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1만명 돌파 기념대회’…이제부터 할일은?

▲탈북난민운동본부가 27일 개최한 ‘탈북자 1만명돌파 기념대회’

탈북난민보호운동본부(운동본부)에 따르면 1월 초에 ‘하나원’ 입소자를 기준으로 국내입국 탈북자 누계가 총 1만113명이 되었다.

운동본부는 27일 ‘탈북자 1만 명 돌파 기념대회’를 개최했다. 탈북자들을 비롯한 참가자들은 이날 결의문에서 “탈북자 1명이 북한동포 1명을 구출하는 운동을 적극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노무현 정부와 집권세력, 모든 정치세력은 북한민주화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 2일 북한민주화동맹 등 탈북자 단체들도 올해 12월 대선에서 북한 인권문제 해결에 소극적 태도를 보여 온 좌파정권의 종식을 위해 1천명 규모의 ‘행동부대’를 조직해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은 정부의 햇볕정책이 김정일 정권만 살찌우고, 북한의 인권문제 등을 외면했다며, 북한민주화를 위해 탈북자들이 직접 행동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탈북자 1만명 시대가 탈북자 개개인에게 상당한 역사적 책임감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한 사지에서 탈출해 일신만의 영화를 추구할 수 없다는 양심의 발로로도 볼 수 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국내 입국한 탈북자들은 자유의 땅을 찾아왔지만 오히려 이곳에서 김정일과 화해협력을 떠드는 사이비 햇볕 놀음에 잔뜩 주눅이 들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정치를 경험한 탈북자들이 이제는 ‘햇볕정책으로는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단호히 선언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가 1만 명을 넘어섰다고 하지만, 재중 탈북자를 비롯한 전체 탈북자 규모에 비하면 결코 많은 숫자가 아니다. 탈북자의 남한행은 앞으로 더 많아야져야 하고, 많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계속되는 탈북자들의 국내 입국 러시에도 불구하고 탈북자들의 활동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동안 북한민주화운동은 북한인권단체와 소수 명망있는 탈북자들을 중심으로 진행돼왔다. 이로 인해 북한문제의 당사자들인 탈북자들이 정작 형제들의 고통을 개선하는 데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일부에서 제기돼왔다.

현재 자유북한방송, 탈북자동지회, 숭의동지회 등의 단체들이 전체 탈북자를 대표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지만, 전체 탈북자들의 규모에 비하면 소수에 불과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조건에서 북한민주화동맹이 올해 전체 탈북자들을 아울러 목소리를 내겠다는 소식은 매우 반갑다. 이런 작은 발걸음이 향후 탈북자들이 힘을 모을 수 있는 장을 제공하고, 그 파장을 계속 확산시켜 나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많은 탈북자들은 북한문제 해결의 열쇠는 북한민주화밖에 없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북한에서 인권유린을 경험한 당사자들이 북한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것 만큼 정당하고 효과적인 것은 없다.

그동안 탈북자들이 우리 사회 소수로 묻혔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탈북자들의 정치 결사체 건설은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북한 내부 조건을 보더라도 탈북자들의 움직임은 절실하다. 김정일은 핵실험 이후 제2의 고난의 해군을 외치면서 주민들의 삶을 다시 한번 벼랑으로 내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국경에 대한 단속은 더욱 심해져 주민들을 옴짝달싹 하지 못하도록 옭아매고 있다.

북한 변화의 주역은 북한 주민이자 탈북자들이다. 남한사회에 새롭게 적응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어려움이 큰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사선을 넘었을 때의 각오만큼이나 북한의 현실은 탈북자들의 활동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향후 북한 사회의 재건의 주역이 돼야함도 주지의 사실이다.

탈북자들은 오늘도 두고 온 가족과 형제들이 하루하루를 생존의 전투 속에 내몰리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