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없는 경제지원, 北 개혁개방 방해”

▲ 북한에 하역중인 대북지원 비료

남한과 중국이 지금처럼 북한에 아무런 조건 없는 경제지원을 계속한다면 북한의 개혁 노력을 방해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국민대 초빙교수로 재직중인 북한 전문가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2일 발표한 ‘지원은 김정일 정권을 튼튼하게 만든다’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란코프 교수는 “10월 초부터 장마당 같은 개인시장에서 곡물거래가 중단됐으며, 이에 따라 북한주민들은 또다시 종전의 공공 배급제에 의존해야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이 한때 공공배급제의 붕괴를 우려해 장마당을 허용하는 등 변화의 조짐을 보여주었지만, 지금은 외부세계로부터 들어오는 관대한 원조 덕분에 그런 변화를 더 이상 추구하지 않아도 될 처지가 됐다”고 지적했다.

란코프 교수는 미 의회에 제출된 보고서를 인용, “지난해 남한과 중국이 북한에 지원한 식량이 모두 35만톤에 달했는데 이는 세계식량계획이 지원한 32만 5천톤보다 많은 양”이라며 “남한은 식량 말고도 비료를, 중국은 북한의 에너지 수요 대부분을 충족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韓中, 북한의 현상유지 원해

특히 남한은 북한의 경제개혁을 권장한다는 차원에서 원조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북한이 최근 취한 행동을 보면 북한은 오히려 이런 무조건적인 지원을 악용해 개혁과는 반대의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정부는 북한과의 국경지대에 안정을 원하고 있고, 남한은 북한 정권의 붕괴를 원치 않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조건 없는 원조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마디로 남한과 중국은 북한의 현상유지라는 단기적 목표를 함께 하고 있다는 것. 그 결과 대다수 북한 주민은 굶주림으로 시달리고 있는데도 정작 이를 배급돼야 할 식량은 군대와 경찰 등 특권계층에게 전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란코프 교수는 “조건 없는 대북 지원이야말로 북한의 개혁 노력을 중단시키는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북한은 외부지원을 무기로 더욱 체제안정을 다지고 구시대의 정책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란코프 교수는 1980년대 북한 김일성종합대 조선어문학과를 졸업한 뒤 레닌그라드대에서 한국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