앞서 제시한 것처럼, 김일성, 김정일의 태양상 초상화에는 종교성이 강력하게 나타난다. 기독교의 ‘삼위일체’와 같은 존재 방식의 ‘이위일체’로 나타난다. 그런데, 북한에서 김정은이 또 하나의 태양이 되었다. 이것은 북한에서의 ‘삼위일체’가 완료되었음을 말해준다.

북한 문헌들은 김일성, 김정일이 그들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에서 영생한다고, 또 인민들의 가슴에서 영생한다고도 선전도 하지만 가장 우선적으로 내세우는 것은 김정은 안에서 영생한다는 설이다. 기독교의 성자, 예수 그리스도 안에 성부, 성령이 함께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다. 이것은 김정은 정권하에서 그 정치체제가 더욱 종교적 틀로 공고해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김정은이 정상적 지도자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들은 좀 더 숙고해 볼 일이다.

김정은의 태양상 초상화가 공식적으로 걸린 만큼 평양을 비롯해 북한 전 지역에, 특히 김정은의 혁명사적지(현지지도한 장소)에는 빠짐없이 그의 태양상 초상화와 더불어 모자이크 벽화가 세워질지도 모른다. 그 아래에는 “위대한 령도자 김정은 동지를 영원히 받들어 모시리”라는 글자가 새겨질 수도 있다. 북한에서 지도자의 태양상 초상화는 북한 주민들에게 지도자를 “영원히 받들어 모시리”라는 의식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김정은의 태양상 초상화는 북한 주민들로 하여금 그를 향한 영원한 충성을 맹약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강력한 매개체가 될 것이다.

혹자들 말처럼, 과연, 김정은이 정상적 지도자로 급선회하였을까. 선뜻 동의하기 쉽지 않다. 오히려 김정은 태양상 초상화의 등장은 그 의구심을 더욱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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