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에 열린 8차 黨대회, 당 간부들은 어떻게 봤을까?

[당대회 인터뷰①] 국방력 강화·지방경제 발전 필요성 인정…인민대중제일주의 강조엔 엇갈린 반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일 제8차 노동당 대회 3일 차 회의를 진행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8일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사상 처음으로 새해 벽두에 당(黨) 대회를 열고 국가 주요 정치·경제 사안들을 논의·결정했다. 지난 2016년 7차 당 대회 이후 4년 8개월 만에 열린 이번 8차 당 대회는 1월 5일부터 12일까지 8일간 이어져 역대 두 번째로 긴 당 대회로 기록됐다.

이렇듯 장기간에 걸쳐 진행된 만큼 이번 당 대회에서는 여러 중요한 내용들도 다뤄졌다. 북한은 대북제재와 코로나19라는 위기 속 새로운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했고, 국방력 강화를 주요 성과로 언급하며 핵무기를 지속해서 개발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그렇다면 이 같은 당 대회 주요 결정들을 북한 내부의 주민들은 어떻게 바라봤을까? 특히 당 조직에 속한 간부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데일리NK는 8차 당 대회가 끝난 뒤 북한 내부의 여러 소식통을 통해 평양과 지방의 간부들과 접촉, 당 대회 주요 내용과 결정 사안에 대한 의견을 들어볼 수 있었다. 이들은 국방력 강화와 지방경제 발전 등 당 대회에서 다뤄진 주요 사안들에 대체로 비슷한 견해를 보였지만, 인민대중제일주의 정치이념과 당 규율 강화에 대해서는 다소 엇갈린 반응을 나타냈다.

이 밖에도 이들은 조용원의 일약 승진과 김여정의 후퇴 등 눈에 띄는 인사 결과에 관해 내부에서 돌고 있는 뒷말과 현지의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다음은 평양과 평안북도의 당 간부 인터뷰 내용을 일문일답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이번 8차 당 대회의 가장 큰 결정은 단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총비서 추대다. 왜 다시 비서국 체제로 회귀했다고 보나?

평양시 간부(이하 A): “위대한 수령님(김일성)과 장군님(김정일) 시대의 가장 현명한 당적 지도 방법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평가한다.”

평안북도 간부(이하 B): “직책은 중요치 않다고 본다. 다시 5년 있다 또 위원장 직책을 쓸지 더 위대하고 거룩한 말을 써서 직책을 달리할지 모를 일이다.”

-이번 당 대회에서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이 제시됐다. 앞선 경제발전 5개년전략 수행 목표 달성은 사실상 실패했는데, 5개년계획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A: “이번이 다른 것은 우(위)에서 아래까지 필요한 간부사업이 그 분야 실천실력 위주로 돼서 사업들에 착수한 것이다. 구체적 내용과 방향, 방도들은 5개년전략과 거의 일치하나 이번에는 세부화, 심오해졌다. 특히 일, 월, 분기, 상·하반년별 경제집행 총화를 하겠다고 돼서 일군(일꾼)들이 당 조직 울타리 안에서 대충 시간이나 때우고 허위보고를 해서는 큰코다친다고 바싹 긴장하고 있다. 간부 직책에서 떨어지든 영웅 되든 이번에는 중간은 없지 않겠나 하는 공포감이 있다.”

B: “전번에도 잘 안 됐는데 다시 간부사업하고 검열조 파견하고 처벌하고 혁명화한다고 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우리 몇몇 일군들이 당 정책 침투하고 생활총화 때 비판 무대에 세운다고 5개년계획 과제가 수행되는 게 아니다. 지방 생산기지들의 설비는 낙후하고 똑바로 공부해 대학졸업증 받은 노력(인력)들은 거의 적다. 거기다 지방은 대중이 발동되기 힘들다. 다 밀수하며 자기 힘으로 장사해 먹고 살면서 돈 얼마를 내면 행사를 다 빠질 수 있다. 이런 조직생활 기피 현상이 수십 년째 용인돼 온, 자본주의화 된 체계에서 사회주의 정책과 사상을 집행하라니 되겠는가. 또 도루메기(도루묵) 될 것으로 보인다.”

-5개년계획의 기본은 역시 자력갱생, 자급자족이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코로나19 등 악조건 속에서 자력갱생, 자급자족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A: “전에도 그렇게 살아왔는데 지금이나 앞으로도 그렇게 못 살 것은 없다고 본다.”

B: “작년에 많은 인구가 병마로 약 못 쓰고, 아사로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자력갱생, 자급자족 이런 구호가 나오니 더는 새 방도가 없고 알아서 살라는 것뿐이구나 생각한다.”

-지방 인민 생활이 낙후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지역별 특성에 맞는 지원을 시사했다. 특히 시멘트 1만 톤 지원과 같은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지방과 수도의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도와주는 것이 당연하다. 지방에는 초막집도 거적때기 집도 있다고 하는데 평양처럼 아파트에서 번듯하게는 못살아도 단층이라도 따스한 구들 있는 데서 등을 지지면서 살게 당에서 혜택을 주면 좋겠다.”

B: “지방 일군(일꾼)으로서 가장 눈이 번쩍 뜨이는 소리고 정책이다. 맨날 지방일군들이 잘못해 지방 인민생활이 낙후하다고 총화하고 처벌하지 않는가. 그런데 국가가 지방에 뭔가 보장해주면 적은 자재로라도 실리 있게 기여하면서 우리도 살아남을 길을 연구할 수 있다.”

-국방력 강화를 주된 성과로 언급하고 핵무기 지속 개발 의지를 천명했다. 필요성이 있다고 보나?

A: “필요하다 생각한다. 적들이 우리 공화국의 핵무기 때문에 감히 못 건드리고 있다고 당에서 선전선동하는 정책적 내용의 근거 상으로는 필요하다.”

B: “생각해보면 현재 나라의 국방력 강화는 필수이긴 하다. 그러나 극적으로 가기보다는 민수도 골고루 발전하는 방향을 취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북한이 14일 저녁 노동당 8차 당대회를 기념해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이잘에서 신형 잠수함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무기도 공개됐다.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남한 정부의 태도에 따라 남북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남북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나?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문재인 남조선 대통령이 5·1일 경기장에서 연설하고 판문점에서 상봉하고 할 때 조국 통일까지는 안 돼도 우리는 한민족이니 서로 도우며 살 수 있겠다고 생각해 눈물이 났다. 그런데 남조선이 약속을 헌신짝처럼 줴버리는데 우리가 평화를 구걸할 수는 없지 않나. 우리는 남조선 당국자들이 수없이 약속을 안 지키고 우리를 공화국의 권위를 훼손시키는 쏠라닥질을 해오고 있어 북남 사이가 악화되고 있다고 교양 받고, 교양하고 있다. 다만 개선은 필요하다 생각한다. 동족이고 세계상 단일민족이 아닌가.”

B: “자존심을 버리고 서로 밝힐 것은 밝히고 협력하고 지원도 받았으면 좋겠다. 동족끼리 약 없으면 약 없다, 쌀 없으면 쌀 없다 하기 힘든가. 남조선이랑 경제협력하면 서로 발전하고 좋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당에서는 대남 대적 관념을 세우고 적에 대한 환상은 금물이라고 교양하니 우리가 결정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북남 사람들은 말이 통하지 않나. 지방에는 남조선에서 투자, 개발할 수 있는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북미관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미국에 바이든 정부가 새로 들어섰는데 앞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나?

A: “미국이 어떤 방식으로 협상을 제안하는가에 달려 있다 본다. 당 정책은 8차 당 대회에서 천명한 그대로이므로 변화는 없을 것이다. 우리에 우호적인 국가와 비우호적인 국가를 똑같게 상정해줄 수는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다.”

B: “국방력을 더 강화하는 길이 자주의 길이라고 하는데 이 길을 버리지 않고 고수할 것 같다. 그래서 당 대회도 미국의 눈치 안 보고 하고 싶은 소리 다 한 거 아닌가.”

-이번 당 대회에서는 ‘인민대중제일주의’, ‘이민위천’, ‘인민을 위해 일하는 당’ 등 인민을 최우선에 두겠다는 이념을 천명하기도 했는데.

A: “우리 당은 어느 한시도 이민위천의 구호를 소홀히 한 적이 없다. 그런데도 다시 한번 추켜든 것을 보고 당 대회를 계기로 당과 인민대중의 일심단결을 초석으로 다지는 한편 가장 힘들었던 지난 1년간 다치고 지친 인민들의 마음과 생활의 구석구석을 헤아리려는 것이구나 생각했다. 응당 인민대중의 당은 그렇게 해야 한다고 본다.”

B: “상부에서는 일군들이 당 정책 집행을 못해서 나라가 엉망진창이라며 우리를 처벌하고 혁명화하고 간부사업 해치운다. 또 인민들은 그들대로 간부들이 나라일을 쓰게(제대로) 못해서 지방산업이나 인민생활이 낙후하고 뇌물로 산다고 손가락질한다. 근본적으로 이것을 개선하려면 이민위천을 구현하는 뾰족하고 확실한 당 정책이 나와야 한다.”

-당에 규율조사부가 새로 만들어지고 당중앙검사위원회의 부정부패 감독, 신소처리 기능을 강화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이며, 주변의 반응은 어떤가?

A: “평양의학대학 사건이 실제로 평양시나 중앙당에 검은 구름을 몰아왔다. 사회주의 사회에서 간부들의 비리가 더 묵과돼선 안 된다는 사활적이고 필수적인 문제로 당이 이번에 규율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간부들과 그 가족, 연관 단위 조직 책임자들까지 각성시키는 대책이라는 반응이다.”

B: “새 부서를 내오든 거기에 누구를 앉히든 지방은 거기서 거기다. 특별히 지방에서는 이것에 대해 와디디하거나(요란스럽거나) 하진 않는다.”

-이번 당 대회에서 그간 김 위원장을 자주 수행하던 조용원의 권력이 수직 상승했다. 이를 두고서는 어떤 뒷말들이 나오고 있나?

A: “조용원 동지는 김여정 동지 대신 의사결정 하러 앉은 책임간부라는 말이 나온다.”

B: “지방에서는 조용원 동지가 리병철 동지보다 앞서서 호명된 것을 두고 군수공업 일군들의 뒷말이 나오는 중이다. 핵, 로케트(로켓) 무기 분야도 당이 전폭적으로 지휘·감독·통제한다는 의미라고, 당의 권위 강화라고들 한다.”

-반면 김여정은 정치국에서 빠지고 중요 직책도 얻지 못했는데.

A: “아무래도 이번에는 노(老)세대 혁명가들을 간부사업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당 대회가 집중됐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김여정 동지는 장군님의 자제분이니 수령님의 자제분이신 김경희 부장 동지와 같이 생각하면 된다고 하고 있다. 김여정 동지는 장군님의 자제분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더 논의할 거리는 아니라고 간부들이 말하는 중이다.”

B: “김여정 동지는 그냥 직위 직책과 상관없이 원수님을 가장 최측근에서 보좌하고 당 정책을 논의할 수 있는 첫 자리 혁명동지이자 전사라는 특수적인 사람으로 보고 있다. 직위나 직책이 상관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