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읽기] 지도자 수준·유연성 떨어지면 주민생존 위험해진다

[김정은 집권 10년③] 지방 관료 출신 탈북민이 김정은에게 전하는 조언

김정은 백두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2019년). /사진=노동신문 캡처

최근 북한 전국의 시, 군에서 당과 국가의 5개년 전략계획의 첫해 주요 정책적 과제 수행 정형을 총화(평가)하기 위한 사업이 추진되면서 다수의 간부 물갈이가 예견된다.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노동당 조직부가 관련 지시를 하달했다는 것이다.

중심 내용은 일군으로서의 수준과 능력이 없다고 평가되면 가차 없이 잘라야 한다는 것이다. 맞다. 능력이 없으면 지방 지도자도 물러나야 한다. 여기에 최고 지도자도 예외가 돼서는 안 된다.

북한 당국은 지역발전에서 실제적인 변화가 만들어지지 않는 원인을 현지 관료들의 무능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전체적인 변화를 끌어내지 못한 건 누구 책임인가. 최고 지도자는 완벽한데 간부들이 무능해서 일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언어도단(言語道斷)이다.

북한식으로 하면 어떤 결과가 발생할까. 정치, 경제, 문화를 다 혼자 해야 한다. 혼자서 총 들고 나라도 지키고, 가수나 영화배우고 하고, 소설도 쓰고, 회사를 설립하고 운영하면 된다. 이처럼 ‘자기는 다 잘하는데 너희는 왜 못 하냐’는 식으로 간다면 독재가 될 뿐이다.

또한 경제에 대한 폐쇄적 사고도 문제다. 각종 규제는 개인의 권리나 선택의 자유를 억압하게 될 것이고, 이에 자연스럽게 경제 발전은 생각만큼 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경제 파탄의 원인을 지방 관료에게만 또 떠넘긴다면 문제 해결은 더욱 요원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필자는 북한의 당과 지도자들이 동독 출신의 여성 지도자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의 삶에서 답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서독 함부르크에서 태어난 메르켈 전 총리는 생후 8주차 때 순전히 아버지의 선택 때문에 동독으로 이주하게 됐다.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동독에서 살아야 했으며, 그렇게 35년을 살다가 1990년 드디어 통일을 맞이했다.

그런 그가 어떻게 2005년부터 16년간 독일 총리로 재직하면서 독일뿐 아니라 유럽연합(EU), 나아가 세계를 이끄는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게 됐을까.

슈피겔(Der Spiegel)의 티나 힐데브라트(Tina Hildebrandt) 기자는 메르켈 전 총리가 정치가로서 탁월한 이유를 다음 3가지로 요약했다.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한 결과의 깨어있는 지성(wacher Verstand), 항상 국제사회 변화를 주시하고 분석하는 과정의 빠른 파악력(schnelle Auffassungsgabe), 기회 포착에 대한 본능(Instinkt für die richtige Gelegenheit).”

독일 정치계에서는 드물게 메르켈 전 총리는 특정 지지 세력도 없었다. 젊은 시절 연구원으로 활동했을 뿐, 정치를 배우거나 사람들을 만날 기회도 없었다. 그녀가 공개적으로 밝힌, 그의 삶을 이끌었던 단 한 가지는 ‘끊임없는 배움, 변화의 흐름에 따라서기 위한 노력의 결과’다.

자유 시장경제를 선택한 한국이 미국과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으며 빠르게 세계 정상의 경제국으로 부상하는 사이, 북쪽의 북한은 경제적으로 여전히 낙후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북한 정부가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노동당과 보위부를 통해 주민 개개인을 철저하게 감시하고 억압한 결과다. 창의성, 위험 부담 감수 그리고 성실과 근면이라는 인간 본성에 기초한 시장경제를 부정하고 몇몇 사람들이 책상에 앉아 그린 폐쇄적 계획경제가 만들어 놓은 당연한 귀결이다.

누구도 조국을 선택해서 태어날 수는 없다. 하지만 지도자를 우리 손으로 뽑을 수 있다. 지도자가 우매하고 변화에 둔감하며 독선적이면, 주민들의 생존이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북한의 지도자들은 국제사회 변화에 대응할 식견이 높아야 변화를 이끄는 자도자의 자격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 말을 어린 나이에 정권을 세습하고 10년 집권한 북한의 최고지도자에게 하고 싶다. 최고지도자는 최소한 세상의 흐름을 읽을 줄 알아야 하며 유연한 사고력을 가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여야 한다.