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포커스] 김정은의 생존 본능과 백두산 대국 건설

[김정은 집권 10년⑤] 개인 사당화 구축...유사 변혁적 리더십으로 독재 체제 강화

장성택
장성택이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장에 들어서고 있다. / 사진=노동신문

올해로 김정은이 정권을 승계한 지 10년이 되었다. 김정은 정권 시기를 필자는 다음과 같이 크게 네 가지 단계로 나눠본다. 1단계는 2012년부터 2013년까지는 <권력구축시기>로 2013년 12월, 장성택의 처형이 결정적이었다. 2단계는 2014년 2016년까지로 <권력강화시기>이다. 3단계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로 <권력공고화시기>로, 4단계는 2021년부터 <권력독점시기>로 볼 수 있겠다.

권력구축-권력강화-권력공고화-권력독점시기로 평가될 만큼 지난 10년간 김정은의 리더십은 큰 위기에 직면하지 않았다. 북한정치 체제 속성인 유훈(遺訓)통치의 강력한 작동이 한몫했다. 하지만 김정은이 선대(先代) 지도자들의 후광으로만 여기까지 왔다고 보기에는 설득력이 약하다. 2016년 제7차 당 대회 이후부터 김정은의 정치적 독자노선 행보가 엿보였고 2021년에는 김정은의 독자적인 혁명사상, ‘김정은주의’가 대두되었다. 이런 점에서 김정은의 생존본능에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겠다.

김정은의 권력독점은 정치적 위상을 넘어 제도적 장치도 완벽하게 구비했다. 2019년 헌법을 두 차례나 개정하여 헌법적 지위 및 권한에 있어 두 선대 지도자들보다 더 우위를 차지했다. 2019년 개정헌법을 ‘김정은 헌법’으로 불러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2021년에는 제8차 당 대회를 통해 당 규약을 전면 수정하여 당의 수반으로 수령의 지위를 확보하면서 당을 완전히 장악하여 ‘김정은 사당화’를 이루었다.

이처럼, 당-국가체제인 북한에서 제도적으로도 전무후무한 자리에 오른 것이다. 일반적으로 제도적 시스템은 현실정치에서 권력을 장악할 때 뒤따르는 안전장치이다. 현실정치에서 리더십이 발휘될 때 그에 걸맞게 제도적 장치도 마련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월 24~27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제1차 조선인민군 지휘관·정치일꾼 강습회를 주재했다고 같은달 30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김정은의 통치술, ‘유사 변혁적 리더십의 전형

과연, 김정은은 지난 10년 동안 어떤 리더십을 발휘했는가? 필자는 김정은의 리더십을 ‘변혁적 리더십’으로 평가한다. 변혁적 리더십은 현대적 리더십 이론 중 하나이다. 다른 하나는 ‘거래적 리더십’이다. 과거 김정일이 당근과 채찍을 활용한 ‘거래적 리더십’을 보였다면, 김정은은 목표지향적인 ‘변혁적 리더십’을 발휘했다.

이 리더십의 특징은 새로운 목표를 통해 부하들(추종자)의 가치관뿐만 아니라 행동방식을 변화시켜 지도자의 통치 및 지도력에 무조건적인 순응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추종자들은 손해와 희생을 감수하면서라도 나아가야 한다는 정신무장 및 행동지침을 받게 된다.

‘거래적 리더십’은 지도자와 추종자 간의 상호교환에 더 초점을 맞추는 반면, 변혁적 리더십은 일방통행으로 강력한 공포정치가 수반된다. 지난 10년간 김정은의 통치술이 바로 이랬다. 김정은은 위에서 4단계로 나눈 매시기마다 분명한 목표를 설정하고 정신개조 운동 및 행동지침을 내렸다.

2012년 정권을 승계하자마자, 북한헌법에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명시했고 2014년에는 북한의 국가목표를 ‘백두산 대국’으로 내세웠다. 2015년에는 핵무력이 백두산대국의 정신적 양식이라고 하면서 핵 보유를 정당화하였고 2017년에는 ‘백두산 3대 장군’에 올랐으며 핵 무력 완성을 위해 무한질주를 했다. 2018년에는 핵무기 완료를 선언하며 핵포기가 아닌 핵동결을 공포했다.

핵 개발로 인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제적 제제에 맞서 자력갱생을 외치며 ‘만리마 정신’, ‘백두산 정신’, ‘백두산 대학’을 내세우며 혁명사상 고취 및 대중노력 동원을 하다가 급기야 2021년에는 김정일이 전개했던 ‘3대혁명붉은기쟁취운동’과 ‘3대혁명소조운동’을 북한 전역에서 다시금 재개하고 있다.

또한, 2021년에는 ‘우리 국가제일주의시대’와 ‘인민대중제일주의시대’를 국가목표로 삼고 올 한 해를 마무리해가고 있다. 2021년에도 ‘백두산 정신’을 내세우는 것을 보면 ‘백두산 대국’이라는 국가목표를 접지 않은 것 같다. 백두산 대국의 최종 종착지는 ‘남조선 해방’이다.

김정은의 공포정치, 통치술은 ‘변혁적 리더십’으로 분류되는 것으로 독재자들에게 나타나는 ‘유사(pseudo) 변혁 리더십’의 전형이다. 이 공포통치는 권력확보, 권력유지 차원에서 김정은 정권 매 시기 마다 작동되었다.

2013년 권력구축시기에는 장성택 처형이 대표적이다. 권력 공고화로 막 접어드는 시기인 2017년에는 자신의 이복형인 김정남을 암살했다. 이 사건은 북한 고위급 간부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던져주었고, 김정은의 불호령이 자신들에게도 언제든지 떨어질 수 있다는 공포심에 사로잡혔을 것이다. 이 시기에 김정은은 핵무력 완성을 강력히 주문했고 그 목표를 달성했다.

권력을 독점한 2021년에 김정은은 ‘대중적 공포정치’를 들고 나왔다. 제7차 당 대회(2016) 이후 대중노력운동으로 전개된 ‘만리마 운동’이 실패로 끝나자 2021년 8차 당대회 이후 김정일이 써먹었던 ‘3대혁명운동’을 재탕하면서 강력한 처벌을 운운하며 숙청의 칼날을 숨기지 않고 있다. ‘3대혁명붉은기쟁취운동’과 함께 진행되는 ‘3대혁명소조운동’은 청년 엘리트들을 홍위병으로 내세워 전국적인 감시 및 보고체제를 더욱 강화시킨 것이다.

지난 10월 11일 평양에서 열린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 개막식에 참석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뒤로 원수복을 입은 김정은 사진과 ‘주체의 핵강국 미싸일 맹주국’ 구호가 걸려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캡처

김정은 정권, 신권() 체제 강화

동시에 우상화 작업 빼놓을 수 없다. 김정은 정권하에서 지도자 우상화(신격화) 작업이 가장 강력했다. 2013년에 ‘수령영생법전’을 만들고, 2014년에는 ‘김일성-김정일 영생론’을 헌법에 명시함으로 제도화시켰으며 선대 지도자들과는 달리 본인 생존시에 ‘태양상 초상화’를 등장시켰다.

그리고 급기야 2021년에는 신적 존재로 상징되는 ‘수령’에 등극하였다. 인민에게 멸사복무, 헌신을 다하는 ‘인민적 수령’이라고 자처했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혁명적 수령관’의 ‘수령중심주의’와 ‘수령제일주의’을 강력히 내세우며 ‘수령결사옹위’를 종용하고 있다. 북한이 2021년에 국가목표로 내세운 ‘우리 국가제일주의시대’는 곧 ‘수령제일주의’와 직결된다. 얼마 전만 해도 ‘수령’하면 김일성을 떠올렸지만 2021년부터는 김정은을 가리키는 용어가 되었다.

노동신문과 북한 언론매체에서 최근 3대혁명화(노선)의 정당성으로 ‘집단주의’를 앞세우면서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구호를 내세우고 있다. 이 구호는 전체주의를 나타내는 상징적 구호로 여기서 ‘하나는’ 수령, 김일성을 가리켰었다. 하지만 2021년 부터는 김정은은 직접적으로 가리키게 된 것이다.

이미 정치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선대 지도자들보다 더 높은 위치를 점한 김정은이 이제는 정신적(사상적)으로도 인민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불가침의 영역, 신적 영역에 도달하고 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신권정치체제로 더욱 변형시켰기 때문이다. 이제 인민 대중들이 김정은이라는 지도자에 대한 ‘신들림의 현상’ 즉, ‘신화적 사고’가 강하게 일어난다면, 북한의 앞날은 더욱더 암울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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