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사납금-경기 위축 이중고에 평양 택시운전사 ‘자살’

소식통 "경제난에 이용객 줄었는데 회사 입금비는 그대로"

지난해 8월에 촬영된 평양 시내의 택시.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대북 제재 등으로 북한 경기가 위축되면서 최근 수입이 급감한 평양의 한 택시 기사가 비싼 사납금을 채우지 못하고 자살을 선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몇 년 전만 해도 북한 주민들에게 선망의 직업으로 꼽히던 택시업에서 이런 사건이 발생하자 민심도 덩달아 흉흉해졌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평양 소식통은 7일 데일리NK에 “최근 평양의 한 택시 운전수(기사)가 입금비(사납금)을 내지 못해 자살했다”며 “입금비를 바치는 것 때문에 매일 스트레스를 받다가 결국엔 그런 선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어 “평양 주민들이 아무리 잘 살아도 요즘엔 택시를 잘 안 타기 때문에 돈벌이가 쉽지 않다”면서 “경제봉쇄(제재) 후과(영향)가 크게 나타나고 있는 것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대북제재로 인한 경기 침체로 평양 주민들이 소비를 줄이면서 덩달아 택시 기사들의 수익도 감소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수입은 감소했지만 ‘사납금’은 여전히 높게 책정됐었다고 지적했다. 소식통은 “평양 택시들은 택시 사업소에 입금해야 하는 돈이 하루에 100달러가 넘기도 한다. 고려항공은 80달러, 금강회사는 130달러를 내야 하는데, 이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했다. 택시 기사의 벌이가 좋지 않더라도 회사 측은 이를 절대 봐주지 않는다는 의미다.

우리의 경우 사납금은 하루에 13만 5천 원 즉, 약 113달러 정도다. 또한 2020년 1월부터 사납금 제도는 폐지된다. 이에 비춰볼 때 평양 택시의 사납금은 상당히 높게 책정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까지만 해도 사납금을 내고도 하루에 50에서 많게는 100달러까지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종일 일을 해도 사납금은 물론이고 유류비도 못 벌 때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소식통은 “기사들이 요즘 많이 힘들어한다”며 “밤낮으로 시내를 빙빙 돌아도 장사가 안된다는 말을 한다”고 전했다.

현재 평양의 택시비는 기본요금이 2달러 정도로, 500m마다 0.5달러의 요금이 더 붙는다고 한다. 최근 평양의 환율은 1달러당 북한 돈 8310원으로 쌀 1kg의 가격이 5천 원 내외라는 점에서 택시비는 매우 비싼 편이다. 즉, 택시요금이 상당히 비싸기 때문에 경제난에 바로 이용객이 급감한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택시 운전수가 되기 위해 뒷돈(뇌물)을 쓰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이제는 상황이 조금씩 달라질 것 같다”면서 “자살 소식을 들은 주민들 사이에서 ‘경기가 정말 안 좋은 것 같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지난해 8월 4일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양 무궤도전차 공장을 현지지도 하면서 “거리에 택시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을 볼 때마다 늘 마음이 무거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새로 만들어진 무궤도전차를 시험 탑승하면서 “이제 전망이 보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값비싼 택시는 돈 있는 일부 계층의 전유물로 치부하면서 거의 무료에 가까운 무궤도전차의 확충은 민생을 위한 정치적 행보로 선전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평양의 국가보안성(우리의 경찰청) 산하 택시회사 중 하나가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의 소유라는 소문이 돌고 있으며 일명 ‘리설주 택시’로 불리는 이 택시 회사가 승객을 독점해 문제가 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택시 기사들 사이에서는 “경제가 안 좋아 사람들이 돈을 안 쓰는 데다 입금비는 너무 비싸고 리설주 택시로 인해 손님도 다 뺏겨 여간 힘든 게 아니다”라는 불만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