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6자회담 진전 원치 않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대외연락부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언급한 ‘조건부 회담 복귀’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형식적인 발언에 불과하다고 이동복 <북한민주화 포럼> 상임대표가 밝혔다.

이대표는 22일 <데일리엔케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금 당장 북한이 6자회담에 들어오게 되면 미국이 3차 회담에서 제시한 포괄적 협의에 응답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이러한 상황 진전은 핵능력을 과장해 목표를 달성하려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원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해 당분간 북한이 6자회담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다.

김위원장은 왕부장과의 접견에서 “앞으로 유관측들의 공동 노력으로 6자회담 조건이 성숙된다면 어느 때든지 회담탁(회담 테이블)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위원장의 이러한 발언은 6자회담 이전에 북한의 요구를 만족시킬 만큼의 사전보상을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북한이 요구하는 모든 조건이 충족돼서 6자회담에 나오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오는 시점은 북한의 요구조건이 충족됐을 때가 아니라 오히려 북한이 궁지에 몰렸을 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대표는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회 요구는 ‘상호 불가침 조약 체결’ ‘평화 협정 체결’ 수준이 아니라, 한-미 안보협약 파기, 주한미군 철수 등을 포함한 한-미 군사동맹 해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북한은 아직까지 ‘적대시 정책 철회 요구’의 구체적 내용을 명확히 하지 않고 있다. 미국 콜린 파월(Powell) 전국무장관은 2003년 8월 6자회담을 앞두고 북한 당국에게 미 행정부의 서면 보장과 의회 결의안, 다자(多者)의 담보 방식 등을 포함한 체제보장안을 제시한 바 있지만 북한은 여기에 반응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이어 이번 김위원장의 발언이 ‘조건부 6자회담 복귀의지를 표명하고 평화적 해결 노력을 천명한 것’이라는 정부 주장에 대해, 유화적이고 낙관적인 북한관에 입각해 현실과는 괴리된 주장을 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한국정부가 그동안 북한에 대한 낙관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국제사회를 오도한 결과, 국제사회는 북한에 기대를 갖고 유화자세를 취한 오류를 범하게 만들었다”며 “우리 정부는 이런 오판을 가져오게 만든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북핵의 성격에 관해서 근본적인 조명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과연 북핵문제가 협상과 외교를 통해서 해결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검증된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뷰 전문은 25일 공개될 예정이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