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北 철도, 열차 지연으로 아사자까지 발생

북한에서 최근 열차 운행이 늦어져 제대한 군인이 집으로 돌아가던 중 굶어죽는 사건이 벌어졌다고 내부 소식통이 전해왔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14일 데일리NK에 “최근 강원도 안변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함경북도 길주에 있는 집으로 귀가하던 제대군인 1명이 굶어죽는 일이 있었다”면서 “열차운행에 문제가 있어 (이 제대군인은) 일주일간 기차에서 굶다가 싸늘한 시체로 고향집에 도착했다”고 참상을 전했다.

보통 군인들이 전역할 때 북한군 당국은 3끼 정도 도시락을 준비해 보내는 관례가 있다. 북한 지역에서 열차로 최장거리를 이동한다고 해도 정상운행만 되면 약 24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열차에서 굶어죽은 제대 군인은 군에서 제공받은 도시락이 떨어졌지만 수줍음이 많아 남에게 부탁하지 못했고, 돈이 없으면 밥 한 끼도 먹기 힘든 사회 분위기 탓에 결국 굶어죽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열차 지연(遲延)으로 제 때에 치료약을 구하지 못한 양강도 혜산 주민 1명이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5월초 혜산에 사는 한 주민이 급한 환자가 있어 약을 구입하느라 혜산-만포-평양급행 3-4열차 편으로 평안남도 평성으로 여행을 하게 됐는데, 3일이 지나도록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해 평안남도 개천에서 내려 평성까지 택시를 탔다”고 한다. 소식통은 “이 주민은 약을 구입하자마자 다시 장거리 택시를 타고 혜산에 왔지만 시기를 놓쳐 환자는 결국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열차가 지연된 이유는 뒤늦게 전해졌다. 열차 운행 구간인 김형직군 고읍에서 레일이 밀려나 보수공사를 하는데 하루, 자강도 만포 근처에서 정전으로 하루, 평안남도 개천에서 견인기 교체가 늦어져 또 하루가 지체됐다고 한다.

북한에서 철도는 “인민경제의 선행관”이며 “나라의 동맥”으로 그 어느 부문보다 중요시되고 있다. 북한의 교통 및 물류체계의 특징은 주철종도(主鐵從道.철도가 중심이고 도로가 보조)로 철도가 여객수송의 60% 이상, 화물수송의 90% 이상을 담당한다.

북한경제에서 이처럼 중요한 철도가 전력공급의 차질(북한 철도망의 90% 이상이 전철화), 설비부족, 열악한 철길 상태 등으로 제대로 운행되지 못해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주민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

현재 서울-부산은 고속열차로 2시간30분이 소요되지만 북한 열차들은 비슷한 거리를 멈추지 않고 달려도 24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운행 중 정전, 견인기 고장, 철길 보수 등의 이유로 목적지까지 적게는 3~4일, 심한 경우에는 일주에서 보름간 열차에 머무는 경우도 있다.

김정은이나 고위급 간부들이 탄 ‘특별열차’ 때문에 열차운행이 지연되는 경우도 있다. 주민들이 이용하는 일반열차는 특별열차가 지나갈 때면 특별경계령이 해제될 때까지 몇 시간씩 운행을 멈춰야 한다.

한편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고위급 회담이 16일 개최되는 가운데, 김윤혁 북한 철도성 부상이 참석해 동해선 철도 연결 사업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