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올해도 내치 집중하며 대미·대남 수동적 자세 취할 가능성”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주최 포럼서 北 대외정책·경제 전망…대선 결과에 따라 대화 재개 개연성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일 1면에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 관한 보도’를 실었다. 신문에 따르면 이번 전원회의는 지난해 12월 27일부터 31일까지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진행됐다. /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북한이 올해에도 코로나19 방역과 경제개발 등 소위 ‘내치’(內治)에 집중하면서 대미, 대남정책에서는 유보적 또는 수동적 자세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서보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4일 오후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북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 분석을 주제로 개최한 통일학포럼에서 “대외안보 측면에서는 북한이 기존 노선을 견지하는 가운데 다소 수동적 태도를 보이면서 먼저 움직이지는 않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앞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말 열린 당 중앙위 8기 4차 전원회의에서 대미, 대남관계와 관련해 “북남관계와 대외사업 부문에서 견지하여야 할 원칙적 문제들과 일련의 전술적 방향들을 제시했다”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서 연구위원은 이 같은 보도를 근거로 한 북한의 대미·대남정책 분석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언급하면서도 과거 북한의 입장이나 행동에 미뤄볼 때 대외정책에서 큰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은 작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먼저 북한의 대미정책과 관련해 “금번 전원회의를 비롯해 근래 북한의 정세 인식을 감안할 때 북한의 대미관과 대미정책의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며 “북한은 대외 정세가 엄중하고 불확실하다고 보고, 미국의 대북정책에 불신을 갖고 있어 현재와 같은 국면에서는 비핵화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북한은 미국 정부의 ‘조건 없는 대화’ 제의를 무의미하다고 일축해오고 있으며, 제재 국면이 지속되는 속에서 미국의 이 같은 대화 제의를 압박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게 서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더욱이 그는 북한이 코로나19 및 제재 국면을 핵 능력 강화와 경제 성장의 기회로 활용하면서 정세 관망 기조에서 핵억지력을 유지·강화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서 연구위원은 “미국의 공식 대화 제의가 있을 경우 회담 성격으로 핵 군축이나 6·12 싱가포르 공동선언의 이행으로 반응할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다”고 관측하기도 했다.

아울러 그는 북한의 대남정책에 대해서도 “대미정책 전반과 비슷하게 북한이 먼저 움직일 동인이 부족해 관망 혹은 수동적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남한의 선거 일정이나 코로나19의 지속, 북한의 대내 중심 정책 등으로 대남정책은 일종의 ‘전략적 인내’, ‘휴지기’ 상태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하반기에는 남한의 대선 결과와 코로나19 추이에 따라 북측 혹은 남측의 제의로 대화가 재개돼 선(先)남북협력, 후(後) 북미 핵 협상이 전개될 개연성도 있으나 대선에서 보수성향의 후보가 당선될 때는 남북관계가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 평안남도 지역의 한 농촌마을. /사진=데일리NK

한편 이날 포럼에서는 북한의 경제 분야와 관련한 분석도 이어졌다.

발표를 맡은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종합적으로 보면 북한은 지난해 8차 당대회 및 전원회의에서 경제난을 반영해 계획을 현실성 있게 밑으로 조정했으나, 농업 및 건설을 제외하고는 계획에 미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8차 당대회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중심과업이자 자립경제의 ‘쌍기둥’으로 금속공업과 화학공업을 언급했지만, 이번 전원회의에서 이 같은 중요 기간산업에 대한 평가가 빠져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게 임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이어 그는 북한이 사회주의 농촌문제 해결을 특별 의정으로 취급하고 관영 매체의 보도도 이 부분에 상당량 할애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임 연구위원은 북한이 이번 전원회의를 통해 농촌개조사업을 강조한 것과 관련, “새마을운동식으로 농업생산력을 증대시키는 데 초점을 뒀다면 김정은이 이야기한 인민대중제일주의에도 맞고 김정은의 업적 리더십과 연결할 수 있다”면서도 “반면 농엽잉여를 수탈하는 장치가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고 했다.

그는 “농촌 생산물을 싸게 수매해 도시 노동자에게 싸게 공급하고, 도시에서 생산된 제조업 용품을 상대적으로 비싸게 농민들에게 팔아 이윤을 수탈할 수 있다는 평가가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북한 당국이 어디에 방점을 두고 있는지는 알기 어렵지만 투자재원이 말라가는 상황에서 농업잉여 수탈은 뿌리치기 힘든 유혹일 수 있고 이 경우 장기적 농업 생산성은 더욱 하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