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타결 北, 對日관계 푸나

6자회담에서 북핵폐기의 큰 틀을 마련한 가운데 북한이 향후 일본과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까?

일본은 이번 6자회담 내내 자국인의 납치문제를 내세워 대북 중유지원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왔으며 결국에는 5개 참가국 중 유일하게 지원에서 빠져버렸다.

일본이 납치문제에서 북한과 합의가 이뤄질 경우 에너지 지원에 참여하겠다며 ‘선(先) 납치문제 해결-후(後) 지원’ 입장을 고수했다는 점에서 북한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얻은 북미관계와 달리 대일관계에서는 이득을 거의 챙기지 못한 셈이다.

가뜩이나 사사건건 납치문제를 내세워 얄밉기만 한 일본이 끝내 대북 에너지 지원을 외면함으로써 북한은 핵문제와 북.미관계 진전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북일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를 접은 채 대일 비난전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종전 6자회담에서 보여준 것처럼 일본 ‘왕따 시키기’를 계속할 수 있다.

북한은 6자회담 기간 일절 침묵하면서도 유독 일본에 대해서만 지난 9일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회담에서 납치문제를 거론해 방해를 조성하는데 대해 간과할 수 없다”며 일침을 놓고 납치문제는 ‘이미 다 해결된 문제’라는 입장을 시종일관 고수했다.

사실 북미관계가 해결되면 북일관계도 자동적으로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것이 북한의 대일 인식이라는 점에서 북한은 굳이 에너지 제공에 불참하면서 강경입장을 보이고 있는 일본을 향해 적극적인 구애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내부적으로 일본에 대해 완전히 등을 돌리기 보다는 장기적 차원에서 일정한 관리를 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납치문제로 양국관계가 교착국면에 빠져 있기는 하지만 핵문제와 북.미관계가 진전되는 상황에서 일본을 마냥 배제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핵폐기가 속도를 낼수록 그에 대한 보상 또한 늘어나 ‘돈줄’인 일본의 몫도 커질 수 밖에 없고 일본과 수교과정에서 받아낼 수 있는 청구권 자금은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에게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여기에다 일본이 북미관계 정상화 과정에서 납치문제 미해결을 내세워 미국에 입김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향후 북미관계 정상화 워킹그룹에서 논의해 시작하기로 한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 등은 일본이 훼방꾼 노릇을 한다면 당초 계획이 틀어질 수도 있다.

최근 북한의 테러행위가 드러난 것은 없지만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되려면 일본이 제기하는 납치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고 미국 의회의 비준을 받는 과정에서 일본 정치권의 로비가 문제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회담 전부터 “일본이 6자회담에 참가하지 않겠다면 더 없이 좋은 일”이라며 비난해 왔던 북한도 지난 8일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일본측 수석대표인 사사에 겐이치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20여분간 따로 만나 비교적 ‘화기애애한’ 환담을 나눈데 이어 12일에도 1시간 가량 회담했다.

북일관계 정상화를 논의하는 워킹그룹이 구성되고 일본이 이번 대북 중유제공에서는 빠졌지만 납치문제 진전에 따라 향후 대북지원에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은 것도 북일관계가 냉각만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수 있음을 예상케 한다.

따라서 핵문제와 북미관계 진전 속도에 따라 북한은 미국측에 납치문제에 대한 이해와 입장을 전해 일본을 간접적으로 설득할 수도 있고 나아가 납치문제 종결을 위한 일련의 추가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일본이 참여하지 않는 일이 있을 수 없다”며 “일본이 (지원에)동참할 수 있도록 김계관 부상을 설득하고 힐 차관보도 김 부상을 설득해서 일본이 지원할 수 있는 국내적 정지작업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