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공연, ‘평양 개인들’ 심장을 쏘았다

▲ 조용필 평양 공연 <사진:연합>

SBS가 방영한 조용필 평양공연을 보았다.

조용필, 그는 진정한 국민가수이자 현실에서의 ‘통일’에 한걸음 앞서 간 국민이었다.

8월 23일 평양 류경 정주영 체육관에서 열린 <2005 PIL&PEACE 조용필 평양공연>은 지금까지 남한의 여러 예술단체가 보여주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형식의 공연이었다.

‘남조선의 대표가수’가 남한의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는 무대에서, 집단에게 압도되지 않은 개인으로서, 진정한 아티스트로서의 모습이 처음으로 평양에 펼쳐진 공연이었다.

이번 조용필 평양공연의 핵심은 북한측의 통제와 간섭을 최소화한 남한식 스타일의 공연이었다는 점이다. 공연 초반부는 마치 스틸 사진 같고, 얼음 같이 표정없는 평양시민들로 인해 썰렁해 보였다. 북한 당국은 공연장에 입장하는 평양시민들에게 사전 교육을 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웃음과 박수소리가 화답하는 개성을 가진, 인간의 진실한 감정이 표출되는 공연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조용필이 북한정권에 의해 통제되는 메마르고 딱딱한 ‘공식적 감정’이 아닌 평양시민들의 마음속에 숨겨진 인간의 감정, 개인의 감정에 포커스를 맞추어 공연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감정을 개인 감정으로 바꿔놓아

그가 부른 ‘친구여’ ‘돌아와요 부산항에’ ‘허공’ ‘그 겨울의 찻집’ 등은 인간을, 특히 ‘개인의 삶’에 대한 노래들이었다. 그의 이러한 노력은 지난 4일 SBS 스페셜 ‘조용필, 평양에서 부르는 꿈의 아리랑’ 프로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공연 후 조용필은 취재기자에게 “얼음 같았어요. 각오는 했지만 당황했지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60년의 세습독재와 강력하고 철저한 통제로 획일화되고 흐트러짐 없는 평양시민들의 무섭고 차가운 집단주의적인 절제에도 조용필은 굴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마지막에는 집단주의로 개인을 감추고 집단으로 살아가는 평양시민들에게 개인 조용필, 인간 조용필이 노래하는 개성있는 삶을 노래하여 평양시민들의 마음을 기어코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굳이 북한정권이 좋아하는 입맛의 노래를 불렀더라면 조용필의 평양공연은 그저 ‘성공한 공연’ 정도로 표현됐을 것이다. 그러나 평양시민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져 ‘죽어있던 감정’을 살려냈기에 조용필의 평양공연은 ‘인간적 승리’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조용필의 공연은 무섭도록 절제된 얼음 인간들을 박수와

눈물로 화답하는 따뜻한 인간으로 만들어낸 공연인 동시에, 개인의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공연이었다.

당과 수령만을 위하는 충성분자의 감정만을 보여주던 집단주의적인 평양시민들에게 그의 공연은 분명히 마음의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으로 믿는다.

북한 형제들의 마음을 듬뿍 담아 우리의 국민가수 조용필에게 감사를 드린다.

김승철/ 북한연구소 연구원(함흥출신, 94년 입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