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성 시민권 1500달러에 거래”…北, 부당한 제도 개선해야

[탈북박사의 북한읽기] 北경제성장 위해선 거주통제 정책 완화돼야

북한의 도시와 농촌, 지역 간을 가르는 또 하나의 장벽은 바로 주민등록제도이다. 북한의 모든 가구는 자신의 거주지에 등록해야 한다. 이 제도의 핵심은 주민등록이 특정한 거주 지역(location)을 정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도시 주민과 농민을 가르는 특정 신분(status)에 대한 결정이기도 한다. 이 신분을 개인적으로 바꾼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다음 세대에도 적용된다.

물론 예외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자녀의 신분은 부모의 그것에 의해 자동적으로 결정되고 있다. 심지어 농촌 여성은 도시 남성과 결혼하더라도 그 자녀의 신분을 바꿀 수 없다.

오늘날 도시거주가 허가된 사람들(북한에서 평양과 평성의 도시 거주는 보안(경찰) 및 정부, 노동당의 거주 승인번호를 받아야 함)만이 도시에 영구적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1990년대 이후 도시에 대한 접근이 다소 완화되었지만 주민등록제도도, 그에 따른 차별도 엄연히 존재한다.

노동당의 인사로 직장을 옮기거나, 노동부의 해당부서의 승인을 받아 도시에 있는 기업소에 취직을 하는 방법은 있다. 하지만 대도시의 시민권을 취득하려고 한다면 그 방법은 줄어든다. 평양이나 평안남도 평성 같은 특정지역은 거주승인번호가 있어야 하며 평안북도 신의주, 양강도 혜산 등 국경도시에 거주하거나 이주하는 일도 어렵다.

최근 북한의 많은 도시들이 지식 기반 산업을 육성하고자 우수한 대학졸업자들은 큰 어려움 없이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다고 한다. 부유한 개인들도 뒷돈(뇌물)을 주거나 해당 도시에 있는 기업에 대한 상당한 투자를 하는 경우, 또 새로운 사업을 발주한다면 ‘붉은 도장이 찍힌’ 시민권을 손에 쥘 수 있게 됐다.

다만 이런 제도를 모든 주민들이 누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최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평성의 경우 2016~2017년 사이에 약 1만 개의 시민권이 평균 북한 돈 1200만 원(약 1500달러)에 팔렸다고 한다. 일반 주민들은 이런 엄청난 비용을 선뜻 내기엔 부담이다.

이렇게 돈이 없는 이주자들은 공식적인 시민권이 없이 도시에서 머물며 항상 불안 속에서 떨고 있다고 한다.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집중단속이 무섭다고 그냥 가버릴 수도 없다. 그러면 가족의 생계가 문제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들에게도 희망이 차례질 수 있을까.

평성과 같은 시장경제의 붐이 일어나고 있는 도시들은 더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정책 입안자들은 이주자 안정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거주통제를 완화시키는 정책을 실시하는 데 주저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변화의 길로 가는 발목을 잡는 과거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싱가포르에서 역사적 회담을 하였다. 북한 관료들은 자기지도자의 과감한 변화를 본받아 주민들의 초보적 인권도 보장 못하는 낡고 병든 제도를 과감히 부셔버리는 진정한 변화의 주인이 되어야 하다.

북미회담의 성과적 종료와 완전한 비핵화는 전쟁 없는 평화를 위한 새로운 시작이다. 다만 이러한 평화시대에 북한 주민들은 전시와 같은 분위기에서 전투적 생활을 하여야 한다.

북한은 말도 안 되는 주민통제 도구에 대하여 전면적인 검토를 하고 주민들의 초보적 인권도 보장 못하는 악법을 철폐하여야 한다. 이것이 정상국가의 길로 가는 첫번째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