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프리즘] 대북 식량 지원, 심사숙고의 자세 필요하다

곡물을 흥정하고 있는 북한 주민. 지난해 10월 경 평안남도 순천시에서 촬영됐다. /사진=데일리NK

우리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 추진 움직임에 대한 각종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단 근본적으로 북한이 식량난을 겪는 것은 핵·미사일 개발에 모든 재력을 투입하여 농업투자를 소홀히 함으로서 식량난을 해결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기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는 12일(현지시간) “북한의 식량부족은 북한 정권이 저질러진 잘못으로 그들 스스로 책임을 져야하며 외국의 지원으로 대체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즉 북한의 비료부족, 후진적 재배기술, 협동농장 체제, 종묘사업 부진, 농약 부족 등은 결국 북한 위정자들이 먼저 책임을 지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식량 원조를 받는데도 큰소리 쳐가면서 ‘받도록 위신을 세워 달라’는 태도만 일관한다면 만성적 식량난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는 점도 깨닫게 유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 같은 움직임이 오히려 비핵화 프로세스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국제사회가 비핵화를 위해 노력 중인 이 시기에 북핵 피해 제1의 당사국인 한국이 대북 지원을 한다면 제재 목표를 희석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아울러 ’식량난‘ 자체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데일리NK 등 북한 시장 물가를 추적해온 매체 등에 따르면, 평양과 지방 주요도시에 쌀값이 오히려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해 식량이 부족해지자 “북한 당국이 올해 1월 말 2호 창고(군량미 보관 창고)를 열어 시중에 쌀을 풀었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아울러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과 러시아에서 식량 지원이 들어와 공급량이 증가했다“고 말하고 있다.

세계 식량 농업기구 FAO는 지난해 북한의 곡물 총생산량은 2009년 이후 최저치인 490만t으로 올해 136만t의 곡물 부족이 예상된다고 밝혔지만, 북한 당국이 허용하고 있는 다수의 시장을 간과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에서도 이미 시장 원리가 작동하고 있다는 뜻으로, 주민들은 배급이 아닌 시장에서 쌀을 충족하고 있다는 것이다.

식량이 ’자급자족‘ 가능한 상황에 식량 지원을 하면 2호 창고의 빈 곳간을 우리가 채우게 되고 결국 핵무기 개발을 안정적으로 돕는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 또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 지적했듯 ‘국제 공동체의 식량 지원이 도착할 때마다 북한은 주민들에게 장군님의 선군정치가 가져온 덕분’이라는 체제 선전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김정은에게 모든 공이 돌아가고 체제 안정이 되면, 더욱이 핵(核)을 포기할 이유가 없어진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핵 개발을 김일성 시대부터 3대에 걸쳐 해오면서, 한편으로는 이를 속이고 각종 지원을 받아온 정권이라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세계최빈국인 북한이 김 씨 체제 유지를 위해 수억 달러가 드는 핵실험과 군비증강에만 몰두, 세계여론에 스스로 등을 돌렸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와 연관되어 북한이 미사일을 잇따라 발사하고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북한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지적에서 벗어날 수 없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식량지원을 하였으면 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엉뚱한 말을 하고 있으니, 국민들은 더욱 불안해하는 것이다.

우리를 위협하는 도발자에게 평화분위기 조성이라는 미명하에 저자세로 일관 하는 것은 앞으로 당신들 마음대로 하시고 필요할 때 만나주기만 하면 된다는 말과 같다. 진정한 변화를 이끄는 데 있어 취해야 할 태도는 아니라는 말이다.

일각에서는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고 연내 4차 남북 정상회담, 3차 미·북 정상회담 등을 기대하면서 내년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는 구상에 따라 식량 지원을 서두르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식이 되면 김정은의 주가만 올려 주고 안보는 뒷전으로 밀려 북한의 비핵화는 물 건너가게 된다. 이럴 때일수록 심사숙고의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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