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통 방역’ 강조하는 北…일상 회복 시작한 南과 정반대의 길

비상방역 강화 주문…소식통 "예방주사에 기대 걸지 말고 국경 닫는 것만이 살 길이라고 교양"

북한 평양의 지하철역에서 방역 소독 작업이 진행 중인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이달 1일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 이른바 ‘위드 코로나’를 시행한 남한과 달리 북한은 여전히 빗장을 단단히 걸어 잠그고 철통 방역을 강조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공존을 시작한 남한과 한층 더 강력한 통제를 가하는 북한이 방역 정책에서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모양새다.

3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국경 지역에는 ‘위생선전사업에 선풍을 일으켜야 한다’는 내용의 중앙비상방역지휘부 및 내각 보건성의 공동 지시문이 내려왔다.

이에 따라 하부 말단 단위의 방역 및 보건 부문 일꾼들은 각 지역의 동사무소 일꾼들, 인민반장들과 임시적으로 임명된 위생담당원들을 모아놓고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회의에서는 겨울에 비루스(바이러스)가 더 잘 살아남기 때문에 방역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면서 방역을 잘하지 않는 것은 반역행위와 같다고 엄포를 놓았다”면서 “올해 겨울까지 국경을 절대 열지 않을 것이며 이런 국가의 방역 방침에 한사람같이 따라 줘야 한다는 언급도 있었다”고 전했다.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는 백신 접종 완료율이 높아짐에 따라 사적 모임을 허용하는 등 방역 조치를 완화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아직 주민 1차 접종도 시작하지 못한 북한은 더욱 강력한 통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진행된 회의에서는 백신 접종에 관한 질문이 나오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나라의 백신 접종 관련 소식을 직간접적으로 접하고 있는 국경 지역 주민들은 국내 백신 수급 상황이나 접종 계획에 상당한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그러나 회의를 집행한 방역 및 보건 부문 일꾼들은 백신의 효능을 지적하면서 방역조치 강화를 재차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회의 집행자들은 막대한 재정을 투하해서 예방주사를 맞은 나라들에서도 계속 사람이 죽어 나가고 변종이 생겨나고 있다면서 예방주사에 기대를 걸지 말고 국경을 닫는 것만이 살 길이라고 교양했다”며 “특히 한 명이라도 악성 전염병에 걸리면 전체가 무리죽음을 당한다고 해서 지금 사람들이 후두리(겁)를 먹은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북한은 ▲외출 시 마스크 필수 착용 ▲국가적 행사에 따른 모임을 제외한 사적 모임 금지 ▲통행증 발급 제한 ▲야간 통행금지 등 방역을 위한 강력한 통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거나, 술판·먹자판을 벌리거나, 통행금지 시간을 어긴 주민들은 방역 위반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문제시돼 노동단련대 처벌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은 코로나19 유입과 전파에 대해 더 높은 경각심을 갖고 방역태세를 한층 더 강화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앞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일 ‘순간도 긴장성을 늦추지 말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현시기 비상방역사업은 여전히 우리 앞에 가장 선차적이며 중핵적인 과업으로 나서고 있다”며 “모든 지역, 모든 단위의 일군(일꾼)들은 비상방역사업에서 만족이란 절대로 있을수 없다는 확고한 관점을 지니고 비상방역대책들을 계속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양강도 혜산시 전경. /사진=데일리NK

다만 방역을 명목으로 한 강력한 사회 통제와 단속이 1년 넘게 지속되면서 주민들의 피로감은 갈수록 쌓여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양강도 삼지연시의 한 가족이 국가의 방역 정책을 노골적으로 비난한 것으로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가는 일도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지난해 중국으로 비법(불법)월경했던 20대 여성이 삼지연으로 들어오면서 삼지연 전체가 봉쇄된 일이 있었는데 그 가족이 지금까지 손가락질을 당하고 감시를 받아오다가 홧김에 당의 방역 정책을 비난한 일로 10월 말 관리소(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갔다”고 전했다.

실제 이 가족은 “예방주사를 맞은 다른 나라들에서는 코로나를 감기처럼 생각한다는데 우리는 주사도 들여오지 않으면서 국경을 닫아 매고 특공대(폭풍군단)를 투입하고 수선을 떤다”면서 “로케트(로켓)를 쏘는 돈으로 주사를 사 오면 안 되느냐”고 말해 반동으로 몰렸다는 전언이다.

이렇듯 국경봉쇄 장기화에 고통을 호소하는 북한 주민들은 백신 접종을 통한 일상의 회복을 바라고 있지만, 당국이 백신 공급 대신 강력한 통제와 단속으로 상황을 관리하려는 만큼 일상 회복까지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