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미 정상의 허탕 만남, 파국으로 흘러가지 않게 해야

북미정상회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환담과 만찬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7일 보도했다. /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북한과 미국 두 정상이 빈손으로 베트남을 떠나게 됐다. 북한 비핵화가 상당기간 교착 상태를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하노이 2차 미북정상회담 이틀째에 단독회담에 이은 확대정상회담을 1시간 30분 연장하며 담판을 벌였지만 결국 아무런 합의도 이뤄내지 못했다.

협상 결렬의 정확한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다. 회담 결렬 후 기자회견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의 협상단과 정상이 긴밀한 대화를 진행했지만 상호 만족할만한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양국의 의견 차이의 핵심은 대북제재 해제에 상응하는 북한의 추가적이고 진전된 조치였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많은 부분에서 비핵화 의지가 있었지만, 완전하게 제재를 완화할 준비가 안 돼 있었다”고 말했다. 북한은 영변핵시설 불능화 입장을 건네면서 동시적으로 제재 완화 요구를 거듭했고, 미국은 불능화를 넘어선 추가적인 조치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 조치와 제재해제를 둘러싼 양국의 의견 차이가 두 정상의 막판 절충 시도에도 극복되지 않았다.

이번 정상 간 허탕 만남이 미칠 파장은 작지 않을 것이다. 상당기간 비핵화 과정의 교착 국면은 불가피하고, 북한 비핵화에 대한 비관론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상대방인 김 위원장에게 여전한 신뢰를 표하면서 앞으로 협상을 지속하기로 한 점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이다. 대화의 동력을 되살리기 위해 빠른 시간 안에 양국의 접촉이 재개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번 회의 결렬을 이유로 당장 비핵화 프로세스를 거스르는 선택을 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신뢰가 완전히 허물어지지 않았고, 북한의 당면한 목표는 여전히 제재 해제이기 때문이다. 당분간 북한은 버티기로 나올 가능성이 크고, 미국은 제재 유지로 맞설 것이다. 대신 북한은 중국을 통한 제재 우회 방안을 찾을 것이다. 중국이 미국 대신 북한 비핵화의 짐을 떠맡지는 않겠지만, 북중관계가 밀접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한다는 명목으로 모종의 탈출구를 마련해줄 수도 있다.

남북관계는 시계제로의 상황에 직면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대북제재 완화의 촉매제로 남북경협을 활용하고, 이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가속화 하겠다는 의지를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회담 결렬로 이러한 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고, 섣부른 낙관에 대한 비판도 거세질 전망이다. 정부는 미북 양자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겠지만 미북이 만족할만한 균형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대북제재로 북한의 항복을 받아내기도 어렵지만, 대화로 해결하기도 어렵다는 것을 이번 회담 결렬은 다시 한 번 일깨워주고 있다. 그렇다고 다른 수단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상황에 대한 냉정한 이해를 바탕으로 미국과 북한이 현실적인 타협을 해야 한다. 북한이 국제사회가 납득할만한 핵신고 리스트를 제출하면서 사찰을 담보하고, 미국이 제재 완화에 나서는 것도 하나의 해결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