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과 탈북하려 강 올라선 국경경비대원, 얼음구멍에 빠져…

얼어붙은 두만강 위에서 북한 국경경비대 군인들이 얼음을 깨고 물을 긷고 있다.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함경북도 무산군에서 한 국경경비대원이 탈북을 시도하려 얼어붙은 강에 올라섰다가 얼음층이 무너지면서 그대로 물에 빠져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6일 데일리NK에 “지난달 20일 무산군 국경경비대 소속 한 군인이 자신의 근무시간에 애인인 한 소녀와 함께 도망치려고 강에 들어섰다가 얼음층이 깨지는 바람에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일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20대 초반의 이 경비대원은 아직 중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소녀와 연애하면서 졸업 이후 소녀의 직업과 생활에 대해 고민하다 함께 탈북하기로 하고 행동에 옮기던 중 이 같은 참변을 당했다는 전언이다.

대체로 무산군에서는 졸업생들이 광산에 배치되는데, 내년에 졸업하게 되는 이 소녀는 어려운 형편에 광산 노동자로 배치될 것을 걱정했다고 한다. 이에 소녀와 경비대원은 광산에 들어가 고생할 바에야 차라리 탈북하는 것이 낫다고 보고 함께 강을 건너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실제 이들은 지난달 20일 경비대원의 근무시간에 얼어붙은 강으로 향했다. 몸무게가 가벼운 소녀가 먼저 올라 얼음판을 확인하고 뒤따라 경비대원이 들어섰으나, 발을 딛는 순간 얼음층이 깨지면서 결국 경비대원은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소녀는 울면서 그 자리를 지키다가 경비대원이 끝내 나오지 못하고 사라져 버리자 다른 곳으로 몸을 옮겼는데 그 와중에 다른 근무자가 얼음구멍이 생긴 것을 보고 상황을 짐작해 급히 초소에 연락을 취했다.

현장으로 출동한 국경경비대는 얼음구멍 주변 인근을 샅샅이 뒤지다 울면서 강을 빠져나가는 소녀를 발견해 곧바로 체포했다.

이후 경비대가 소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번 사건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경위가 낱낱이 밝혀지게 됐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국경경비대 지휘부는 이번 사건에 대한 연대적 책임을 피하려고 경비대원이 소녀의 꾐에 넘어가 강을 건너려다 물에 빠져 사라져 버린 것으로 몰아가려 하고 있다”며 “이 경비대원이 평시에 군율도 잘 지키고 다른 대원들보다 바르게 생활했다고 평가하면서 경비대원에게는 잘못이 없는 것처럼 비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국경경비대는 물에 빠진 경비대원을 찾아볼 엄두도 내지 않고 있으며, 날씨가 따뜻해져 얼음이 녹으면 어디에선가 시신이 발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