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절에 마스크 벗고 춤춘 청년들, 발열 등 코로나 증세 호소

도 방역위원회 곧바로 시설격리·자가격리 조치…주민들 "전염병 돈다면서 제정신인가" 비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청년절을 맞아 28일 평양의 4·25문화회관 광장에서 경축 야외공연 ‘청춘들아 받들자 우리 당을’이 진행됐다고 29일 보도했다. 사진은 야외공연이 끝난 뒤 열린 무도회에서 춤을 추는 북한 청년들의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지난달 28일 북한 청년절 행사에 참여했던 함경남도 함흥의 청년들이 집단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여 북한 당국이 격리 등 즉각적인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1일 데일리NK에 “8·28 청년절 행사에 참가했던 함흥시내의 대학생 청년들 속에서 발열을 비롯한 이상 증세들이 나타나 사안이 당장 중앙방역위원회에 보고되고 자가격리, 집단격리 등 여러 후속적인 조치들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청년절 당일 저녁 함흥시에서 벌어진 경축무도회에서 당국의 지시에 따라 초반에는 마스크를 쓰고 있던 청년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모두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춤을 췄고, 그로부터 이틀 뒤인 30일부터 갑자기 발열 등 코로나19 의심 증세를 호소하기 시작했다.

발열 증상이 나타난 청년들은 약장수들을 찾거나 병원을 찾았는데, 병원 측에서는 처음에 독감이라고 말하다가 이상증세를 보이는 환자들이 점점 많아지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상부에 상황을 알렸다는 전언이다.

이후 함경남도 방역위원회는 갑자기 발열 증세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사안을 중앙방역위원회에 보고했으며, 중앙에서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청년절 당일 경축무도회에 참가한 청년들을 모두 찾아내 발열 상태를 확인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이에 따라 40여 명이 중증환자로, 120여 명이 경증환자로 보고됐다”면서 “이상증세를 보이는 환자들에 대해 적극적인 격리조치를 취할 데 대한 지시가 내려져 즉시 40여 명의 중증환자들을 사포구역 요양원에 집단격리했고, 120여 명의 경증환자들은 자가격리시켰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달 1일 개학을 앞두고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서 도 방역지휘부와 도 교육부는 시설격리환자와 자가격리환자의 가정에 있는 학생들을 등교시키지 말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소식통은 “격리된 전염병 의심 환자들의 가족들은 전염병이 돈다며 방역을 강조하고 있는 상태에서 도당과 도 청년동맹이 제정신을 가지고 이런 행사를 조직했느냐고 비판하면서 이들이 이 문제에 책임져야 하지 않겠냐고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식통은 “중앙방역위원회 또한 행사를 하더라도 방역규칙을 제대로 지켰다면 이런 일이 일어났겠느냐면서 이를 엄격히 통제하지 않은 함경남도 청년동맹을 추궁하고 있고, 방역사업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고 있는 함경남도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런 가운데 도내 당과 정권기관의 간부들은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국가 행사를 앞둔 시기에 코로나19 감염 의심 사례가 국경 지역도 아닌 함흥과 같은 내륙에까지 나타나자 중앙의 또 다른 질책이 있을 것으로 보고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