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밖 북한] 러시아 현지 북한 노동 현장에 미친 코로나 영향

김정일과 김정은이 왔다갔다는 현지식당(위)과 사적판.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필자는 지난 9월 29일부터 약 10일간의 일정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지역에 출장을 다녀왔다. 지난 2020년 1월 마지막으로 이곳을 다녀온 이후,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들의 생활이 그동안 어떻게 달라졌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97호는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를 2019년 12월 22일까지 모두 송환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2020년 세계를 뒤덮은 코로나19로 인해 평양-블라디보스토크 간 운항이 전면 중단됨에 따라 일부 노동자들은 북한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발이 묶였다.

공식적으로 허가를 받고 노동을 하던 2020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블라디보스토크 건설장 어디에서나 북한 노동자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방문에서는 확연히 그 수가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었다.

러시아 파견 해외노동자들은 비자가 만료되었기 때문에 이전처럼 블라디보스토크 시내 대형건설장 등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북한 노동자들이 떠나간 자리는 우즈베키스탄과 키르키스스탄 등에서 온 노동자들이 채우고 있었다.

러시아는 구소련 당시에 지어진 아파트가 많아 개인집의 리모델링 공사가 많이 이루어진다. 러시아어를 어느 정도 구사하고, 기술이 있는 노동자는 일명 레몬트(리모델링을 의미하는 말로 북한노동자들이 주로 쓰는 말)를 하며 혼자 생활한다. 일주일에 한 번씩 단체 숙소에 들어가 상납금을 바치고, 총화를 하는 정도다.

대형건설장에서 일을 하는 경우, 숙식은 대부분 현장에 임시로 설치한 건물에서 단체로 생활한다. 이번 출장에서 확인한 건 대형건설장 어디에도 북한 노동자들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는 점이다. 현지 노동자의 증언에 따르면, 대부분 개인별로 레몬트를 하며, 1주일에 한 번 집합하던 총화도 코로나 감염 우려 때문에 대부분 전화 보고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한다.

블라디보스토크 현지 북한 식당, 고려관.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한편, 블라디보스토크에는 3-4곳의 북한식당이 영업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 관광객과 현지인 손님 등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비었다. 이 가운데 고려관, 평양관은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었고, 금강산식당은 문을 닫았다. 금강산식당은 블라디보스토크의 대표 관광지인 독수리전망대와 가까운 곳에 있어서 한국 관광객들도 많이 찾던 곳이다.

북한식당 종업원은 한국인의 방문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였고, 사진이나 영상 촬영도 제지했다. 식당에서 판매하던 북한 술이나 화장품 등은 비행기가 막혀서 들여올 수 없다고 했다. 코로나로 인해 항공편이 중단되어서 사람과 물자가 오갈 수 없을 뿐이지, 대북 제재 때문에 통제되는 것은 아닌 듯했다. 북한식당은 여전히 손님들로 붐볐고, 수익금은 고스란히 김정은의 통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갈 것이다.

아울러, 지난 2021년 4월 26일자 노동신문은 김정은의 블라디보스토크 방문을 기념하여 사적판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필자가 확인해 보니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 플랫폼에 2002년 김정일 방문 당시의 내용과 함께 두 개의 사적판이 나란히 설치되어 있었다. 코로나가 북한과 러시아 간 정치적 교감에는 그렇게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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