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벗들 “北 골목길 ‘메뚜기 장사’ 성행”

북한 당국이 시장에서 장사를 할 수 있는 나이를 50세 이상으로 제한하고 단속을 강화함에 따라 젊은 장사꾼들이 보안원의 눈을 피해 골목길에서 몰래 영업을 하는 ‘메뚜기식 장사’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뚜기식 장사’란 단속요원이 쫓으면 철수했다가 다시 나타나 장사를 하는 것을 일컫는 말로, 시장 단속이 심해지면서 메뚜기식 장사도 더 심해졌다는 것.

대북 인권단체인 ‘좋은벗들’은 12일 소식지에서 연령 제한으로 “시장에서 장사를 못하게 하니 자연히 골목길에서 보안원의 눈을 피해 장사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면서 “골목 장사도 엄단하고 있어 전국 어느 지역에서든 보안원과 상인들 간 숨막히는 숨바꼭질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골목길 장사품목은 대부분 떡, 두부, 인조밥, 튀김류 등이지만, 함흥시 아파트지역엔 은퇴한 노인들이 자전거 수리, 신발 수리, 옥수수 펑펑이(튀밥), 가루 튀기기, 라이터 가스 주입, 우산과 가방 수리 등으로 생계비를 벌고 있기도 한다고 소식지는 설명했다.

시장 장사가 금지된 50세 이하 장사꾼들은 보안원 출퇴근 시간인 아침 7∼8시, 저녁 7∼8시 사이에는 자취를 감추고 있는 데다 “하도 번개같이 움직여서” 보안원들도 일일이 단속할 수 없다고 한다고 소식지는 전했다.

소식지는 “시장단속이 강화되면서 요즈음 ‘가면 갈수록 험산’이라는 말도 생겨났다”며 “모두 한끼벌이로 사는 사람들이라 하루라도 장사를 하지 않으면 당장 먹을 것이 없어 기를 쓰고 장사하러 나온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시장관리운영규정’을 발표하면서 특히 북한에서 가장 큰 시장인 평남 평성시장을 ‘본보기 단위’로 만들기 위해 전문 단속반을 중앙에서 파견했으며, 시장관리운영을 이유로 중앙에서 단속원을 파견하기는 처음이라고 소식지는 전하고 “평성 주민들은 조만간 시장에서 큰 폭풍이 일어나지 않을까 조마조마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식지는 “주민들은 저마다 ‘간부들이 어떻게 하면 백성의 생활을 풀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돈을 긁어모을까 하는 생각만 하는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주부들도 남편에게 “기업소에 나가지 말고 돈벌이가 되는 일을 알아보라”고 다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이 소식지는 덧붙였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