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살·무기징역 처벌에도 北 주민 여전히 미신 좇는다

소식통 "군, 당 간부층 아내들이 더욱 미신에 관심…비용으로 쌀 50kg 값어치 내기도"

북한 함경북도 남양 시내에 주민들이 모여있는 모습. /사진=데일리NK

북한 당국이 미신을 좇는 주민들에게 엄격한 법적 처벌을 내린 사례가 여럿 포착되는 등 미신 행위 근절을 위한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북한 사회에는 미신이 만연해 주민들의 의식과 행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11일 데일리NK에 “사회생활 전반에 걸쳐 미신이 확산돼 있다”며 “특히 군, 당, 검찰소, 보안소, 보위부에 남편을 두고 있는 여성들이 더욱 미신에 관한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간부층의 아내들이 미신에 의지해 남편의 승진이나 보직 이동, 해임, 철직(직위해제) 등 신상을 알아보고 부적을 붙이거나 액땜을 하는 일은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감을 느끼는 돈주들이나 유통업자들도 미신에 기대, 위로를 받으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그는 “미신 중에서도 점보기가 제일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그 다음으로 관상이나 손금을 많이 본다”면서 “신 내림을 받았다는 무당이 나타나면 사람들이 갑자기 몰려 장난이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렇듯 미신은 북한 주민들의 행동과 의식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손 있는 날과 없는 날을 구분해 결혼이나 이사 등 집안의 대소사를 결정하는 것은 이미 관행이 돼 버렸고, 십이지(十二支)나 36계명에 따라 친구를 사귀거나 사업대상을 택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주민들의 미신 행위를 주도하는 점쟁이나 무속인은 주로 생활이 열악한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이며, 이들은 사주풀이가 기록된 책을 돈 주고 베껴 공부하는 등 스스로 사주명리학을 학습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복채나 굿 비용은 점을 치거나 굿을 하는 사람이 어느 정도 인기가 있느냐에 따라 다르게 책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자가 많으면 값이 올라가고 없으면 떨어지는 방식으로 때에 따라 정해지기도 하는데, 보통은 쌀 5~15kg 정도를 살 수 있을 만큼의 돈을 내고 많게는 쌀 50kg 어치의 돈을 지불하는 경우도 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현재 북한 당국은 미신을 섬기거나 믿는 것을 ‘비사회주의’ 행위로 규정하고 일명 ‘그루빠’(단속조직)와 여맹 등 각 근로단체나 보안서를 통해 미신 타파를 위한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시기성을 띠고 집중단속을 진행하거나 특정 방침이나 포고를 내려 캠페인식 사업을 벌이는 등 다양한 형태로 주민들의 행동과 의식을 통제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미신 행위에 대한 북한 당국의 엄격한 처벌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점차 두드러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본보는 지난해 12월 함경북도 청진에서 미신 행위를 주도한 20대 초반의 점쟁이가 총살당하는 사건이 벌어졌고, 올해 3월에는 평안남도 평성에서 점쟁이에게 무기징역 판결이 내려진 사례가 있었다는 내부 소식통들의 전언을 보도한 바 있다.

이는 북한 형법이 규정하고 있는 형량 범위를 뛰어넘은 것이어서 당국이 그만큼 주민 사회 전반에 걸친 미신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미신 행위에 따른 민심 동요와 내부 결속력 약화를 철저히 차단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도 나왔다.

북한 형법상 ‘사회주의 공동생활 질서를 침해한 범죄’로 분류되는 미신행위죄(제256조)는 ‘돈 또는 물건을 받고 미신행위를 한 자는 1년 이하의 노동단련형에 처한다. 여러 명에게 미신행위를 배워주었거나 미신행위로 엄중한 결과를 일으킨 경우에는 3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 정상이 무거운 경우에는 3년 이상 7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