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 추리닝 입고 자유롭게 시장누비는 北주민들

진행 : 매주 북한 경제에 대해 알아보는 ‘장마당 동향’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북한산 상품들에 대한 이야기가 준비되어 있다고 하는데요, 강미진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강 기자, 관련 소식 먼저 전해주시죠.

기자 : 네, 최근 한중 관계가 악화되면서 중국에서는 한국산(産)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는데요, 북한에서는 오히려 일부 중국산 상품이 냉대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 주민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필품 등 식생활에 필요한 제품을 중국산으로 해결했거든요. 그런데 얼마 전부터는 북한 내륙지역은 물론 국경지역에서도 중국산이 하나둘 자리를 빼앗기고 있다고 합니다.

얼마 전 연락이 닿은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시장에서도 중국산 상품의 영역이 점점 좁아지고 있었는데요. 사탕과자나 음료수, 과일은 물론이고 치약과 화장품 등 다양한 국산제품들이 대량적으로 시장을 점령하면서 구매자들이 중국산을 거부하고 있다고 합니다. 변화는 이뿐이 아닌데요, 북한 당국은 주민들이 영어 글자가 있는 옷을 입는 걸 단속했었지만, 지금은 북한산 상품에도 영어를 기입하는 등의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국산을 사용한 경험이 있는 주민들은 대부분 한국산을 선호하는 추세여서 해외파견 근로자나 무역일꾼, 사사여행자(중국 친척방문자)들을 통해 한국산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고 합니다.

진행 : 네, 원래 북한 시장에서는 중국산 공산품이 매대를 독차지할 정도였는데요. 이제는 주민들이 중국산을 거부하고 있다니 흥미로운데요? 더 자세히 소개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자 : 네, 북한 평양과 평안남도 평성 소식통이 보내온 소식에 따르면, 대부분 시장들에 있던 중국산 사탕과 과자 음료수 등이 북한산에 밀려서 점점 수량이 줄어들고 있다고 하는데요, 깔끔하고 담백한 맛을 선호하는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는 향신료가 많이 들어간 중국 사탕이나 음료수들은 좀 거부감이 들 수 있을 것 같고요. 자연향기를 첨가한 북한산에 밀리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봅니다. 

올해 데일리NK가 입수한 2017년 달력에서도 딸기향, 사과향 등이 첨가된 북한산 음료수들이 대거 소개되기도 했었죠. 한 북한 주민은 이전처럼 우리나라(북한) 생산품이 별로 없을 때에는 어쩔 수 없이 중국산을 구매해야 됐지만 지금은 우리나라 제품이 중국제품보다 질이 더 좋다는 평가도 있고 무엇보다 가격이 중국산보다 눅기(싸기) 때문에 많은 주민들이 좋아한다고 말하더군요. 그러다보니 당연히 중국산 물품의 수량이 줄어들게 됐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었습니다. 

진행 : 북한 시장에서 북한산 물품이 증가하고 있다는 흥미로운 소식을 전해주시고 계신데요. 그 종류가 무엇인지도 갑자기 궁금해지는데요?

기자 : 네, 북한 전역을 종횡무진 돌아다니고 있는 한 장사꾼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시장들에서 눈에 띄게 많아진 북한산은 과일과 음료수, 사탕과자, 신발, 어린이 가방, 치약과 화장품 등이라고 합니다. 북한 대부분 가정에선 여성이 경제권을 쥐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성 용품이 시장에서도 인기품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화장품이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북한 조선중앙TV는 얼마 전에도 백화점에서 화장품을 구매하는 여성들의 인터뷰 영상을 내보내면서 은하수 화장품을 선전했는데요, 북한 여성들이 어떤 화장품을 좋아하는지 궁금증에 알아봤는데요. 1순위가 한국산이고 두 번째가 북한산 화장품인 은하수 화장품이라는 답이 오더군요, 한국산은 기능성 화장품도 많아서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진행 : 북한 주민들은 수십 년 동안 중국산에 길들여져 있었다고 볼 수 있겠는데, 왜 이렇게 갑자기 배척하는 건가요?

기자 : 네 물론 북한 주민들이 1990년대부터 중국산을 주로 사용해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중국산에 입맛이 변할 법도 하지만, 고유한 민족성은 강하게 남아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중국 제품에서 나는 특유한 향이 있잖아요. 그것보다는 북한 제품이 낫다고 보는 거죠. 또한 북한 주민들은 의류 같은 경우에도 중국산을 구매한 후 꼭 봉재를 다시 해서 입곤 했거든요. 그만큼 중국산 제품은 질이 떨어진다고 본 거죠.

식품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곡물에서도 북한산 쌀이나 옥수수로 밥을 지었을 때와 중국산 쌀로 밥을 했을 때와는 맛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경제상황이 좀 나은 주민들은 중국산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장마당에서 중국산이 차지하고 있던 영역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것이겠죠.

진행 : 방금 전에 북한산 의류에 영어 글자도 새긴다고 하셨는데요. 원래 이런 옷을 입고 돌아다니면 단속 대상에 몰리지 않았습니까? 대체로 어떤 상품에 영어가 삽입되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기자 : 네, 치약인데요, 북한이 개발한 나노은(銀) 치약에 영어 AG가 기입되어 있었다고 하더군요, 통화 상태가 불량해서 당시엔 은 화학기호인 AG를 LG로 잘못 알아듣고, 한국 LG상표를 사용하는 줄 알고 충격을 받았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아니더군요.

북한산 상품에 영문이 삽입된 건 치약뿐만이 아닌데요, 담배와 화장품, 달력과 우표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주민들이 영어 글자가 새겨진 옷을 입고 다녀도 단속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제가 북한 주민에게 아디다스(adidas) 추리닝을 보낸 적이 있는데 단속을 하지 않기 때문에 잘 입고 나닌다고 하더라고요.

진행 : 북한 당국이 왜 영문이 새겨진 의류를 입은 주민들 단속을 하지 않는 것인가요?

기자 : 더 이상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단속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하지 않았을까요? 아이들도 미키마우스가 새겨진 가방을 들고 다니고 있는데, 그렇게 따지면 모든 주민들을 단속해야 하지 않을까요? 차라리 그러는 것보다 큰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들을 시범껨(본보기) 차원으로 단속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또한 장군님(김정은)과 부인(리설주)도 외국제를 사용하는데 아디다스 제품을 입은 주민들을 단속한다는 것은 김정은 부부를 단속하라는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진행 : 네,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난주 북한 시장의 물가동향 알아볼까요?

기자: 네. 지난주 북한의 쌀값과 환율을 비롯해 최근 북한 장마당에서의 물가 동향 알려드립니다. 북한 시장에서 일부 곡물이나 공산품이 가격이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지만, 쌀을 비롯한 기본 생계 품목들은 가격 변화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먼저 쌀 가격입니다. 1kg당 평양 4870원, 신의주 4800원, 혜산 4790원에 거래되고 있고 옥수수는 1kg당 평양 1650원, 신의주 1640원, 혜산은 17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환율정보입니다. 1달러 당 평양 8050원, 신의주는 8025원, 혜산 8100원이구요, 1위안 당 평양 1200원, 신의주 1150원, 혜산은 117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일부 품목들에 대한 가격입니다. 돼지고기는 1kg당 평양 12800원 신의주는 13000원, 혜산 13500원, 휘발유는 1kg당 평양 8360원, 신의주 8400원, 혜산에서는 8540원, 디젤유는 1kg당 평양 4650원, 신의주 4600원, 혜산은 468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