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訪中, 겉 경제개방-속 정치회담?

장성택 북한 노동당 근로단체 및 수도건설부 제1부부장이 18일 중국 방문일정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제1부부장은 2년 가량 실각한 상태에 있다 지난해 말 현업에 복귀, 최근 김정일의 자강도 강계시 현지지도에 동행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과거 김정일의 최측근 보좌역으로서의 지위를 상당부분 회복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번 그의 방중은 지난 1월 김정일의 중국 방문에 이은 ‘측근 실력자의 방중’이란 점에서 꽤 주목된다. 그는 왜 중국을 방문했을까.

우선 지난 김정일의 방중 연장선에서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당시 김정일은 우한, 광저우, 선전 등 중국의 개방도시를 먼저 돌아본 다음, 베이징에서 후진타오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당시 김정일의 중국방문은 ▲양국간 경제협력 본격화 등 포괄적인 북-중관계의 복원 ▲김정일의 개혁개방 제스처 대외 시위 ▲핵문제(6자회담), 위폐문제에 대한 북-중 협의 등이 목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장성택의 방중은 김정일의 이같은 방중결과를 측근 실력자로서 좀더 ‘구체화’ 하는 목적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장성택은 중국의 개방도시를 시찰하고 수행 경제관료들과 함께 중국의 경제관련 당 관료, 기업가들을 만나면서 대외적으로 북한의 개혁개방 제스처를 가속화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중 경제협력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이며, 이 과정에서 신의주 경제특구 재추진을 비롯한 두만강 유역 개발 등 광범위한 경협문제, 중국의 대북지원 문제를 다룰 것으로 관측된다.

장성택 방중후, 中 6자회담 행보 시작할듯

그러나 장성택의 방중이 단순히 북한의 경제개방 논의에만 그칠 것이라고 보기에는 그의 정치적 비중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경제개방 문제에 국한된 실무 차원이라면 박봉주 총리를 보내도 상관없는 일이다. 김정일이 굳이 당의 최측근인 장성택 제1부부장을 보낸 이유는 조선노동당과 중국 공산당간의 당대 당 사이에 중요한 전략적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서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측에서도 김정일의 의중을 충분히 전달해줄 수 있는 ‘실력자의 방중’을 요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북-중간 당대 당 사이에 논의해야 할 사안은 북한의 경제개방 문제 외에도 6자회담, 위폐문제를 비롯한 대외관계 현안이 걸려 있다. 따라서 겉으로는 경제개방 문제에 언론의 관심이 쏠리겠지만, 6자회담과 위폐문제를 둘러싼 정치외교 문제가 중요하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3월 7일 이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이 위폐문제 등에 관한 미-북 접촉후 귀국길에 베이징에 들른 사실이 포착되었고, 이에 따라 이국장이 미-북 접촉의 결과를 제한적 범위에서 중국측에 설명했을 가능성이 높다. 당시 미-북접촉에서 북한은 ‘위폐협의체’ 설치 등 4가지를 제의했으나 미국은 이를 거부했다.

따라서 이번 장성택의 방중에서 위폐문제와 6자회담에 대한 김정일의 의중을 중국측에 전달하면서 이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측에 전달할 김정일의 의중이 정확히 무엇인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다만 지금까지 전개된 상황과 최근 경제분야를 중심으로 급격히 개선되고 있는 북중관계를 감안하면, 김정일은 위폐문제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중국측의 외교적 도움을 요청하고, 경제분야에서 중국식 개혁개방을 따르는 형태로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최근 중국이 김정일 체제를 중국식 개혁개방으로 몰아가면서 장기적으로 북한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볼 때 더욱 그렇다.

중국은 장성택의 방중 이후 6자 회담 의장국으로서의 행보를 시작할 것이며, 곧 6자회담 재개 여부도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NK 분석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