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프리즘] ‘지소미아 파기’는 국가 안보에 자해행위다

지소미아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이 22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정부는 한일 간 ‘군사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GSOMIA)을 종료하기로 결정했으며 협정의 근거에 따라 연장 통보시한 내에 외교 경로를 통하여 일본 정부에 이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

청와대가 지난 22일 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파기한다고 발표했다. 청와대는 “일본 정부는 한·일 간 신뢰 훼손으로 안보상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유를 들어 우리를 ‘백색 국가’에서 제외했다”고 했다. 또한 “이러한 상황에서 안보상 민감한 군사 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체결한 협정을 지속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그동안 일본이 수출 규제 조치를 본격화한 이후 청와대와 여권에서는 대응 조치로 지소미아 파기 가능성을 언급해왔다. 미국이 계속된 경고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이어지면서 협정 연장 쪽으로 보였지만 돌변해 전격적으로 파기를 선언한 것이다. 미국은 이에 대해 즉각적인 거부 반응을 보였다. 데이브 이스트번 미 국방부 대변인은 “깊은 우려와 실망감을 표한다”고 했다. 캐나다를 방문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한국 정부의 결정에 “실망했다”고 표현했다.

일본은 북한을 적(敵)으로 간주하고 한반도 전역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미일과 정보 공유 없다면 북한 미사일에 ‘눈뜬 장님’이다. 최근 우리의 정보수집 능력 오류 실례는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사거리를 500Km→600Km 수정발표하기도 하고, 탄도탄이라고 한 발사체를 북한은 방사포라면서 관련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또한 발사지도 혼돈해 수정 발표하는 등 문제를 야기해왔다. 이에 반해 일본은 자체 위성에서 20분마다 한반도를 촬영하면서 비교적 정확한 정보를 수집해왔다.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는 우리의 정보능력의 개선을 위해 지소미아 협정은 유지가 꼭 필요했다.

일본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 한일관계가 정상화 된 이후 다방면에서 우리 경제의 주요 파트너 역할을 하였고 북한과의 전쟁이 발발하면 미국의 병참기지역할을 해야 함은 물론 동맹인 미국의 전략상 중국,러시아,북한에 대응하는 국가다. 그러나 국내 일각에선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및 방사능에 대한 우려 등으로 도쿄올림픽 보이콧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적절한 조치는 고사하고 이를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 뾰족한 대안 없이 죽창론’으로 국민을 선동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소미아 협정에 대해 미국이 체결을 강조했던 이유는 그동안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한미일의 효율적인 공동대처에 유리한 인계선이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안보분야인 지소미아를 한일 감정싸움의 도구로 삼겠다는 것은 무모한 발상이다.

또한 지소미아는 한미일 정보협력이나 군사협력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파기 결정은 자칫 미국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 아울러 미국이 체결 전 5~6년 끈질기게 설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파기할 경우 한미동맹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와 관련 강상중 도쿄대 명예교수는 “지소미아는 미국의 개입을 촉구하기 위한 중요한 카드이기 때문에 이를 끊게 된다면 한미관계는 매우 어렵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었다.

미사일
노동신문은 11일 전날 새벽 함경남도 함흥 일대서 단행한 무력시위 관련, “김정은 동지께서 8월 10일 새 무기의 시험사격을 지도하셨다”고 밝혔다. 통신은 무기 명칭이나 특성 등은 언급하지 않은 채 발사 장면 사진만 여러 장 공개했다. 사진은 노동신문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사진으로, 북한판 전술 지대지 미사일이라는 추정이 제기된다. /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핵 대처에서 한국이 앞서는 지리정보 및 휴민트(humint·인적정보)와 일본의 우월한 기술정보를 공유해 정보의 신뢰성을 보완하는 것은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된다. 일본의 최첨단 기술정보력은 한국의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일본은 5기의 정찰위성 외에 1000㎞ 이상의 탐지거리를 가진 지상감시레이더,조기경보기, 해상초계기, 이지스함 등을 다수 운용하고 있다. 한국의 기술정보력은 여기에 크게 못 미친다. 일본은 잠수함 정보와 감청능력(SIGINT)에서도 최강이다.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본격 동해에 배치하면 일본의 대잠수함 정보가 우리의 득이 된다.

지소미아는 2014년 체결된 한·미·일 3국 간 북핵 및 미사일 위협에 대한 정보공유약정(TISA)’을 보완한 것이다. 세 나라 간 안보협력을 위한 발판으로서 한·미 동맹 유지·발전에 기여하는 측면이 작지 않다. 지소미아는 안보 면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했다. 2016년 체결 후 양국은 모두 29건의 정보를 교환해 왔다. 일본은 위성으로 수집한 사진 자료 등을, 휴민트를 통해 얻는 정보를 나눠가지며 서로에게 적잖게 기여해 왔다.

지난해 말 강제징용 판결로 한·일 관계가 나빠진 뒤에도 7건이 교환되었다고 한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도 최근 국회에서 “지소미아의 전략적 가치는 충분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금은 우리 정부가 반일(反日)감정을 부추기고 ‘지소미아 파기’를 할 때가 아닌 것이다. 지소미아 파기로 우리나라가 스스로 안보 외톨이가 된다면 향후 독도 영공 침공사태와 같은 위협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대법원의 일제 징용 판결에서 시작된 한일 갈등을 국제 기구가 아닌 우리법원의 판결 잣대로 고집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국가안보와 국민경제에 엄청난 추가부담을 강요하는 반일 캠페인은 멈춰야 한다. 더구나 2020년 총선을 의식한 정치적인 활용은 더욱 무모한 것이다. 특정인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안보문제를 연루시켜 꼬인 정국을 풀려는 것은 더 더욱 아니다.

지소미아 파기로 제일 좋아할 사람은 다름아닌 김정은일 것이다. 이쯤되면 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 파기로 김정은의 비위를 맞추고 내년 총선 전에 남북정상회담을 개최, 선거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든다. 일본 정부도 피해국의 정서와 한·일 공영(共榮)을 바라는 양국 다수 국민의 바람을 감안하여 무역보복 등 ‘한국 때리기’를 그만둬야 한다. 문재인과 아베는 양국 국민의 적대적 관계를 거두고 양국 모두에게 윈윈하는 중재방법을 찾아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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