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 ‘미련한 햇볕’을 거두어라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강행은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에 두 번째 핵(核) 펀치를 날렸다. 지난해 핵 보유 성명으로 참여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은 크게 비틀거렸다.

노 대통령도 상당히 흔들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위기를 이겨낸 동력은 청와대 통일-안보담당자들의 ‘햇볕’에 대한 우매한 신념이었다.

그러나 이것도 채 1년을 넘기지 못했다. 비틀거리는 햇볕에 대포동이 날아들었다. 북한은 참여정부 들어 플루토늄 보유량을 50kg 수준으로, 미사일 사정거리를 대륙간 탄도미사일 수준으로 발전시켰다. 정부는 북한에 ‘양보’와 ‘지원’을 강조했지만 돌아온 것은 핵 무기체계 완성이었다.

이번 미사일 사태를 거치는 동안 참여정부의 안보능력이 얼마나 낮은 수준인지 확실히 판명났다. 대포동 2호가 인공위성일 가능성이 높다는 청와대의 주장은 아마추어 무능정권의 웃지못할 해프닝이었다.

우리의 안보환경을 근본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문제임에도 북한의 선전매체에나 나올법한 ‘인공위성’ 주장을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 몇 가지 근거를 제시했지만 전문가들도 갸우뚱할 수준이었다. 참여정부 대북-안보라인의 판단능력은 국민들 낯이 뜨거울 정도였다.

이러한 현상은 지원을 통해 김정일 정권을 변화시킬 수 있고, 변화시켜야 한다는 햇볕정책의 강박증이 정부 당국자들의 정상적인 사고를 왜곡시키기는 데 원인이 있어 보인다. 사태를 축소시키거나 왜곡시켜서라도 정책을 정당화하려는 시도다. 미국의 도움 없이는 북한이 미사일을 쏴도 폭탄이 터져도 까마득하게 모르고 넘어갈 수 있는 조건에서 정부는 정보 해석의 ‘자주성’을 강조한다. 그 배경에는 김정일 체제를 햇볕으로 바꿀 수 있다는 비현실적 가정이 자리잡고 있다.

햇볕정책, 지난해 2월 핵보유 선언 때 막 내렸어야

북한이 대포동 2호를 포함해 노동 1호와 스커드 개량형 미사일을 발사해 한•미•일을 동시에 위협한 5일에도 남측은 북한에 보낼 비료를 선적했고, 이미 합의한 쌀과 비료를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추가지원 불가 입장은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미사일 무력시위를 당한 당사자의 대응으로 보기 어렵다.

‘인도적 차원에서 남은 비료를 보내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이종석 장관의 발언이 바로 이 정권의 수준이다. 대화를 해야 북한의 의도를 알 수 있다며 장관급 회담을 예정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자신들의 말과 행동이 가져올 정치적 해석은 뒤로한 채 ‘좋은 것이 좋은 것 아니냐’는 식의 태도로 일관한다. 자국민을 태운 비행기가 가는 항로에 미사일을 퍼부은 날에도 쌀 주고 비료 주는 정권은 아마 대한민국이 유일할 것이다. 그래도 대통령은 침묵하고 있다.

참여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은 북한이 핵 보유를 선언한 지난해 2월 막을 내렸어야 옳았다. 난파선 같은 정책을 여기까지 끌고 오다 보니 별의별 소동이 다 일어나고 있다. 남한을 북한의 일개 도(道)나 되는 것처럼 일방주의적으로 행동하는 북한에 더 이상 끌려가서는 안 된다.

북한에 줄 것은 죄다 주면서도 핵이나 미사일을 막기는커녕 인권이나 납북자라는 말도 꺼내지 못하는 것도 정책이라고 지지해 줄 국민은 없을 것이다. 이제는 정부 여당에서도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이 ‘총체적 실패’라는 반성이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참여정부는 남북관계가 일시적으로라도 단절되면 이것이 무슨 파국을 의미하는 것처럼 여기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남북관계는 이미 파산상태에 직면했다. 북한이 필요하다고 느끼면 언제든지 핵과 미사일을 통해 긴장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된 이상 ‘평화공존’이라는 이상적인 과제는 존재기반을 잃었다.

능력 없으면 단순 상호주의라도 해봐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도 북한의 개혁개방에 기여하지 않는 한 김정일의 현금창고 논란을 잠재울 수 없다. 정부는 북한의 조폭화를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대북지원을 계속하고 있지만, 현재는 조폭을 돈으로 달래는 상황으로밖에 비쳐지지 않고 있다.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은 김정일 개인을 위한 양보와 지원으로 점철돼 있다. 김정일 정권에 대한 지원을 유일한 체제변화 수단으로 알고 그를 위한 정책에 온 힘을 기울여 왔다. 결국 이러한 과정에서 북한 주민도 잃고 한미동맹, 한일협력도 잃었다.

그뿐이 아니다. 자기 주민들도 먹여살리지 못하는 주제에 6.15. 광주행사에 맞춰 북한 안경호 조평통 서기국장은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전쟁화염’에 휩싸인다”며 막말까지 퍼붓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은 지난해 2.10 핵 보유 성명 이후 또 다시 중대한 선택의 기로로 내몰리고 있다. 대포동 2호뿐만 아니라 남한 전역을 사정거리에 둔 스커드 미사일을 무더기로 발사하며 무력시위를 벌인 김정일과 평화번영을 논하기에는 국민들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보는 것 같다.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을 변화시키는 데 실패했음을 이번 미사일 발사가 잘 보여준다. 이런 조건에서도 대북지원을 고집스럽게 주장하는 이 정권의 햇볕은 사실 ‘정책’이라기 보다 ‘맹신’에 가깝다. DJ의 햇볕이 10년이 다 되가면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구분조차 못하는 정권이 되어버렸다.

이제 대북정책을 원점에서 완전히 재검토 해야 한다. 전면 재검토할 만한 능력도 없다면 북한이 나쁜 행동을 하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대북정책 상호주의 1차 방정식이라도 외워서 남은 임기동안 실전에 써먹는 방법이 그나마 낫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