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타결 후 이란 핵 문제 벼랑 끝으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 회담이 19일 타결됨에 따라 이란 핵 문제가 어떻게 풀려갈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북핵 문제와 함께 지구촌의 핵무기 확산과 관련해 서방국의 강력한 견제를 받아온 양대 현안이었다.

이 가운데 북핵 문제가 일단 해소된 만큼 이란 핵에 대한 관심의 집중도가 커지게 됐다. 이란은 북핵 협상이 해결국면으로 접어드는 시점에 오히려 서방 진영과의 대치강도를 높여갔다.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17일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자국의 핵 연료 확보권은 어느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는 권리라고 거듭 천명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협상 대표 3개국은 이란 대통령의 이 같은 연설에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에 따라 이란 핵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는 격론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과 북한의 핵 문제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는 점에서 이란 핵 문제는 협상을 통해 해법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본질적으로 핵무기 확보를 위한 게 아니라 이를 협상용 무기로 삼아 체제보장과 경제지원 등 반대급부를 얻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볼 수 있다.

반면에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자체적으로 확보한 핵 기술을 기반으로 핵 연료 자급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적 인센티브 등을 얻는 대신에 핵 연료 자급권을 내주는 협상을 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게 유력한 분석이다.

이 때문에 이란 핵 문제의 가능한 해결방안은 협상 당사국 간의 상호 신뢰구축을 통해 이란 핵 프로그램이 이란의 주장처럼 평화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국제감시망을 구축하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유엔 정상회의 참석 후 18일 귀국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귀국 회견에서 투명성의 토대에서 평화적 목적으로 추진되는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해 어느 나라도 트집잡을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자신의 유엔 방문을 통해 핵 문제에 대한 이란의 입장을 국제사회에 명확하게 알렸다고 평가해 그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미국을 위시한 서방진영은 이란 핵 프로그램이 핵무기 생산 능력을 키워 결국엔 무기생산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반면에 이란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라는 서방진영의 압박이 값비싼 핵연료 독점 체제를 고착화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맞서는 상황이다.

특히 이란은 핵 협상의 틀에 자국에 우호적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넣자고 주장하는 등 미국의 입김을 받는 협상체제를 깨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그들 나름대로 감정을 잔뜩 실어 제재문제를 거론하는 등 이란을 자극하고 있다.

이 같은 공방전은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한 상호신뢰 분위기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이란 핵 문제에 대한 해법의 돌파구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게 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19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IAEA 이사회는 이란 핵 문제의 전개방향을 가늠케 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란에 대한 핵 압박 공세를 강화해온 미국은 이날 이사회에서 핵 활동 중단을 거부하는 이란의 핵 문제를 유엔 안보리로 가져가는 문제를 확정하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35개 이사국 중 20개국 정도가 안보리 회부에 찬성하고 나머지 이사국들은 반대 또는 미온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미국의 의도가 관철될 지는 미지수다.

특히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 중국과 핵 보유국인 인도, 파키스탄이 안보리 상정 카드를 꺼리는 쪽이어서 미국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IAEA 이사회에서 이란 핵 문제에 대한 이사국들의 원칙론적 입장을 담은 결의안이 채택되고, 안보리 회부를 결정하는 표결은 2∼3주 가량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표결이 미뤄지면 EU 협상국들은 이란 측을 상대로 우라늄 변환활동을 중단토록 설득하는 막바지 외교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란 핵 문제는 대치 당사자들이 협상의 여지를 별로 두지 않고 싸우는 형국이어서 북핵 문제와 달리 극단적 대결국면으로 갈 수 있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