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先 핵포기’ 거부, 美 태도변화 촉구

북한 노동신문은 5일 미국의 ‘선(先) 핵포기’ 요구를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며 핵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측의 태도변화를 거듭 요구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조지 부시 대통령이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유럽연합(EU) 정상들과 연례 정상회담을 가진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북한은 비확산 의무를 완전히 이행하고 핵무기와 핵무기프로그램을 영구적이고, 투명하며, 철저하고 검증 가능하게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한 데 대해 ‘핵 전파주범의 당치 않은 역선전’이라는 요지의 논평을 냈다.

신문은 미국이 북한의 무장해제를 노린 ‘선 핵포기’를 강요하는 것은 “천백번 부당한 극도의 일방주의, 강권정책의 발로”라고 비난하고 “미국이 우리 공화국(북)을 집어 삼키려고 발광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절대로 무장을 놓을 수 없는 것이다”고 말했다.

신문은 특히 북한이 핵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미국이 대북정책을 전환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이와 관련, 신문은 “우리는 결코 6자회담을 반대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며 “문제는 6자회담을 대하는 미국의 입장이 투명하지 못한 데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 노력하고 있지만 미국의 태도가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북한의 입장은 명백하다. 미국이 북한의 체제와 제도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평화공존 의지를 밝히고, 제도전복을 노린 대북 적대정책을 포기하라는 것이다.

또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서는 회담장에 나갈 수 있는 ‘명분’을 세워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명분’에 대해 북한은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 사죄 및 취소에서 한 발 물러나 이런 용어를 더는 사용하지 않으면 이를 철회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또 최근들어 미국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을 자제하는 등 신중하면서도 조심스런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당 구호’ 관철을 위한 평양시 군중대회에서도 반미 구호나 미국 비난 발언이 등장하지 않았으며 평양에서 열린 권투경기에서 미국 국가가 나올 때 북한 관중들이 예의를 차리기도 했다.

더구나 부시 대통령을 직접 대놓고 비난하지 않고 있어 눈길을 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23일 부시 대통령이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한 사실을 비난하면서 거명을 하지 않은 채 ‘미 최고당국자’로 표현한 데 이어 이날 노동신문도 ‘미국 집권자’로 호칭했다.

이 같은 북한 태도는 북한이 미국에 대해 존중태도를 보이고 있는 만큼 미국도 북한을 존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며, 궁극적으로 미국의 태도변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