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인권단체, 北인권관 심히 우려된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대표 한기홍)는 1일 북한인권과 관련한 일부 인권운동단체의 시각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논평을 내고, 이들 인권운동단체의 그릇된 인권관을 비판했다.

<인권운동사랑방>을 비롯한 6개 좌파진영 단체는 30일 ‘북인권 문제의 대안적 접근’이란 주제의 토론회를 30일 개최하고, “사회주의 나라에서 고유하게 발전시켜온 인권관에 대해서도 존중해야 한다”며 “북한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문제제기는 북한체제를 압박하는 주요한 수단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는 “우리가 북한에 요구하는 것은 자본주의 나라에서는 지켜져야 하고 사회주의 나라에서는 지켜지지 않아도 되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어느 시대, 어느 나라, 어느 체제, 어느 정권 아래에서든 당연히 보장되어야 할 ‘보편적’ 권리”라며 좌파진영 인권단체의 그릇된 ‘인권론’에 큰 우려를 표시했다.

이어 “북한인권문제가 국제적인 이슈로 부각하고 북한인권운동의 저변이 넓어지는 것에 당황하는 그들의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논리를 만들려면 좀 제대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하며 “이제라도 과거를 반성하고 북한인권운동의 길에 당당히 나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

<아래는 논평 전문>

♣ 일부 인권단체의 북한인권에 대한 시각에 우려를 표한다.♣

<인권운동사랑방>을 비롯해 ‘진보’를 자처하는 일부 인권운동단체들이 11월 30일 북한인권문제와 관련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발표된 토론문과 선언문을 읽어보면 이들의 ‘인권관’에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선언문에서 그들은 “자본주의 나라에서 주로 발달해 온 자유주의 인권의 개념과 논리가 사회주의 사회에 동일하게 적용될 수 없는 조건이 있다”며 “사회주의 사회에서 고유하게 발전시켜온 인권관에 대해서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상에 자본주의 인권, 사회주의 인권이 따로 있다는 발상부터 이색적이다. 우리가 북한에 요구하는 것은 그 무슨 자본주의나 자유주의 인권이 아니다. 사람을 함부로 죽이지 말라는 것, 죄 없이 가두지 말라는 것, 특히 그 가족까지 종신 수용소에 집어넣지 말라는 것, 고문하지 말라는 것, 이탈했다 송환된 사람들을 가혹하게 처벌하지 말라는 것 등이다.

이러한 권리는 자본주의 나라에서는 지켜져야 하고 사회주의 나라에서는 지켜지지 않아도 되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어느 시대, 어느 나라, 어느 체제, 어느 정권 아래에서든 당연히 보장되어야 할 ‘보편적’ 권리이다. 따라서 시민권이나 자유권이라 하지 않고 ‘인권’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인간을 짐승처럼 취급하지 말고 인간으로 대하라고 말이다.

어린아이까지 구경꾼으로 불러모아 사형수에게 9발의 총알을 쏘아대며 집행하는 끔찍한 공개처형, 가족까지 연좌제로 묶어 평생 동안 잡아가두는 정치범수용소, 동상에 걸려 팔다리가 썩을 때까지 꼼짝 못하게 앉혀 놓는 탈북자 구류소……. 인권운동사랑방 등은 이런 것도 “존중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이런 것들이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있을 수도 있는 일들이란 말인가?

선언문에서 그들은 또한 “유엔인권위든 유엔총회든 프랑스 이민자 사회에 대한 인종차별 문제나 미국의 빈민문제 ∙ 인종차별 문제와 같은 중대한 인권침해에 대해 어떠한 결정도 한 바 없다”면서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을 “‘인권’의 이름을 빙자한 정치적 공세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건 또 무슨 엉뚱한 이야기인가. 유엔인권위는 각국의 인권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있으며 이는 프랑스나 미국도 마찬가지다. 이들 나라의 인종차별이나 빈민문제도 당연히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이런 문제를 숨기지 않고 있으며, 스스로 심각성을 인지하면서 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당연히 결의안이 제출될 만한 상황이 아니다.

반면 북한은 어떠한가. 숨기고 부인하고 거짓말하고, 유엔에서 임명한 특별보고관의 현지 조사활동까지 거부하여 왔다.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개선하지 않아 결의안을 제출했고, 산하 위원회에서 여러 차례 결의안을 가결했지만 개선되지 않아 총회에까지 올라온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 좌파인권운동단체들은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것인가. 진작에 북한 당국에 해명과 개선을 촉구하고 북한인권문제에 관심을 기울였다면 문제가 이렇게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인권운동사랑방의 상임연구원이라는 한 참석자는 북한인권운동을 하는 우리를 ‘반북인권운동세력’이라 칭했다. 무엇이 ‘반북(反北)’이란 말인가. 우리는 북한을 반대한 적이 없다. 잘못된 체제와 정권에는 분명히 반대하고 있다. 북한의 잘못된 체제와 정권을 비판하면서 민주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것이 ‘반북’이라면, 그는 권위주의 정권과 맞서 싸웠던 남한의 민주화운동도 반남(反南)운동이나 반한(反韓)운동이라 부를 것인지 묻고 싶다. 북한인권운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어리석은 적의(敵意)와 흥분된 감정을 거두고 냉정하게 이성을 되찾을 것을 당부한다.

사회진보연대의 정책편집부장이라는 또 다른 참석자는 토론문에 칼 맑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피압제자의 해방은 그들 자신에 의해 쟁취될 수 있을 뿐이다”라는 황당한 이야기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신자유주의는 제3세계 인민들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다며 미국, 홍콩, 멕시코까지 달려가 당신들이 반세계화 시위를 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인가? 제3세계 인민들이 알아서 해결할 문제일 텐데 말이다.

그는 “전 세계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국제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한 맑스의 말은 왜 빼먹는 것일까? 폭압통치 아래 일말의 표현의 자유조차 없는 북한 인민을 위해 단결하는 것은 왜 폄훼하며 ‘그들 자신에 의해 쟁취될 수 있을 뿐’이라는 궤변을 만들어낸 것일까?

자꾸 북한인권문제가 국제적인 이슈로 부각하고 북한인권운동의 저변이 넓어지는 것에 당황하는 그들의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논리를 만들려면 좀 제대로 만들기 바란다. 그리고 이제라도 과거를 반성하고 북한인권운동의 길에 당당히 나서기 바란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2005년 12월 1일

사단법인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 韓基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