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스타 김재엽과 아들 관우의 ‘평양 만남’

1988년 서울올림픽 유도 60㎏급 금메달리스트 김재엽(43.동서울대 교수).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결승에서 일본 유도 경량급 에이스 호소카와 신지의 기습 누르기에 당해 은메달에 그쳤던 김재엽은 1987년 서독 에센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판승으로 설욕을 하고 이듬해 올림픽에서 정상을 밟았다.

대표팀 코치 등을 지내다 지금은 동서울대 경호안전전공 교수로 변신한 그에겐 운동선수 아들이 하나 있다.

그러나 종목이 유도가 아니라 축구다.

14세 이하(U-14) 유소년축구대표팀 미드필더로 뛴 김관우(15.원삼중).

수원 삼성의 꽃미남 미드필더 이관우와 이름이 같은 그는 인천 유나이티드FC U-15팀에도 소속돼 있다.

지난 9일 평양 김일성경기장.

인천 유나이티드 U-15팀과 평양 4.25체육단 청소년팀의 친선경기가 열린 이 곳에서 관우는 등번호 2번을 달고 뛰었다.

관중석엔 인천시 대표단의 일원으로 평양을 찾은 아버지 김재엽 교수가 앉아있었다.

김재엽은 내내 애가 탔다. 아들이 국내도 아닌 평양에서 뛰는 모습을 보러 먼길을 달려왔지만 경기는 좀처럼 잘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북한측 통제요원들이 경기장 관람석과 선수들이 그라운드 사이의 문을 막는 통에 아들을 먼 발치에서만 바라볼 뿐 직접 만나지 못했다.

전날 만경대 학생소년궁전에서 공연을 볼 때 잠시 스치듯 만난 게 전부라고 한다.

그래도 아들이 뛰는 모습을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보고 싶었던지 2층 관중석 맨 아래쪽 난간에서 이래저래 손짓을 해보이기도 했다.

아들 관우는 지난 3일부터 훈련을 겸해 평양에 올라와 있었고 아버지는 닷새 뒤에 평양에 왔다.

김재엽은 “유도를 시켜볼까도 생각했지만 축구에 소질이 있는 것 같아 유소년 때부터 선수로 키우고 있다. 아빠가 평양에 올 줄은 아마 꿈에도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들 관우는 “‘김재엽 선수 아들’이 아니라 내 실력으로 아빠보다 더 유명한 선수가 되고 싶다”며 “북한 아이들과 뛰어보니까 체격과 스피드가 좋은 것 같았다. 이런 기회가 좀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