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北送’…5살 ‘탈북 고아’의 기막힌 여정

부모 없이 홀로 국경을 넘은 다섯 살배기 탈북 아이가 한국에 온 지 2년 만에 탈북자 지위를 인정받게 됐다고 경향신문이 25일 보도했다. 아이의 어머니는 함께 탈북을 하다 중국 공안당국에 적발돼 어머니만 다시 북송되는 눈물의 생이별을 겪어야 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이경구 부장판사)는 24일 탈북 소년 황모 군(5)이 통일부 장관을 상대로 낸 ‘북한이탈주민 인정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국가는 황군을 탈북자로 인정하라”고 판결했다.

온갖 위기를 넘기며 한국에 도착한 뒤에도 출생지가 중국이라는 이유로 탈북자로 인정받지 못했던 황 군은 이번 판결로 보금자리를 갖게 됐다.

황군의 어머니 김모씨(37)는 2002년 생활고 때문에 탈북해 중국에서 황 군을 낳았다. 당시 동거 중이었던 중국 남성은 모자(母子)를 거리로 내쳤다. 결국 황군은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어머니와 함께 강제 북송됐고, 두 달여간 수용소에서 지냈다. 출소한 뒤 2004년 3월 황군의 어머니는 아들을 업고 다시 탈북했다.

이후 황군의 어머니는 2006년 3월 배를 타고 아들과 한국으로 향하던 중 중국공안에게 발각됐다. 황군만은 지키고 싶었던 어머니는 공안에게 “이 아이는 동거하던 중국인의 아들”이라고 거짓 주장하며 중국에서 살고 있던 친척의 도움을 받아 아이를 두고 혼자 북송당했다.

이후 황군은 중국에 있는 어머니의 지인 손에 맡겨졌지만 주차장에 버려지는 등 생사의 고비를 여러 번 넘겼다. 그러다 먼저 탈북에 성공한 황군의 이모들이 수소문 끝에 아이를 찾아냈고, 황군을 한국으로 데려오기로 했다. 황군은 중국 아버지의 이름이 적힌 쪽지를 가슴에 지닌 채 소수의 탈북자들 틈에 끼어 2006년 8월 중국에서 몽골을 거쳐 간신히 한국에 올 수 있었다.

그러나 통일부는 “황군은 어머니 김 씨가 중국 남성과 동거하던 중 낳은 아이이므로 북한 이탈주민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황군을 탈북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황군이 지니고 있던 쪽지에 아버지가 중국 남성으로 표기된 것도 거부 이유가 됐다. 이 때문에 황군은 한국 내 이모의 호적에도 오르지 못한 무적자 신분이 돼 유치원에도 못 가고 건강보험 혜택도 받지 못했다.

재판부는 “황군은 김 씨가 북한의 남편 황 씨와의 법적 결혼이 유지되는 동안 태어나 민법상 황 씨의 아들이라는 점이 인정되고 아버지를 중국인으로 적은 것도 강제북송을 면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며 “황군을 탈북자로 인정하라”고 판결했다.

한편 김윤태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사무총장은 “현재 중국에는 황 군과 같은 탈북고아와 무국적 아동의 숫자가 최대 2만 명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며 “이들 중 상당수는 ‘무국적자’라는 신분 때문에 최소한의 의무교육과 보건의료 서비스에도 제외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