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단·응원단 쏙 뺀 北…패럴림픽에 안보내는 이유는?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이 2월 8일 오후 강원도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성공 기원 특별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연합

북한이 내달 9일부터 열리는 평창 동계패럴림픽에 당초 보내기로 했던 예술단과 응원단을 파견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남북은 27일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북한의 평창 동계 패럴림픽 참가를 위한 실무회담을 열고 북한 장애인올림픽위원회 대표단 및 선수단 파견 등 총 4개항의 합의 내용이 담긴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앞서 남북은 지난달 17일 열린 남북고위급회담 실무회담에서 ‘북측은 동계 패럴림픽대회에 장애자올림픽위원회 대표단,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기자단을 150여 명 규모로 파견한다’는 내용에 합의했지만, 이번 공동보도문에는 예술단과 응원단이 빠졌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측은 “북측 내부적으로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이번 평창 동계 패럴림픽 대회에 예술단과 응원단을 파견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북측은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측 예술단·응원단의 참가가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를 이어가는 데 이미 일정부분 기여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예술단·응원단 파견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가 거의 없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28일 데일리NK에 “북한이 앞서 예술단과 응원단을 보낸 이유는 ‘우리 민족끼리’라는 정치적 선전을 위한 것이었다”며 “대규모 예술단과 응원단을 보내 민족적 분위기를 끌어올려 한미동맹을 이완하면서 대북제재를 무력화하겠다는 게 목적이었고 소기의 성과를 거뒀는데 굳이 다시 보내 역량을 쏟을 필요는 없다고 보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어 “북한에서 예술과 음악은 정치적인 선전도구로 봐야한다”며 “지금 남북 간의 길을 열어뒀기 때문에 효용가치가 없는, 정치적 활용도가 낮은 예술단과 응원단을 보낼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북한 응원단이 2월 10일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조별리그 B조 남북단일팀-스위스 경기에서 가면을 이용한 응원을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

아울러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관심을 받지 못한 것도 예술단·응원단을 파견하지 않기로 한 이유로 꼽힌다. 지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과 2003년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 파견됐던 북한 응원단은 걸음마다 화제를 모았고, 일부는 국내에 팬카페가 생길 정도로 인기를 끌어 ‘북녀(北女)신드롬’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에서 북한 응원단에 대한 국내외적 관심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 것이 사실이다. 실제 자유분방한 경기장 분위기에 녹아들지 못하고 기계적인 응원만 선보이는 북한 응원단에 일부 관람객들이 불편한 기색을 나타내기도 했고, 단일팀 경기에서 응원도구로 활용한 남성 얼굴의 가면을 두고 “김일성 사진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면서 북한 응원단을 향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된 바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예술단의 공연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제한적이라 대중적 어필을 하기에 부족하고, 응원단에 대한 호응도 과거와는 다르다는 점을 북한도 느꼈을 것”이라며 “때문에 집중도 못 받고, 파견을 통한 선전효과도 얻지 못할 거라면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밖에 홍 실장은 올림픽에 비해 패럴림픽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점도 또 다른 결정 배경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예술단과 응원단은 국제사회 전반에 깔린 북한에 대한 호전적 이미지를 쇄신하는 수단으로서 의미가 있지만, 국제사회의 관심이 적은 패럴림픽에서 그 활용가치는 크지 않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북한은 이번 평창 패럴림픽에 참가할 장애인올림픽위원회 대표단 4명과 선수단 20명을 다음달 7일 경의선 육로를 통해 파견하기로 했다. 남북 합의에 따라 대표단과 선수단의 파견이 성사되면, 북한이 동계패럴림픽에 참가하는 최초의 사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