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자는 봄철이 싫다”…삼중고에 시달리는 북한 군인들

"온실 건설-훈련 평가 준비에 24시간 정전"까지...소식통 "근무장서 졸고 있는 군인 늘었다"
"송전선 새로 설치했지만"...군부대 전기, 연포지구 건설에 집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8일 함경남도 함주군 연포온실농장 건설 착공식에 참석해 연설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 2월 19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올해 당 창건기념일(10·10)까지 ‘련포남새(채소) 온실농장’ 완공을 주문한 북한 당국의 지시로 함경남도에 있는 군부대들은 인력 부족, 훈련 평가 준비, 전력난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데일리NK 7군단(함경남도 함흥시) 군 소식통은 17일 “함경남도에 있는 육, 해, 공군 부대들이 전부 연포지구 온실 건설에 동원됐다”면서 “(당국이) 올해까지 맡은 건설과제를 해 재껴야 한다고 인원을 다 데리고 나갔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상급정치부, 참모부들에서는 올해 중에 함경남도 주둔 부대에 연포온실 건설에 도급제를 부여, 무조건 완수하라는 지시를 하달했다.

이에 함경남도 주둔 군종, 병종, 전문병, 군관학교 등 인민군 부대들은 건설인원을 총동원해 건설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봄철 1차 제대 인원들이 대거 빠지는 악재가 겹쳤다. 이에 따라 “전투 근무 인원이 없어 막 교대(두 개 교대가 6시간 간격으로 하루 2회 근무) 서면서 군인들은 피곤해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

특히 당국이 함경남도 군부대의 전력공급을 사실상 중단하고 련포지구 온실 건설장에 전기를 돌리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이달 말까지 ‘2021~2022년 작전 및 전투 정치훈련 제1기(동계)훈련’ 마감차 진행해야 하는 야간 훈련은 물론 전투 근무에서도 전기가 절대 필요한 상황이지만 실상은 24시간 정전되는 부대들이 과반수라는 전언이다.

지난해 초 열린 8차 당대회 결정에 따라 함경남도 주둔 군부대에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한 중요 조치로 송전선을 새로 설치했음에도 무용지물이 됐다는 점도 문제다. 현지에서는 ‘올가을 연포 온실이 완공될 때까지는 전기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팽배하다고 한다.

소식통은 “군부대 병실(兵室)에서는 등잔으로 불을 보고 있다”면서 “전투근무장에는 매일 아침과 저녁 파장 전환(주파수 달라지는) 시간에만 발동기 돌려서 교신하는 등 온갖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 당국은 이달 말에 진행되는 전군(全軍) 동기훈련 판정은 그대로 ‘강평 교범’대로 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상부에서는 온실 건설도, 1기 훈련판정도, 일상 전투근무도 전부 인민군대가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함경남도 현지에서는 제대 및 건설 인원 파견으로 인한 전투 근무 인원 부족, 전력난으로 아무것도 바로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봄철 제대로 인원은 없는데 건설 인원 부대별로 다 나가고 전투근무도 막 교대로 하니 피곤이 몰려서 근무장에서도 다들 졸고 있다”면서 “전기도 온실 건설장으로 다 돌리니 솔직히 근무장에서도 할 일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군부대 군인들은 한결같이 ‘건설판에 끌려 나가야 하는 봄철이 싫다’ ‘동원 안 되고 3교대로 며칠에 한 번이라도 통잠을 잘 수 있는 겨울이 좋다’고 말한다”면서 “군사 복무하는 건설 도구에 불과한 자기들의 처지를 한탄하고 있는 것”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