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증언으로 본 北 인권실태

동국대 북한학연구소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의뢰로 지난해 10월~올 1월 조사한 북한의 인권 실태를 보고서로 펴내 8일 공개했다.

보고서는 제3국 체류 탈북자들의 인권상황과 탈북 과정에서 겪는 인권 문제, 정착 후의 문제점 등 탈북 전반에서 겪는 인권 침해 요소들을 두루 지적하고 있다.

연구소는 탈북자 50명을 심층 인터뷰했으며 설문조사는 하나원의 탈북자 교육생 100명을 대상으로 했다.

◇ “북송 탈북자 인권유린 심각” = 작년 10월 입국한 A(55.여.유치원교사)씨는 탈북 후 무산보위부와 청진도 집결소로 북송된 뒤 겪은 인권 유린 실태를 고발했다.

A씨는 “무산 보위부에 처음 잡혔을 때 옷을 아예 다 벗기고 손을 머리에 얹고 앉아 일어나 50번을 하거든요. (중략) 옆에 사람들에 물어보니까, 돈이 항문이나 자궁에 돈을 넣은 것이 나온데요. 그렇게 하면”이라고 말했다.

A씨는 또 청진도집결소의 경우 임신한 탈북 여성들이 겪은 참상도 소개했다.

“애기 나면 애기를 코를 땅에 닿게끔 엎어놔요. 이렇게 엎어놓으면 애기가 울잖아요. 살겠다고, 버둥거리면서 살겠다고 울고 정말 그럴 때면 엄마는 애기가 죽기를 기다리는 게…”

A씨는 이런 과정을 거친 뒤 안전원들이 “이렇게 우는 과정을 봐서라도 중국 다시 가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공개처형에 대한 증언도 여럿 나왔다. 특히 북한에서 주요한 축력이자 운송수단인 소를 훔치거나 밀도살한 경우에도 공개처형을 한 것으로 나타나 1990년대 후반 이후 북한의 식량난과 경제난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보여준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밖에 “과다한 브로커 비용으로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다”거나 “단기 교육을 마치고 출소한 뒤 곧바로 취업하기 어렵고, 한국 사람 보다 몇 배 노력해도 쫓아가기 어렵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한국 정착 이후의 문제에 대한 증언도 나왔다.

◇ “4명 중 3명 공개처형 직접 목격” = 설문조사는 탈북과정, 북한에서의 일상생활,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한 28개 문항으로 진행됐다.

탈북 동기를 묻는 질문에 ‘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라는 응답이 전체의 43%로 가장 많았으며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와 ‘정치적 억압 때문’이라는 응답이 각각 20%로 뒤를 이었다.

북한 생활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으로 응답자의 62%가 ‘먹는 문제’를 꼽았으며 ‘능력에 따른 대우를 못 받는 점’이란 응답이 15%를 기록했다.

북한의 인권상황에 관한 설문에서 출신성분에 의한 차별이 있느냐는 질문에 ‘매우 많다’는 응답이 71%, ‘조금 있다’가 18%로 약 90%의 탈북자는 출신성분에 따른 차별을 느낀 것으로 조사됐다.

또 공개처형을 직접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이 75%, ‘본적은 없지만 소문은 들었다’는 응답이 17%에 달했다.

◇ “국제기구 또는 NGO가 나서야” = 연구소는 이같은 인권유린 실태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 문제에 직접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구소는 보고서 결론에서 “북한은 미국이 제기하는 북핵문제와 인권 문제를 체제 전복을 위한 ‘2개 기둥’으로 인식하고 반발한다”며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를 공식 제기할 경우 남북 관계는 경색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연구소는 “이라크 전쟁에서 확인했듯이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풀지 못하고 전쟁의 참화가 한반도에 불어닥치면 우리 민족 상당수가 최소한의 기본권도 보장받지 못할 것”이라며 “북핵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면 북한의 경제난 해소와 민주화 촉진으로 북한 인권 상황도 개선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연구소는 “따라서 북한 인권 문제는 정부가 직접 나서기보다 유엔 등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NGOs) 차원에서 다루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