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폭등에 흔들리는 평양 민심…부랴부랴 ‘배급 주겠다’ 포치

소식통 "4월부터 배급 없었다...지난 7일 입쌀, 감자 등 10일치 배급 계획 하달"
"평양에서도 음식물 쓰레기 가져다 먹는 극빈층 눈에 띄게 많아져"

평양 외곽 어느 한 마을의 비공식 ‘메뚜기장’. 주민들이 물건을 매매하기 위해 서있다. /사진=아이디 龙五*狼之吻 중국 블로거 제공

지난 4월 이후 현재까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평양시 배급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휘발유, 경유를 비롯해 쌀과 옥수수 등 곡물 가격까지 상승하면서 평양 시민들의 불만이 팽배하자 당국이 부랴부랴 배급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전언이다.

10일 데일리NK 평양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4월 태양절(김일성 생일·4월 15일) 즈음 열흘치 배급이 나온 후 두 달 동안 평양 배급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평양 시내 배급소에 보관돼 있는 식량도 없는 상태다.

지난해 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국경을 폐쇄한 후 3월부터 3개월 동안 평양시 배급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후에는 비교적 주기적으로 배급이 진행돼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반 시민들에게 배급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교화소 등 구금시설 출소자로 당장 생계 활동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나 지방에서 평양으로 근무지를 이전한 안전원(경찰)과 군인들도 배급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군에서도 식량 사정이 좋지 않아 군 간부 본인에게 할당된 배급만 지급하고 가족들의 할당량은 지급되지 않았다고 한다.

사회 보호계층은 물론이고 국가기관 소속자들도 경우에 따라 평양에 거주하면서도 배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당(黨)이나 국가보위성 등 특수기관에 소속된 간부들은 지속 배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가운데, 춘궁기(春窮期)에 들어서면서 식량 수급 상황이 안 좋아져 현재 시장에서의 곡물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경봉쇄 이후에도 북한의 쌀 가격은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고 지난 3월부터는 오히려 가격이 하락하는 양상이 나타나 1kg에 3천 원대에 거래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5월 초부터 북한 쌀 가격은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일 평양의 쌀 가격은 1kg당 5000원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일주일도 안 돼 22%(2일(4100원)) 폭등한 수치다.

옥수수 가격은 국경봉쇄 이후 지속 상승했지만 그래도 2천 원 초반대의 가격이 유지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평양에서 옥수수 1kg에 3000원까지 가격이 올랐다.

지방의 경우 옥수수 가격이 1kg에 3천 원 이상으로 폭등한 사례가 있었지만 평양에서 옥수수 가격이 이렇게 오른 적은 없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배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시장 물가까지 상승하면서 최근 들어 평양에서도 절량세대(돈도 식량도 없는 빈곤 세대)도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혁명의 수도에서도 음식물 쓰레기를 가져다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골라 찜기에 쪄서 먹을 정도로 빈곤층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또한 소식통은 “지난 4월부터 평양시 대성산에 풀을 뜯으러 가는 노인과 아이들이 줄을 잇고 있다”며 “단오(6월 14일) 전까지는 풀에 독이 없다고 알려져서 나물밥이라도 해먹으려고 풀을 따러 다니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당국에서도 부랴부랴 평양시 배급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 평양시 각 구역 배급소에 입쌀, 감자, 강냉이(옥수수), 보리쌀 등 10일치의 배급을 실시할 예정이라는 포치가 하달됐다는 것.

관련 지시가 하달된 만큼 이달 안에 배급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정상 배급이 이뤄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다만 조만간 평양시 배급이 시행될 경우 평양 내 시장에서 거래되는 곡물 가격이 다소 안정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