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 北.中국경 승계 유보론 對 불가피론

북한이 중국, 러시아와 각각 체결한 국경조약이 한민족 전체 입장에서 불리하게 돼 있을 수 있는 점을 감안해, 남북통일을 이룰 때는 북한의 영토조약을 그대로 승계하지 말고 ‘유보’ 입장을 취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이장희 한국외대 법학과 교수가 23일 주장했다.

이장희 교수는 이날 아시아사회과학연구원 주최 토론회에 앞서 배포한 ‘통일한국의 국가승계문제의 국제법적 과제’ 제목의 발제문에서 북한이 중.러와 맺은 국경조약들에 대한 연구분석 논문들의 내용을 소개하면서 남북통일조약의 영토조항에 “영토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유보한다”는 입장을 삽입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북.중, 북.러간 경계획정 조약들은 “백두산 천지의 절반이 중국측 관할권에 속해 있다든지, 동해 유역의 영해 및 배타적 경제수역 경계획정의 기준선이 한반도 쪽으로 기울어져 있어 그 선을 확장할 때 상당한 수역이 구 소련을 승계한 러시아쪽으로 편입되게 된다”는 등의 다른 연구자의 논문을 인용했다.

이 교수는 “1957년 10월 14일 북한과 구 소련간 체결된 두만강 하구 유역의 경계협약에서도 가장 큰 삼각주인 녹둔도의 영유권은 현재 러시아에 있는 것으로 돼 있어 통일 후 분쟁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소개했다.

이와 관련, 전남대 이현조 법과대 교수는 북중간 국경조약에 대해 통일한국은 통일독일의 경우처럼 북.중간 기존 국경의 승계 원칙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통일한국이 북중 국경체제를 인정하고 승계한다면 “백두산 상당 부분과 천지 55%가 통일한국에 귀속되나 간도 영유권 주장은 포기해야 한다”고 말하고, 만일 통일한국이 1712년의 백두산 정계비를 근거로 북중 국경조약의 국제법적 효력을 부인하고 간도 영유권을 주장하게 된다면 “(정계비에 따라) 백두산 대부분과 천지에 대한 영유권을 포기”해야 할 뿐 아니라 “우리가 간도라고 부르는 연변을 중국으로부터 할양받을 가능성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장희 교수는 북한의 대외 채무를 통일한국이 승계하는 문제에 대해, 통일한국이 연방제든 국가연합에 준하는 방식이든, 흡수식이든 상관없이 “외채의 선행국은 당연히 현존하는 남한과 북한임이 틀림없어 승계 자체에 논란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하고, 승계 방법은 동서독이 동독의 외채문제를 해결할 때처럼 통일조약에 관련 규정을 두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장희 교수는 한반도 통일 후 미군의 주둔 문제와 관련, 국제법적으로 외국군대의 기지사용 조약은 승계의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므로 “통일한국은 미군주둔을 당연히 승계할 법적 근거는 없다”고 말하고 다만 “통일 당시 달라진 국제정세를 참조해 기지 사용국인 미국과 재협상을 통해 해결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동서독 통일조약은 소련의 안보이해를 존중, 외국군대의 독일 주둔에 관한 조약의 효력범위를 서독에 한정시킴으로써 나토군이 동독지역에는 주둔할 수 없게 했다면서 “만약 (남북한 통일 후) 미군이 계속 주둔하는 경우에도 그 영역은 남한 지역에 국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경우 한미행정협정을 개정해 “현재 무상으로 제공하는 주한미군 기지를 일본이나 필리핀처럼 임대기지로 전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