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피해자, 제때 치료받지 못해 결국 사망…보도보다 상황 심각”

산사태 등 피해 속출, 올 수확량 감소 우려...소식통 "당국 지원 아직 미미"

태풍 피해복구
황해도 주민들이 13호 태풍 링링으로 인한 피해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 당국이 제13호 태풍 ‘링링’으로 8일 현재까지 5명이 사망하고 전국의 농경지가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자연재해에 의한 피해 정도를 신속히 보도하고 복구 상황을 전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되는 가운데, 실제 피해 상황은 이보다 정도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후 “국가비상재해위원회에 현재까지 종합된 자료에 의하면 5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당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며 “4만 6200여 정보(약 458㎢)의 농경지에서 작물이 넘어지거나 침수 및 매몰됐다”고 밝혔다. 이어 통신은 “전국적으로 210여 동에 460여 세대의 살림집과 15동의 공공건물이 완전 및 부분적으로 파괴되거나 침수됐다”고 전했다.

본지는 태풍 ‘링링’이 북한 지역을 휩쓸고 지나간 지난 8일 저녁 황해남도에 거주하는 북한 소식통과 긴급 인터뷰를 통해 북한 현지의 태풍 피해 사실을 확인했다. 전국적으로 사망자가 5명이라고 밝힌 북한 매체의 보도가 사실이냐는 질문에 소식통은 “현재 이 지역에만 10명이 넘게 죽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전국적으로는 사망자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태풍으로 인해 건물이 무너지면서 다친 부상자들이 많은데 이들이 제 때에 치료를 받지 못하면서 점점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태풍이 북상하던 6일 당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국가적 비상재해방지대책을 논의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안일한 인식에 사로잡힌 당과 정부가 태풍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각 지역별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자연재해 발생 전 대책 마련을 지시하고 상황 발생 이후 피해 및 복구 상황을 신속히 보도한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드문 일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이같은 태풍에 대한 대책 마련 지시에도 불구하고 인터뷰가 진행된 8일 저녁 현재까지 중앙당에서 피해 복구를 위한 물자나 이재민들을 위한 거처 및 식량 마련 등 실질적 지원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래는 황해남도 소식통과의 일문일답]

– 김 위원장이 긴급 회의 소집했고 군을 중심으로 사전 대비를 철저하게 하라는 지시도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실제로 현지에서는 어떤 조치가 취해진 게 있나?

“이번에는 당에서 피해 상황을 파악해서 신속하게 전하고 긴급하게 복구를 진행하라는 지시도 내려왔다. 이례적인 일이라고 여기서도 얘기한다. 그런데 피해 복구를 하라는 지령만 떨어졌지 복구를 위한 도구나 재건을 위해 필요한 연유(燃油), 세멘트(시멘트), 목재, 철강재 등 물자 지원은 전혀 없다. 빨리 복구를 하라고는 하는데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 그러면 현지에서는 누가 주축이 되서 어떤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나  

“주민들이 각자 알아서 한다. 각자 곡괭이 들고 도로에 나가서 빗물에 패인 웅덩이나 메우고 있고 부러진 나무 치우고 그러고 있다. 겨우 그정도 하는거지 당장 재건을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산사태가 나는 등 피해가 큰 지역의 경우 추가 사고가 우려돼 인원 접근이 불가능한 상태다.”

– 산사태가 난 지역은 어디인가  

“송화군과 과일군에서 산사태가 났다. 산사태로 그 밑에 자리잡았던 가옥들이 무너져버렸다. 농민들은 완전히 한지(바깥)에 나앉았다. 뿐만 아니라 이 지역은 과일 농사를 많이 하는 곳인데 과일이 바람에 다 떨어졌다. 이 지역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 곡창지대로 알려진 황해도 피해가 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올 가을 수확량이 급감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현지에서는 어떻게 판단하고 있나

“농작물 피해가 상당히 크다. 황해남도 대부분의 논이 짠물에 잠기는 등 짠물 피해가 가장 크다. 옥수수도 다 쓰러졌다. 뿐만 아니라 협동 농장에 있는 탈곡장 지붕이 다 날아간 상황이다. 수확 전까지는 다 복구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한다. 올 해 수확량에 상당히 영향을 미칠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 다른 피해 상황은?

“농가 피해가 많은데 소, 염소, 토끼 등 가축 폐사도 잇달았다. 뿐만아니라 황해남도 강령, 해주, 배천 연안에서는 많은 양식장들이 파괴됐다. 또 강령, 몽금포, 해주 등지에서는 수백 척의 배가 깨어지는 등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