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통과시 김정일 통치자금 반토막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미사일 발사에 따른 대북제재 결의안을 이르면 10일 밤(한국시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결의안은 현재 미국•일본을 비롯한 10개국이 찬성 입장으로 추정되고, 당초 반대가 예상되던 중국과 러시아가 아직 입장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

안보리 결의안 채택을 위해서는 상임이사국의 반대 없이 15개 이사국 가운데 9개국 찬성이 필요하다. 결국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이 변수가 된다. 러시아는 기권과 반대를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전반적으로 반대 기류를 보이면서도 북한의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고를 마냥 외면하기 어렵기 때문에 막판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일본, 프랑스의 주도로 지난 7일 제출된 결의안에는 북한의 시험발사에 대한 규탄, 포괄적인 미사일 금수 및 모라토리엄 준수, 6자회담 복귀를 통한 핵문제 해결 촉구를 담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미사일 금수에 관한 사항이 핵심 내용으로 이를 두고 막판까지 커다란 논란이 예상된다.

결의안은 유엔 회원국이 북한에 미사일 제조와 관련된 물품 및 기술을 지원하지 못하도록 하고, 북한의 미사일 및 관련기술의 도입도 금지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은 김정일 위원장이 수출을 통해 수 억 달러를 번다고 직접 언급할 정도로 외화수입원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북한이 중동에 수출해온 스커드-B/C 미사일의 가격은 기당 200∼250만 달러, 노동 1호 미사일은 기당 700만 달러다. 스커드 미사일 제작 원가가 보통 20∼25만 달러로 볼 때 제작비의 열 배에 달한다.

북한은 이란 외에도 이집트와 시리아 등 아랍국가에 지금까지 400여 기의 스커드 미사일을 수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중동에 미사일을 수출해 벌어 들이는 돈은 연간 5억 달러가 넘는다.

지난해 이란에 사정거리 3500km 미사일 수출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말 북한 화물선이 사정거리가 3500km에 달하는 SS-N-6 개량형 12기를 싣고 이란의 한 항구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파키스탄이 98년 시험발사한 가우리 미사일은 북한의 대포동 1호를 수입한 것으로 미국과 일본은 파악하고 있다.

북한은 2000년대 들어 서방국가의 북한 미사일 수출에 대한 압력이 거세지자 현지에서 조립 생산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유엔 결의안이 통과될 경우 이와 같은 현지 생산방식 및 기술을 포함한 모든 수출행위가 금지된다.

그러나 이란이나 시리아와 같이 유엔 결의에 불복할 가능성이 있는 국가에 대한 수출이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 미사일의 가장 큰 고객 중 하나가 이란이기 때문에 이란에 대한 단속 여부에 따라 효과는 달라질 수 있다.

북한의 년간 일반교역 수출액이 10억 달러에 못 미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미사일이 북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쉽게 알 수 있다. 북한은 98년 10월부터 시작된 북-미 미사일 협상에서 미사일 수출 중단 대가로 3년간 매년 10억 달러(한화 1조 원)를 보상해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유엔이 북한의 미사일 수출을 금지할 경우 북한은 군사분야 뿐 아니라 김정일 통치자금까지 마를 가능성이 있다.

결의안에는 유엔 회원국이 북한이 미사일 제조에 필요한 부품 및 기술, 자금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 규제가 실시되면 북한은 년간 100기에 달하는 미사일 생산을 중단해야 할 처지가 될 수 있다. 기존에 있는 미사일도 관련 부품을 지속적으로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이미 생산된 미사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체와 탄두에 한해서는 자체 제작할 수 있는 기술 수준에 도달했다. 그러나 미사일 발사부터 목표지점까지 유도할 레이더나 고급 소프트웨어 같은 통제장치와 기술은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중동국가나 일본에서 들여온 이러한 부품 및 프로그램을 통제할 경우 북한의 미사일 생산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미국 몬테레이 소재 비확산연구소의 신성택 박사는 “자동차 회사에서 신차가 나오면 발표회를 갖는 것처럼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국제 미사일 시장에 강력한 러브콜을 보낸 것과 다름 없다”면서 “이번 미사일 발사는 고객 감동 수준”이라고 말했다.

PSI 강화될 것

신 박사는 “북한은 매년 5억 달러 이상의 미사일을 지금도 수출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이번 미사일 수출을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 강화를 위한 명목으로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결의안이 유엔헌장 제 7장 “평화에 대한 위협, 평화의 파괴 및 침략 행동에 대한 조치’를 근거로 하고 있어 안보리의 제재안이 통과될 경우 해상이나 공중봉쇄도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북한과 같은 경우 미사일 금수를 위해 해상봉쇄가 유력한 방안으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해상 봉쇄가 실시되면 서해안과 동해안을 가리지 않고 해상 금수망을 설정해 북한 선박이 이곳을 출입할 경우 검사를 실시한다. 선박 내부를 검사해 미사일을 포함한 WMD, 마약 •위폐•밀수를 국제법적으로 단속할 수 있는 권한도 갖게 된다. 북한의 선박이 미사일이나 핵 물질 등 의심스러운 화물을 나른다는 판단이 설 경우에는 이를 나포할 수도 있다. 북한은 사실상 미사일 및 각종 국제범죄를 통해 얻어 들이는 수익뿐 아니라 해상을 통한 전반적인 무역거래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통일연구원 북한경제연구센터 최수영 소장은 “대북제재가 발효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발효된다 해도 북한의 정상적인 거래에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중국과 한국의 참여가 결정적”이라고 했다. 이어 “결국 결의안의 효과는 미사일이나 WMD(대량살상무기), 마약과 같은 단속대상의 거래가 얼마나 줄어드느냐에 따라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북한은 2003년 북핵 위기가 고조될 당시 미국과 일본에 의해 해상봉쇄가 검토되자 북한 인민군 판문점 대표부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측이 무력을 집결하고 우리에 대한 제재를 가해 온다면 조선인민군 측은 정전협정을 조인한 일방으로서 협정에 의해 지닌 의무이행을 포기하고 협정 내 모든 조항의 구속에서 벗어나는 단호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