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절 행사 뒤 한집에 모여 술판 벌인 청년일꾼들, 공개비판 받아

북한의 ‘청년절'(8월 28일)을 경축하는 학생 무도회가 각지에서 진행됐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청년절(8월 28일) 행사가 끝나고 저녁에 모여 술자리를 가진 여러 명의 청년조직 일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시기에 걸맞지 않게 행동했다는 이유로 공개비판을 받고 해임·철직된 것으로 알려졌다.

8일 데일리NK 함경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단천발전소 건설장에 동원돼 여단 청년동맹 위원장으로 활동하던 37살의 전모 씨와 예하 초급일꾼들은 청년절 행사가 끝난 뒤 함께 모여앉아 술을 마시며 즐기다가 야간 순찰대에 단속돼 처벌을 받았다.

이들은 시간을 내 다같이 모이기 어려운 코로나 시기에 청년절 행사로 오랜만에 얼굴을 보고 내친김에 저녁 식사를 함께하려 아내들까지 동반해 한 집에 모였다가 문제시됐다는 전언이다.

실제 소식통은 “청년절 당일 저녁 10여 명의 인원이 한집에 모여앉아 지난 얘기들을 하며 즐기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손전화기(휴대전화)에 저장해 둔 음악까지 켜놓고 춤을 추면서 흥얼거렸는데 그러다 노랫소리를 듣고 뛰어든 순찰대에 걸려들었다”고 말했다.

처음 이들은 코로나19 비상방역 시기에 마스크도 쓰지 않고 모여 있는 것을 지적하는 순찰대에 “당에서도 청년절을 축하해주는 분위기이고 이렇게 모두 모이기가 쉽지 않아 오랜만에 모인 것”이라며 차분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순찰대는 “우리들에게도 나름의 단속 의무가 있다”면서 이들의 행동을 계속 지적했고, 이 과정에 술을 마신 몇몇 청년조직 일꾼들과 실랑이가 빚어지면서 일이 커지고 말았다. 양측이 서로 옥신각신하던 중 한 청년 일꾼이 휘두른 술병에 순찰대 한 명이 머리를 얻어맞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결국 이 일이 도당위원회에까지 보고되면서 지난 2일 청년 일꾼들에 대한 공개 사상투쟁회의가 진행됐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당시 함경남도 당위원회 선전선동부장과 도(道) 청년동맹 위원장, 검찰소장, 안전국장, 보위국장 등이 주석단에 올라 회의를 집행했으며, 회의에서는 여단 청년동맹 위원장 전 씨와 4명의 초급일꾼들을 해임·철직하고 이들을 3개월 무보수노동 대상으로 기관에 넘긴다는 발표도 있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이들이 어디서 났는지 모를 출처 불명의 노래를 틀어놓고 춤을 춘 것이 기본적으로 지적됐는데 노래가 저장된 손전화기를 분석한 데 의하면 이것이 남조선(남한) 디스코 음악으로 알려져 더욱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다만 문제가 된 청년 일꾼들은 “노래가 다 영어로 돼 있어 무슨 내용인지도 몰랐고 제목도 중국어로 씌워져 남조선 음악인 줄 전혀 몰랐다”고 한결같이 해명해 강도 높은 법적 처벌은 피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후 이날 공개 사상투쟁회의는 “사회주의 미래의 주인공들이며 나라를 떠메고 나갈 사회주의 건설자들인 청년들을 당에서 믿고 단천발전소 건설에 내려보낸 것인데, 그런 이들이 앞장서서 온갖 반동적인 사상이 담긴 남조선 노래를 틀어놓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이런 비타협적인 현상들에 대해 강력한 투쟁을 벌일 것”이라는 마감 발언으로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