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봉 추출 6자회담에 도움 안돼

북한이 이달 중으로 영변 5MW원자로에서 폐연료봉을 다시 꺼낼 것이라는 셀리그 해리슨 미국 국제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의 전언에 대해 정부는 6자회담 재개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닌 지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 5∼9일 방북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북한군 판문점 대표부 대표인 리찬복 상장 등 북한 고위인사들을 두루 만난 해리슨 연구원은 16일 이 같이 밝히고 “이는 3개월 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아직 미국이나 중국 등으로부터 그 같은 북한의 입장을 전해들은 바 없다”면서도 “그의 전언이 사실이라면 한국과 미국, 중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6자회담 재개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회담 재개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면서 북한의 핵활동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북한의 회답을 기다리면서 북한의 의도를 파악해야 된다”면서 “하지만 현 상태에서 그의 전언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경계했다.

그는 또 북미간 관계 정상화 이전에는 핵폐기를 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입장과 관련해서도 “지금까지 우리가 해왔던 구도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지만 일단 북한의 정확한 의중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을 아꼈다.

다른 당국자는 “북한은 이미 8천개의 폐연료봉 재처리 주장을 한 바 있어 해리슨 연구원의 말대로 라면 그 연장선에서 북한이 주장한 ‘핵무기고’를 늘리는 조치를 강화하겠다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6자회담의 ‘핵무기 군축회담’으로의 전환 주장과 더불어 미국에 성의있는 조치를 압박하려는 메시지가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해리슨 연구원이 전한 것처럼 북한이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폭정의 잔존기지’ 언급에 대한 기존의 사과요구에서 한 발짝 물러나 ▲북한의 주권과 영토존중 ▲북한과의 평화공존 준비 ▲북한의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미국이 공개 또는 비공개로 밝힐 경우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고 밝힌 점은 회담 재개에 긍정적인 측면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이봉조(李鳳朝) 통일부 차관은 15일 “북한은 6자회담 참가를 전제로 참가명분을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해 북한이 회담 참가를 앞두고 다양한 각도에서 미국측에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