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정권’ 김정일은 압박해야 나온다

▲ 반미선전포스터

미국의 대북 금융조치에 북한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25일 조선중앙통신은 “미국이 진정 6자회담의 재개와 전진을 바란다면 금융제재를 풀고 우리와 공존하는 데로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신은 미국의 제재는 “우리의 핏줄을 막는 것과 같은 속심”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21일자 노동신문도 조평통(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발표하고 “미국이 우리나라에 있지도 않는 인권문제니, 위조지폐니 하며 범죄국가, 위험국가의 모자를 씌우려 한다”며 “이것은 침략전쟁의 구실을 마련하기 위한 미국의 책동”이라고 반발했다.

외국은행의 거래중지 조치는 김정일의 통치자금을 죄고 있다. 김정일의 급소를 누르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북한의 반발은 거셀 수밖에 없다.

그런데 북한의 반발이 지난날과 달리 고자세 여유 부리기 비난이 아니다. 일면 ‘애원’처럼 들린다. 북한은 금융제재를 ‘핏줄 막기’에 비유했다. 거래중지 은행이 늘어나면 무역이 난관에 봉착한다. 북한이 무역에서 벌어들이는 달러는 마약, 의약품, 담배 밀매 등 불법이 적지 않다. 정식으로 수출해서 돈을 벌 수 있는 품목은 농산물과 천연광석, 무연탄 등 원자재가 대부분이다. 국제시장에서 원자재 값은 아주 낮다. 북한이 일년에 마약과 위조달러를 통해 벌어들이는 돈은 5억 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불법으로 벌어들이는 돈줄을 차단한다면 김정일 정권의 핏줄이 막히는 것이다.

미국의 전략, 적절하고 유효

지난 18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베이징에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에게 6자 회담 복귀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김정일의 돈줄죄기가 효과를 본 것이다.

여기에서 미국은 중요한 대북 전략을 발견한 듯하다. 김정일 정권은 반드시 압박해야만 순리대로 나온다. 압박하지 않으면 국제사회의 법과 질서를 지키지 않는다. 이것이 이른바 김정일이 말하는 ‘고자세 외교’라는 것이다. 김정일은 “외교는 무조건 고자세가 유리하다”고 부하들에게 가르친다. 따라서 김정일을 합리적으로 끌어내려면 더 강한 ‘고자세 외교’를 전술적으로 구사하는 게 유리하다.

무조건적 대화와 퍼주기는 결코 김정일을 합리적으로 만들 수 없다. 이번 미국의 원칙적인 금융조치는 적절하고 또 아주 유효한 전술이다.

김정일은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비자금을 외국은행에 예치시키고, 사치스런 향락과 통치자금으로 이용해왔다. 헤네시 XO 꼬냑을 마시고, 야자상어 날개탕 등 호화로운 식탁을 차리고 측근들과 술파티를 일삼고 있다. 충성분자들에게 ‘선물’놀음을 벌이는 데 귀한 외화를 탕진하고 있다.

또 돈줄이 차단되면 무엇보다 핵무기 개발과 신형무기 구입이 어렵게 된다. 김정일은 한 손에 ‘선군 정치’를, 한 손에 핵을 들고 북한 주민들과 국제사회를 속이며 체제를 유지해왔다. 이같은 김정일 정권을 제대로 다루려면 압박이 최고의 전략인 것이다. 김정일은 원칙적이고 강력한 힘 앞에는 무릎을 꿇는다. ‘조폭들의 논리’와 유사한 것이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 hyj@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